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애보단‘썸’, 외롭고 불안한 청춘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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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04일 20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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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 녹아들어 우리의 언어 세계에 들어와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단어가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로 쓰이는 ‘썸’이다. ‘썸’은 영어 ‘something’의 줄임말이다. 남녀 사이의 관계를 규정짓는 말로 사귀는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 알아나가는 단계로‘사랑과 우정 사이’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만나긴 하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 관심은 있지만 좋아하는 건 아닌, 애매모호한 사이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썸이란 단어를 통해 요즘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썸만 탄다는 말이 있다. 썸만 탄다고? 무슨 뜻일까. 최근에 이러한 모습을 반영한 대중가요를 살펴보자. 이 묘한 기류에 대해 소유와 정기고는 노래 ‘썸’에서 ‘내거인 듯 내거 아닌 내거 같은 너’라고 설명했고, 그룹 피노키오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이라고 표현했다. 케이윌은 ‘썸남썸녀’에서 ‘아직은 덜 익은 게 많은 사이’라고 묘사했다. 여기에 마마무의 ‘Mr. 애매모호’까지 곁들인다면, 썸 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분명해진다. 

 

  ‘사람 간 보지 말고 빨리 와요 내게로!’  

 

  즉‘something’이 있기에 만남이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 무언가가 무엇인지 확신이 없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려는지도 확신이 없는, 인생 자체가 모호한 경우가 허다하다. 비단 이러한 청춘의 모습은 일부 극소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됐는지 그 이유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대부분의 우리들에게는 사회와 어른들에게 있어서 공통된 목표가 강제되었다. 남들이 알아주는 명문대학 나와서, 누구나 선망하는 인기 직종에 종사하는 것.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탐색해 본 적도 없고, 무엇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본 경험도 없다. 즉, 이미 목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이러한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화된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정 등 이른바 부모님을 잘 모신(?) 자녀들이 아니라면 거진 공통으로 갖고 있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이로 인해 요즘 우리들에게는 어떤 안정된 인생 경로라는 것이 없다. 더불어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왔지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이 사랑이 든, 삶이 든, 우리 자신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들은 이미 정해진 목표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탐색해 보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정해진 목표를 우리의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정해진 목표조차 달성이 불투명해진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남는 것은 자아상실이고 애매모호한 삶이 아닐까.

 

  아마도 오늘날 우리들은 차이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고 있고, 자율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강요받으며, 고통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강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현실은 그 어느 것도 보장하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우리들은 썸만 타고 있다.

 

  이제 곧 봄이 되면, 싱숭생숭한 마음들이 꽃씨를 타고, 봄바람을 타고, 아지랑이처럼 우리들의 마음속에 피어오를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로이 시작되고 솟아나는 계절의 몸짓에서 우리들은 생동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생동감은 봄바람을 타고 우리 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것이다. 새로이 불어오는 봄바람은, 단순한 ‘썸’이 아닌,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변화의 바람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불어라 바람아, 봄은 봄답게 설레야 하니까. 이것이 우리들의‘청춘(靑春)’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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