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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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본 문재인, 멀리서 본 문재인 - 노무현 정신을 되돌아보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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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5월24일 18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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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영원한 대통령

 

 2009년 5월 23일은 10년이 지난 오늘도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당시 나이 열 넷, 이제 막 사회에 눈을 뜬 청소년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게 해준 대통령의 죽음은, 이후 10년 간 그의 인생에 가장 깊숙이 영향을 끼친다. 

 

 이제는 어느덧 슬픔과 분노를 지나 아련한 기억으로 사라져가는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글을 시작한다. 

 

가까이서 본 문재인 

 

 2017년 5월 9일 오후 10시, 국회의원회관에 자리한 문재인 캠프 상황실에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제 19대 대통령 선거 문재인 후보는, 당선 ‘확실’이라는 구호와 함께, 익일부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 온 줄 알았다.

 

 그 현장에 있었다. 더불어 민주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되었던 3월 중순부터 선거 당일까지, 당시 문재인 후보의 캠프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정책메세지 팀에서 실무진으로 있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지 6일 뒤인 2017년 5월 15일, 대한민국 공군에 입대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목에 적합한 ‘자격’을 논하고 싶었다. 당시엔 꽤 가까운 분처럼 느껴졌다.

 

 매일같이 올리던 보고서에서는 그를 ‘후보님’이라 불렀고, 입대하기 전에는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대통령께 따로 인사도 드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2년간 군 생활을 했던 자대가 ‘공군 제 15특수임무비행단’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및 국내외 귀빈들을 경호하는 곳, 대한민국 공군 1호기가 늘 출격을 대비하고 있는 곳이었다. 

 

 본래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았다. 현재는 크게 실망했지만 당시 떠오르는 스타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했었다. 

 우연히 들어가게 된 문재인의 캠프 조직이었지만, 그를 열렬히 지지하고, 진심으로 돕게 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적폐청산,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와 같은 구호는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첫째도 후보, 둘째도 후보! 당시 (조금은 가까이서) 문재인 후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나날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그의 가치가 스며들었다. 

 

 군 복무 중에는 그가 오는 ‘행사(경호임무)’가 있을 때마다,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활주로에 새를 쫓아내거나, 동트기 전 새벽부터 VIP 경호임무에 투입되어도, 불만이 없었다.

 

 그는 내 가슴 속 깊이 자리 잡은, 무한한 존경심이 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본 문재인 

 

 2년의 시간동안 그를 멀리서나마 지켜봤다. 그 중에서도 20대를 위한다는 정책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 

 

 최저임금 인상, 청년 보금자리,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외 수 많은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느덧 전역을 하고 다시 사회로 돌아온 지금, 더 이상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20대를 위했던 정책은 되려 20대의 목을 조이고 있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선물해주겠다던 약속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심지어, 남아있는 대통령의 임기가 너무도 길게만 느껴진다. 

 

 실제로 20대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다. <한겨레>가 한국리서치뷰에 의뢰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취임 100일 후 기준으로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90.2%에 달했던 것에 비해, 2019년 5월 기준으로는 47.2%로 하락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변했을까? 신촌 거리를 가득 메우고 “문재인! 대통령!”을 외치던 20대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짧은 지식과 식견으로, 감히 분석을 해본다. 

 

20대는 어리석지 않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외쳤던 장본인으로서, 지난 2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적잖이 당황했다.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 (16.3% 인상), 2019년에는 8350원 (10.8%) 까지, 최저임금은 2년 만에 무려 29% (2017년 대비) 가 올랐다. 

 

 그래서 20대의 삶은 나아졌는가? 주변 친구들의 답은 ‘NO'이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그 작은 집단 내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했으며, 심지어 시간 쪼개기 등으로 이전과 수입이 다를 바 없는 상황들이 빈번히 발생한다고 했다. 

 

 그런데 물가는 올랐다. 6000원이면 한 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돈가스는 8000원이 기본 가격이 되었고, (누적되면 5~6만 원 정도로 꽤 부담이 되는)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이 되었으며, 생필품 외에 자잘한 비용을 모두 합하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피부로 와 닿는다.

 

 단순히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해서 생활이 나아지지 않음을 2년 간 뼈저리게 학습한 20대는, 이전처럼 최저임금 정책을 절대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일부 단체에서는 여전히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고 있고, 그들을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는 정부여당은 섣불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리석지 않은데,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어리석다. 

 

칼춤추면, 먹고 살만 해지는가?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사법부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고, 채용비리를 저지른 사기업과 공기업을 처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다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생각이 ‘정의’이고, 그것과 반대되는 일들을 심판하는 것은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곤 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김광두 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따르면, 적폐청산은 기업에 부담을 준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 50년 이래 석유파동과 IMF에 버금가는 정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자료 : 적색경보! 설비투자 감소, 역대급 이다 ☞ https://bit.ly/2VErigc

 

 상식적으로 기업이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어야 20대가 밥을 먹든 결혼을 하던 애를 낳든 하는 것인데, 채용비리만 청산했지 그 외에 일자리는 다 줄어들고 있다. 

 

 “삼성에서 20조를 풀면 200만 명이 천만 원씩 혜택을 본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와 같은 편협하고 적개심 가득한 사고방식으로 이루어진 적폐 청산은 우리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칼을 쓰려거든 꼭 필요한 부위에 ‘국소마취’를 하고 ‘부분절제’를 해야지, 현재 정부 여당은 ‘전신마취’를 해서 길을 들이려고 하니, 그 칼춤은 때때로 통쾌함은 줄 수 있을지 모르나, 실질적으로 20대의 삶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무현 정신, 제대로 알고나 있습니까? 

 

 노 대통령 관련 서적을 모두 읽어보았고, 홀로 봉하마을에 세 번 다녀왔으며,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청춘을 문재인 대통령께 헌정한 나는 완벽한 ‘당신 쪽 사람’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다보면,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신을 발전시키기는커녕 계승하지도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강하게 주장하지만, 결국 듣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귀를 기울이지만, 결국 듣지 않는 사람.” 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이토록 많은 부작용을 일으켰으면, 이제는 인정을 하고 정책 대전환을 해야 한다.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느니, 반대 편 당에서 돕지를 않아서 그렇다느니 하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께서는 임기 중 조중동을 개혁하려다 처참히 실패한 후, 자서전에서 ‘미숙했고, 세련되지 못했다’고 인정하셨다. 

 그런데 그것이 조중동 이었으니 망정이지, 문 대통령께서는 후에 회고록에서 국가 경제를 두고 실험하다가 “미숙했다.” 라고 인정하실 것인가? 

 

 노무현 정신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나라도 좋지만, 그 모든 명언구의 본질은 ‘민주주의’였다.

 

 나와 반대되는 편은 적으로 규정하고, 듣는 척하면서 결국 듣지 않는 자세는 노무현 정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제는 진정한 노무현 정신을 발휘하시기를 소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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