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기회의 평등을 바라며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비참한 한국 교육의 현실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 애 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다. 이 노래는 1994년도에 발매되었던 노래다. 대한민국 교육의 획일주의와 과도한 경쟁을 신랄하게 비판한 노래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8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 1994년도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최근의 ‘숙명여고 사태’만 보더라도 그 슬픈 현실을 잘 알 수 있다.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너무 과도했던 것일까. 잘못된 방식으로 딸을 사랑했던 ‘딸바보’ 아버지는 지난 6일 결국 구속되었다.
‘수시 폐지, 수능 100%’가 답인가?
하지만 이 사태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 바로 ‘학생부종합전형 폐지’와 ‘수능 100%’를 주장하는 쪽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비리가 발견되었으니 폐지하고 정시전형을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제도의 문제점이 확인된 후 부족한 점을 보완하지는 않고 아예 제도를 없애버리는 것이 과연 능사일까? 하지만 다시 ‘수능 100%’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수능이 제일 공정한 전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험 한 번에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 평등 못지않게 기회의 평등도 중요한 법이다.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달리기를 한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신체적 조건은 동일하지 않다. 누군가는 뛸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걸어야만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휠체어에 앉아서 가야할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완벽하게 동일한 조건에서 공부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비싼 과외를 받거나 강남의 유명한 학원을 다닐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열악한 경제적 조건으로 교과서로만 공부해야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배움의 기회가 동일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단순히 수능성적으로만 학생들을 줄 세우지 말고, 학생들의 특기를 살려주자는 것이다. 학교생활에 집중하는 것을 유도하여 공교육도 정상화하고, 과도한 사교육도 줄일 수 있었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제도가 없다지만 지금의 현실은 너무나 비참하다. 아직까지도 상위권 대학들은 고등학교에서 치루는 내신시험 성적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또한 일부 고등학교들은 인위적으로 경시대회의 수를 늘려서 상위권 학생들에게 이른바 몰아주는 경향도 있다. 심지어 강남의 일부 학원에서는 고액을 받고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소논문을 대필해주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부종합전형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 속에 ‘금수저 전형’이라는 오명까지 씌워졌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 위에서 결국 최근의 ‘숙명여고 사태’가 터진 것이다.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제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제도의 본질로 돌아가는 개혁을 취해야 할 때가 왔다. 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려 소위 내신시험 성적과 스펙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한다. 전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실제로 학원들의 ‘학생부 컨설팅’은 옛말이 아니다. 많은 학원들이 이미 학생들에게 학생부를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하는지 고액의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작성해온 글을 그대로 학생부에 기록하는 학교 선생님을 노려 돈을 받고 학생부를 대리로 작성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이 ‘금수저 전형’이라면 수능은 ‘다이아몬드수저 전형’이라는 말도 나온다. 결국 수능은 정말 극소수의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전형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2017학년도 수능 국어, 수학, 영어 영역 1,2등급 평균 비율이 높은 상위 30개교’를 살펴보면 지방 일반고는 겨우 4개에 불과하다. 지방 학생들이 강남 학생들과 경쟁하여 수능으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서 대입개혁의 답이 ‘수능 100%’는 결코 아닐 것이다.
‘교실이데아’에 이런 가사도 있다.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매일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대한민국 교육,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ifs 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