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공천 갈등, 탐욕의 그림자에 가려진 ‘국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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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18일 19시11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18일 20시24분

작성자

  • 김민지
  •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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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제 20대 총선이 코 앞으로 닥쳤다. 각 정당에서는 공천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매 선거, 모든 공천이 그러했지만 유독 이번 공천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여당에서는 살생부 파문과 더불어 공천 여론조사 결과가 유출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가 높았다. 국민을 잊어버린 친박과 비박의 세력다툼 속에서 우리나라의 후진적 정치의식은 그대로 드러났다. 그곳에 국민은 없었다.

 

사라진 ‘국민을 위한 공천’ 

발단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해 선거전략으로 내세운 ‘100% 상향식 공천’이었다. 지금껏 당에서 공천자를 찍어서 내려 준 하향식 공천방식을 버리고 오픈 프라이머리, 즉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추구한 것이다. 그는 “상향식 공천이 되지 않는다면 정치생명을 내려놓겠다”고 할 정도로 공천 제도 개혁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당원과 유권자들은 투명한 공천 제도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지난 2월 17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전략공천을 놓지 않겠다는 의견을 보이면서 김 대표의 전략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다시 공천 주도권을 사이에 둔 계파 싸움이 시작됐다. 비박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향식 공천을, 친박은 전략공천을 가져가기 위해 서로 물고 뜯기 바빴다. 3차 공천을 앞두고 비박이 공관위의 결정에 따를 수 없다며 공천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미 가세는 친박계로 기울어졌다. 사실상 김 대표가 주장한 ‘국민을 위한 공천’은 끝났다.

 

현 공천제도, 파벌 조장하나…

공천마다 발생하는 파벌싸움의 원인으로 우선 공천 방식에서의 제도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천 제도는 법률이 아닌 당헌에 의해 결정된다. 선거철이 되면 당에서는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를 구성하고 비공개로 당원들을 면접, 심사한다. 공관위원이 누군지 심사기준은 무엇인지 어느 것 하나 알 수 없는 비밀공천이다. 공관위는 감춰진 심사방식으로 자신의 계파에 유리한 당원들을 뽑는다. 결함이 있는 인사들을 쫓아낼 수 있도록 한 전략공천이 되려 비리의 전신이 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의 공천 제도 개혁은 분명히 좋은 방안이었다. 계파를 넘어서 당원들의 의견과 유권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제대로 된 공약을 가진 후보를 뽑을 수 있었다. 투명한 공천 방식을 지향하면서 매 공천마다 있었던 잡음을 없앨 가능성 역시 높았다. ‘위로부터의 공천’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공천’이 실행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뻔 했다. 

물론 상향식 공천 방식은 일종의 ‘인기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큰 문제점이 있다. 잘못을 한 의원도 얼마든지 뽑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공관위원장이 전략공천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들을 선택하고 걸러내는 것 역시 유권자들의 몫이다. 선택의 폭 없이 당에서 내려준 한 후보를 새누리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미리 그 당의 여러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며 지역구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당원은 참신한 공약을 내세우고, 국민은 기호보다 공약에 더 집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계파 갈등의 중심은 공천관리위원회?

제도뿐만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의 행동 역시 문제다. 공정한 공천을 위해 임명된 공관위원들이 되려 계파싸움의 중심에 섰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 공관위원장은 당대표와 당이 합의로 이뤄낸 국민공천제를 단 한 번에 뒤집었다. 더욱이 지난 17일 “당대표는 공천에 관여하지 말라”거나 전략공천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등 독선적인 언행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는 당원들의 지지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의 권한을 무시하는 것이자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모순되는 발언인 것이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을 위한 공천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속한 계파의 권력 유지 욕구를 그대로 드러내는 잘못을 저질렀다.

아울러 공관위 심사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문제가 많은 현역의원을 배제하겠다며 내세운 전략공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컷오프가 된 의원은 김태환 의원 한 명뿐인 것이다. 또한 윤상현 의원의 욕설 녹취본이 공개되면서 각 계파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누군가 공천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누구보다 청렴해야 하는 공관위임에도 불분명한 기준과 이중적인 잣대는 계파 갈등을 봉합시키기는커녕 갈등의 골을 더욱 벌리고 있다. 

 

국민을,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공천을 하라

어느 것이 더 옳냐 하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당은 이미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시한 계파싸움에 눈이 멀어 국민들은 저 멀리 사라졌다. 신뢰가 바닥을 보인 상태에서 도대체 무엇을 믿고 지지를 요청한다는 말인가. 국민의 이익, 국가의 발전은 뒷전인 채 자신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이들에게 나라를 맡기고자 하는 바보 같은 국민은 이제 없다. 매 선거마다 반복되는 공천 싸움은 오히려 국민이 그들에게서 뒤돌아서는 계기가 될 뿐이다.

여당은 이제 권력싸움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국민을 바라볼 때가 됐다. 서로 개처럼 물어뜯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공천 제도를 다시 정립하고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당원들의 공약과 행실은 어떠한지 꼼꼼히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공천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정치적, 물질적 이익을 내려놓고 공정한 제도와 심사를 통해 정의로운 경선과 화합을 이뤄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들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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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18일 19시11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18일 20시24분

댓글목록

4760님의 댓글

4760

캬하, 시원한 사이다 같은 글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