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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께 올리는 제언, “철수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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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11일 20시39분
  • 최종수정 2016년11월21일 03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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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를 지지했다, 그러나 실망했다. 

 안철수를 비판한다, 그러나 부활하길 바란다. 

 

 지난 달 28일 안철수 대표를 만날 수 있는 자리에 참석했다.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묻기 위해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도 따라가며 연신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변과 인터뷰는커녕, 실망감만 가득 가진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을 기점으로 평소 국민의 당과 안철수 의원에게 우려했던 점을 확인해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의 당의 국회의원 예비 후보 선거 사무소는 기존 양당의 무엇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공약도, 분위기도, 식순도, 식상한 연설과 다짐까지 너무도 똑같았다. 무엇보다, 과연 그가 당 대표인지 대한 의문이 들만큼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나 청년들과의 대화에서나, 사진 한 방 찍으러온 얼굴 마담 정도의 역할 이상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많이 실망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중도 개혁의 가치를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가 다시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언을 올리기로 했다. 얼마 전 안 의원의 “내 이름이 안철수다. 철수 안 한다.” 발언에서 힌트를 얻어 생각났다. 부디 가슴 뜨거운 청년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시길 소원한다. 

 

 “안철수가 철수 (哲秀) 답기 위한 선택, 철수 (鐵首) 하거나 철수 (撤收) 하라”

 

 화려한 삶을 살아온 당신, 이제는 리더가 돼라.

 못하겠다면 이제 그만 철수하라. 

 

 철수 (哲秀) 답기 위해

 밝을 ‘철’에 빼어날 ‘수’는 안 의원의 이름 한자 풀이다. 안철수 대표는 본인의 이름과 상당히 일치하는 삶을 살아오셨다. 의사, V3 CEO, 서울대 교수와 같은 밝고 빼어난 업적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하셨고, 연일 서울 시장, 대통령 후보에 거론되더니 단번에 제 1 야당 대표를 거쳐 지금은 제 3정당의 창업주이자 우두머리로 떠올랐다.

 

 가히 철수 (哲秀) 다운 정치적 행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이 끝나고도 그 이름값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혹자는, 우리가 볼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의 가장 비참한 추락을 보게 될 것이란 가혹한 평가를 남겼다. 아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그가 부활해야 한다, 정치에서도 철수답기 위한 선택 플랜 A, B를 제시한다!

 

 플랜 A, 이제는 철수 (鐵首) 할 때!

 '쇠 철’ 에 '머리 수' 자를 써서 조언을 올린다. 현재 국민의 당은 안철수, 천정배 공동 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의 3인 체제로 가고 있다. 긴 말 필요 없이, 누구 하나 빼어난 리더나 중심축 없이 세 명이서 서로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김한길 의원이 창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통합’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새 정치 하겠다고 받아줬더니 철새 정치를 하고 있고, 무엇보다 당의 창업주라는 사람이 눈치보다 뒤늦게 합류한 사람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니, 가히 가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금의 상황을 타개할 열쇠는 오직 안 의원에게 있다. 부드럽고 인자한 카리스마도 좋지만, 이제는 쇠처럼 단단한 우두머리 : 鐵首 (철수) 가 되셔야한다. 과감하게 탈당하고 신당 창당했다고, 좀 세게 이야기하고 누구 좀 비판한다고 강철수가 아니다. 이제 당신이 해야 할 것은, 장수가 전쟁에 나가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신을 배신할 부하들을 숙청하는 것처럼, 선거라는 전쟁에 큰 방해 요인이 될 잠재적 배신자들을 단칼에 쳐내는 것이다.

 

 야권 연대 등을 포함한, 다음 대통령 선거에 미칠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정치에서 항상 일관된 결정이 있을 수 있나? 필요하다 싶으면 하는 것이고, 생각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물러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하고 말고의 ‘결정’이 아니라 그 결정을 정당화하고 사람들을 흡입할 수 있는 ‘리더십’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현재의 안 의원에겐 그런 리더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이 빠진 채로 나아가다 보니, 분명 자신만의 소신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을 모르고 떼쓰는 아집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너무 가혹하고 냉정한 것일까? 아니다. 유권자들은 기다려 줄만큼 기다려 줬다. 이제 플랜 A를 가동할 때다. 제발, 철수 (鐵首)가 되어라!

 

 플랜 B, “철수 (撤收) 하라.”

 말씀드린 A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면, 과감히 B를 선택하시기 바란다. 빼어난 리더가 되지 못하실 것이라면 이제 그만 물러나는 게 맞다. 그대의 존함, 철수 (哲秀) 다움을 유지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그만하시는 게 낫다. 계파 간 갈등과 비전 없는 정당을 비판하며 탈당해놓고, 정작 본인도 같은 류의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서히 추락할 것이라면 말이다.

 

 안 의원, 당신의 빛나고 빼어났던 과거의 모습을 정치에서도 볼 수 있게 해 달라. “저 이만큼 했어요.” 가 아니라 “저 알죠? 제가 이렇게 할게요. 그러니까 뽑아요.” 와 같은 당당함을 보여 달라. 정치에 회의감을 넘어 혐오를 느끼는 청년들에게, 당신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소시민들에게,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만들 세상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 달라. 

 

 당신의 정치, 지금은 너무도 희미하고 시원치 않다. 답답하다 못해 지켜보기 힘들 정도다. 제발, 다시 날아오르라. 정치판 전체를 긴장시키고 여의도를 발칵 뒤집어라! 그 과정에서 가슴에 새겨야 할 답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당신의 이름에 있다.

 안 의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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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11일 20시39분
  • 최종수정 2016년11월21일 03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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