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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츠가 정치에게(1)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어떻게 NBA를 다시금 부활시켰는가? 그 해답을 리그 제도에서 찾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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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25일 22시46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26일 20시51분

작성자

  • 이경한
  •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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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골든스테이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에도 나가지 못했던 약체팀에 불과했다. 그랬던 팀이 지난 2014-2015 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와 파이널 우승을 거머쥐더니 이번 시즌에는 성역에 가까웠던 1995-1996 시즌 마이클 조던이 이끌었던 시카고 불스의 72승 10패를 넘보고 있다.(現 62승 7패) 현재 NBA(미국프로농구)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함께 마이클 조던 이후 제 2의 부흥기를 맞고 있는 중이다. 

 

New(新) Era를 맞은 NBA. 그 중심에 서 있는 God(申) 스테판 커리.

골든스테이트의 농구를 보면 이처럼 시원하고 짜릿할 수가 없다. 압박수비이후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속공과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과 같은 슈터들의 3점슛은 농구를 처음 보는 사람마저 경기에 매료되게 하며, 워리어스라는 프랜차이즈의 서포터가 되게 하고, 결국 농구를 사랑하는 팬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워리어스는 성적뿐 아니라 구단 선호도 측면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워리어스 로고가 박혀있는 농구 용품들은 출고되기가 무섭게 품절되며,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과 같은 소속 선수들의 유니폼은 홈·어웨이 할 것 없이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워리어스 신드롬’이라 불러도 무방한 이런 현상은 구단의 노력, 선수들의 땀, 그리고 팬들의 성원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스테판 커리라는 전대미문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NBA 레전드이자 골든스테이트의 전(前) 감독인 마크 잭슨은 이런 말을 남겼다. 

“스테판 커리는 게임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He's hurting the game.) 고등학교 체육관에 가서 아이들의 플레이를 보면 그들은 우선 3점 라인까지 달려 나가 슛을 쏘기 일쑤다. 그들은 스테판 커리가 아닌데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커리 때문이다.” 

이것은 스테판 커리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커리와 워리어스가 3점슛과 공간창출이라는 과거와는 상이한 현대 농구의 패러다임을 가져왔다는 것을 역설하는 발언이다. 5할이 넘는 필드골 성공률, 90%의 자유투 성공률, 44%에 육박하는 3점슛 성공률은 스테판 커리의 진가를 수치만으로도 증명한다. 

 

그런데, 문뜩 이런 의문이 강하게 밀려온다. ‘작금의 워리어스는 갑자기 출현한 것인가?’ ‘스테판 커리는 어떻게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는가?’

 

 

무엇이 마이클 조던, 스테판 커리 같은 슈퍼스타의 출현을 가능케 했나. 

답은 리그의 시대를 앞서간 “제도”에 있다.

NBA에는 힘과 돈의 쏠림 현상을 막는 대표적 제도들이 있다. 신인선발제도(Draft)와 연봉상한제도(Salary Cap)가 바로 그것이다. 만약 이 제도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 혹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를 목격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연봉상한제도(Salary Cap)의 경우 말 그대로 구단이 선수를 영입하는 데 쓸 수 있는 돈의 한계치를 설정하여 시장 규모의 차이나 구단주의 재력의 차이와 같은 요소가 팀별 간극을 더 크게 벌리는 것을 방지한다. 즉 아무리 구단이 돈이 많아도 팀 로스터를 드림팀(미국올림픽남자농구대표팀)처럼 만들 순 없다는 얘기다. 신인선발제도(Draft)의 경우 매년 하위권의 성적을 거둔 팀들이 다음 해의 유망한 신인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장치로서 하위권 팀들에게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강팀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게 한다. 

 

실제로 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빅3’(Big Three)의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은 모두 워리어스가 드래프트에서 직접 뽑아 키운 선수들이다. 전통적으로 워리어스가 추구해온 빠른 농구 시스템 하에 정교한 패싱게임과 공간창출 전술을 주문하는 코칭스태프,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고 팀에 녹아든 선수들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지금의 워리어스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각 주마다 규모와 경제력, 인구수까지 천차만별임에도 각각의 주는 모두 상원의원을 두 명만 선출한다. 인구 60만의 버몬트 주 상원의원 한 명이 30만명을 대표하는 반면, 인구 4000만명의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은 2000만명을 대표한다는 뜻으로 이는 한편으로 정치학에서의 표의 등가성의 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논리이다. 

 

그러나 미국은 각 주마다 동등한 권리를 갖는 합중국(United States)이다. 또한 이 정신은 고스란히 미국의 프로스포츠 기저에 놓여있다. 자유주의, 시장주의로 대표되는 미국이지만 스포츠에서만큼은 ‘정정당당함’, ‘균형’, ‘기회’가 보장됨을 엿볼 수 있다. 소수의 팀이 우승을 독점하는 체제가 아닌 새로운 왕조와 슈퍼스타를 기대케 하는 제도는 NBA가 지금까지도 균형적이고, 건전하며, 깨끗한 이미지를 이어나갈 수 있던 원동력이 되었다.

 

 

제 2 제 3의 스테픈 커리를 위해, 미래를 위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극복하고자 핍진한 노력을 거듭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한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 사회의 ‘정정당당함’, ‘균형성’, ‘공정성’이다.

 

돈과 힘이 편중된 스포츠 경기에서는 승패의 결과가 너무나 명약관화(明若觀火)와 같다. 이기는 팀만 이기는, 결과가 예측가능한 경기는 관중들로 하여금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할 것이 분명하다. 

 

공정한 사회적 시스템 하에서 슈퍼스타는 탄생한다. 슈퍼스타의 탄생은 단순히 그 프랜차이즈의 금전적 이윤창출의 측면뿐 아니라 여러 농구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공은 둥글다. 그리고 슛은 던져봐야 아는 법이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미덕이듯, 슈퍼스타 탄생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갖춰야 할 미덕일 것이다. 우리는 스포츠로부터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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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3월26일 20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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