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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일본정부, 배터리 및 반도체 국산화 전략의 향방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2월23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메타정보

본문

보조금 통해 자국 내 생산 확대 유도 

 

일본 경제산업성은 작년 5월 18일에 공포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시책을 일체적으로 강구함으로써 안전보장의 확보의 추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특정 중요물자로 지정한 배터리에 대한 지원 내용을 정했다고 보도되고 있다(일본경제신문, 2023.2.19.).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은 △ 중요물자의 안정적인 공급의 확보 △ 기간 인프라 업무의 안정적인 제공 △ 첨단적인 중요기술의 개발 지원 △ 군사용 등의 특허 출원의 비공개 등 4가지 제도를 창설하는 것이며, 순차적으로 제도가 구체화되고 있는 중이다. 

 

경제산업성의 배터리에 대한 지원 내용은 기업 배터리 공장의 설비투자에 대해 3분의 1을 보조하거나 제조시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삭감하는 기술 등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5년간의 생산 계속 등이 조건이라고 한다. 일본정부로서는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EV)로 변화하는 EV 시프트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EV에 필수적인 배터리를 일본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2030년까지 일본의 배터리 생산량을 7~8배 확대해 연간 150GWh, 약 230만대 분으로 늘릴 계획으로 있다. 지원 대상은 EV용 배터리 및 전력저장 장치용 배터리이며, 기존의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 공장은 제외된다. 일본기업과 함께 외국기업의 일본 내 투자 사업에도 지원을 하며, 이미 사업자의 신청을 접수하고 있으며, 4월 하순에 지원 대상 기업을 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일본정부는 배터리 이외에도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그램, 공작기계 및 산업용 로봇, 비료, 항균성 물질, 영구자석, 중요광물(배터리 및 모터용 등), 항공기 부품, 천연가스, 선박 관련 기기 등 11개 분야를 중요물자로 지정해 각각 지원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일본의 경제안보 전략 강화는 미중 마찰 시대에 대비하여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이 경제안보를 확대 적용하면서 새로운 보호주의 정책으로서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일본으로서는 경제규모 측면에서 중국에 추월 된 후 계속 유지해 왔던 세계 3위로서의 지위가 <다음 그림>과 같이 위협 받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으로는 2027년에는 인도에 추월 당하여 세계 4위로 밀려날 전망이다. 독일경제의 일본 추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 경제의 둔화, 저렴한 러시아 가스 자원 접근 불발로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 EU역내 분업의 기술혁신 효과와 규모의 경제성이 탈탄소 산업의 개척 등에서 효과를 보여 다시 독일경제의 일본 추격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세계 5위로 다시 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경제의 위상이 계속 약화되는 가운데 일본으로서는 반도체, 배터리 등의 차세대 산업을 강화하면서 자국경제의 버는 힘을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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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흥 전략의 잠재력과 불확실성

 

실제로 일본정부는 배터리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위한 대규모 보조금 지원책도 추진 중이다. 로직 및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 확충 측면에서는 대만 반도체 기업의 유치, 키옥시아 공장 건설 지원 등 1조 670억엔, 공동출자 법인 라피더스 지원을 비롯한 첨단반도체 개발 및 양산기술 개발에 5,950억엔, 전력반도체 등의 생산기반 강화 및 반도체 제조장치 지원에 4,156억엔 등 총 2조엔의 재정적 지원을 이미 결정 및 집행 중에 있다. 

 

반도체 산업 부흥 정책의 경우 대만 TSMC를 유치한 구마모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소니, 덴소와의 분업 전략도 강화되고 있다. 차세대 2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반도체 기술개발에서는 이미 기초기술을 개발한 미국 IBM이나 유럽의 세계적인 기술연구소인 IMEC과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라피더스는 2025년에 2나노미터 로직 반도체의 시제품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삼성전자, TSMC 등과의 양산기술의 격차를 고려하면 2020년대 후반에 래피더스가 양산해도 비용 경쟁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며, 하이엔드 제품 등에서는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한계는 있을 수 있다. 

 

다만, 2나노미터에서 1나노미터로의 기술전환에는 시간도 소요될 것이며, 라피더스가 2나노미터에서 어느 정도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요타 등 반도체 수요 기업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라피더스 반도체를 구매해 주는 협력이 부담이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40나노미터급의 구세대 양산공장 밖에 없는 일본이 첨단반도체 분야에서 한꺼번에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생존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 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일본에는 첨단 소부장 기업도 있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 자금 투입과 라피더스 출자 기업들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과 협력을 통해 2나노미터의 생산 기반 구축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채산성 확보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진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첨단 반도체 생산기반을 회복한 다음에 일본으로서는 반도체의 새로운 소재기술이나 일본이 현재 성과를 보이고 있는 광전자 기술을 적용한 차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광전자 반도체 기술과 광전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6G 이동통신 분야에서 미일 연합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도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자동차의 네트워크화, 자율주행, 로봇 등 차세대 산업의 디지털화 전략도 강화하겠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반도체·디지털 전략의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반도체·디지털 전략 구상에는 향후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부담이 있을 것이며, 라피더스에 참여한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기업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성과에 한계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있다. 다만, 일본정부는 현재가 반도체 부흥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판단하고 있으며, 경제안보를 강조하여 일본기업의 참여를 요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버는 힘 강화 위한 과학연구 기반 이노베이션 촉진

 

미중 마찰 시대에 첨단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양 진영으로 분리되는 경향과 각국의 보호주의적 정책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주력분야인 반도체, 배터리 등의 해외생산 이전도 확대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 입장에서는 불리한 세계경제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버는 힘을 강화하고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주력 제품의 지속적인 개발이 과제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의 미국, 일본과 같이 인위적인 정책보다 한정된 자원이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에 투자되고 민간주도로 창의가 발휘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공학적 경쟁력과 함께 과학이론을 선행적으로 사업에 활용하려는 경쟁의 격화에 대응한 기업의 원천기술 개발 및 활용 역량 강화가 중요할 것이며, 이를 주력산업의 탈탄소화, 디지털 혁신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는 원천기술인 광전자 기술, 기존 실리콘을 대체하는 소재 기술을 활용해서 반도체 산업에서의 이노베이션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이론, 상식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기존 기업의 기득권에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 경쟁 환경,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지적자산 보호 및 금융 자원 활용의 용이성 등이 중요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효과가 큰 기술특허 등이 해외공동 연구나 여러 과학 분야의 지식이 포함된 융복합 형태가 되고 있는 현실도 고려해서 다양한 인재가 참여한 글로벌 연구개발팀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첨단 분야 등에서 과학이론 연구 인재와 제품기술 개발연구 인재가 협업하는 형태의 국제공동연구의 성과를 추구할 수 있다. 

또한 과학기술 연구 자체를 AI, 로봇을 활용하여 자동화하는 등 공학적인 틀에서의 과학기술 연구 기반, 방법의 첨단화라는 새로운 경쟁력의 확보에도 주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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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2월23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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