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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공항의 꽃….지상직 승무원의 현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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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22일 17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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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 사는 강 모씨(26세, 여)는 졸업 후 취업 시장을 전전하다 최근 지원자가 급증하고 있는 항공사 지상직 승무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항공사 지상직 승무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행기 객실 내 승무원이 아닌 공항 내에서 체크인 카운터에서 발권과 수속이나 게이트 출, 도착 서비스를 돕는 승무원들을 일컫는다. 강 씨는 공항에서 항공사 유니폼을 입고 공항을 마음껏 누비고픈 꿈을 안고 항공사 지상직 학원에 등록했다.

 

지상직 승무원은 크게 두 가지 회사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항공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자회사이다. 지상직 자회사는 ‘아시아나’,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서 직접 자회사를 설립해 지상직 승무원을 채용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예컨대 아시아나 항공은 ‘에이큐’, ‘케이에이’ 등을 설립해 지상직 승무원을 채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주항공의 ‘JAS’, 티웨이항공의 ‘TAS’등이 설립되어 많은 지상직 승무원을 모집하고 있다. 또한 지상직 항공 조업사도 있는데 이들은 보통 인력 협력 업체로써 국내 및 해외 여러 항공사에 하청 인력을 제공하는 업체이다. 대표적인 업체는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에이티에스’ 등이 있다.

 

강 씨가 등록한 항공사 지상직 학원은 한 달에 100여만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다. 지상직 승무원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했던 강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100만원 이상의 돈을 내고 항공사 지상직 학원에 등록했다. 항공사 지상직 학원은 체크인 카운터에서 사용하는 CRS라는 예약 발권 시스템에 대한 자격증 따도록 해주며, 면접 준비 및 여러 항공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강 씨는 지상직 업무에 필요한 토익, 중국어 등 외국어 학원에 등록해 어학 스펙 또한 올려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한지 3개월 만에 강 씨는 모 항공 조업사에 취업했다. 어째서 인지 여러 자회사와 조업사들은 두 달 혹은 세 달에 한번 신입직원 채용 공고를 냈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의 자회사 ‘케이에이’는 1년에 약 6번의 채용 공고를 낸 것으로 확인 되었다. 강 씨는 몇몇 서류합격과 면접 끝에 한 조업사에 취업하게 된 것이다.   

 

생리 불순, 탈모, 수면장애…버티면 낙이 올까


지상직 조업사에 취업한 강 씨는 한 달도 안되 엄청난 업무 강도와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 엄격한 분위기 등에 못 이겨 주저 앉고야 말았다. 강 씨가 다니는 회사는 스케줄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10시가 넘는 마감시간까지 근무하는 ‘올데이 근무’를 비롯해 새벽 5시반부터 2시까지 하는 ‘아침 근무’, 2시부터 저녁 10시 마감까지 하는 ‘저녁 근무’ 등의 불규칙한 생활을 반복해야만 했다. 어떤 때는 올데이 근무 다음날 조근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올데이 근무만 연속적으로 하는 날도 있었다. 강 씨는 새벽 근무일 경우 아침 3시부터 일어나 복장 및 머리 손질을 해야 했고 하루 2~3시간 밖에 잠들지 못했다. 막내였던 강 씨는 5시 반부터 택시를 타고 나와 픈 준비를 해야 했고 회사에서는 기존 근무시간 이외에 일찍 출근한 강씨에게 택시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강 씨가 업무를 거듭할수록 일정표에는 강 씨가 담당해야 할 비행기는 점점 추가되었고 올데이 근무 또한 점점 많아졌다. 또한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인원이 부족할 경우가 많을 땐 회사에서 계속해서 연장 근무를 요구하였고 엄격한 분위기 속에 그저 순응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외에도 불규칙적인 식사시간과 공항 내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충 때우는 식의 바쁜 업무 현장은 강 씨를 더욱더 궁지로 몰았다. 출, 도착 게이트에 근무하면서 각종 고객들의 컴플레인 등을 직접 받아내야 하는 현실도 강 씨의 몫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강씨는 적은 수면시간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탈모나 각종 피부 질환으로 인해 고생을 하였으며, 주위 다른 직원들은 수면 장애, 생리 불순 등 각종 질환에 까지 시달리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강 씨는 월급날 까지만 버티기로 하였으나 강씨에게 찍힌 월급은 수습기간 명목으로 10%가 제외된 150만원 언저리의 돈이었다. 보통 지상직 승무원들은 3~6개월 정도의 수습 기간을 갖는데 그 동안은 월급의 90%만을 받게 된다. 강 씨는 뼈 빠지게 일해서 아르바이트 보다 못한 돈을 들고 항공 업계를 떠나고 말았다.

 

부족하면 새로 뽑으면 되기에… 항공 자회사와 조업사의 업무 갑질


강 씨가 떠난 항공업계에서 거의 매달 인력을 채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숨어있었다. 여러 항공사의 자회사와 조업사들은 이들의 업무 강도가 엄청나게 가혹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 제주항공은 성수기에 하루에 42편의 항공기가 운항 된다. 만약 직원이 올데이 근무를 한다고 하면 하루에 42대의 항공기에서 한 대당 약 150명, 즉 하루에 6000명 이상의의 승객을 서비스 해야만 집에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항공 조업사와 자회사들은 비행 편수가 많건 적건 간에 인원을 늘리거나 돈을 더 주거나 하지 않는다. 이들은 어차피 엄청난 업무 강도에도 버티지 못하면 교체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실제로 한 번 이들이 모집 공고를 낼 때마다 약 500명에서 1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그럴 때마다 약 20~30여명의 인원을 뽑는다. 1년에도 6~7번 인재 채용을 하고 있으니 일년에 두 번정도 채용을 하는 여타 직종에 비해 비약적으로 많은 수치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1년 미만 입사자의 퇴사율을 보면 설명이 된다. 항공 조업사와 자회사의 1년 미만 입사자의 퇴사율은 약 50%를 상회한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항공산업 특성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설명하며 높은 퇴사율 또한 회사가 아닌 직원들이 버티지 못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우리 공채직원 쓰기는 아깝고, 하청 노동자들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는 모기업


이들이 근본적으로 겪는 문제는 인건비이다. 국내 거대 항공사인 아시아나 항공, 제주항공 등이 자회사 혹은 조업사 등을 통해 간접 고용을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이들이 공채를 통해 선발된 인원은 소위 ‘몸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항 현장에서 직접 뛰는 직원들은 자회사나 조업사를 통해 항공사 공채 직원 한 명의 월급으로 조업사 3~4명의 인원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실제로 2018년 아시아나 항공 지상직 승무원들은 종로구 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적이 있다. 이들은 장시간 근무에도 기본급은 최저 임금도 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시아나 자회사인 ‘케이에이’ 소속의 간접 고용으로 계약되어 값 싼 인건비와 기초적인 휴식시간도 제공되지 않는 하청 노동자의 현실을 얘기하였다.

 

이러한 공항 노동자들은 올 데이 근무와 연장 근무 등의 가혹한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확충을 얘기하고 있다. 아침 출근이나 저녁 출근은 공항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하루 9시간만 일하고 1시간은 마음 편히 식사 및 휴식을 할 수 있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준의 복지를 원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승무원들이 지나친 업무로 과로와 실신이 잇따르는 가운데, 항공 서비스는 점점 자동화 되어 많은 지상직 승무원들은 자리를 잃어가고 경쟁률만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근본적인 인건비 문제와 항공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상직 승무원들은 노예처럼 일하다 계속해서 교체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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