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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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1930년대 독일과 유사…우리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9월07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07일 11시45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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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다시 당선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좋은 징조다.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4년 전에는 아무리 힐러리 클린턴이 비호감이더라도 설마 트럼프가 되겠나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트럼프가 당선되는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트럼프와 요새 미국 정치를 보면 1930년대 초 독일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1차 대전이 끝나고 바이마르 헌법이 제정됐는데, 기본권 보장이 잘 되어있는 헌법이었다. 그런데 이 헌법은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 하나는  완전한 비례대표제라서 극단적 정당도 원내진입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의회 2/3 찬성으로 무슨 법이든 만들 수 있게 했다. 너무나 민주적인 헌법인데, 그래서 헌법이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바이마르 공화국 예를 들어서  정당명부제 비례제도 도입을 반대했었다.)

 

바이마르 공화국 초기에는 사민당 같은 중도 민주정당이 주도적 세력을 이루었으나 갈수록 공산당과 나치당이 세력을 키워서  이 두 정당이 큰 정당이 되고 그 밖의  군소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해서 불안한 연정을 이루어야 했다. 1929년 미국 주식 폭락으로 회복 중이던 독일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1933년 1월,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나치당의 히틀러를 총리로, 전통적 보수파로 총리를 지낸 폰 파펜을 부총리로 임명했는데, 각료수가 적은 나치당 보다는 폰 파펜이 실제로 내각을 이끌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 해 2월 27일 의회건물에서 의문의 화재가 발생했고 히틀러는 그것이 공산당 소행이라고 밀어붙였다. 히틀러는 초법적인 의회화재법령을 발동해서 반대파를 탄압했고 그 위세에 눌린 다른 우익정당이 동조해서 의회의 권한을 총리에 부여하는 수권법이 통과됐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이렇게 끝났고, 그 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 미국 정치 상황이 1930년대 초 독일과 닮아 보인다. 1차 대전 패전 후 독일 우익이 퍼뜨린 게  "등에  칼 맞았다" (stab in back)라는 이론이다. 독일군은 잘 싸웠는데 독일 내 유태인 가톨릭 주민들이 배반해서 그렇다는 말이었다. 요새 말로 하면 완전한 가짜 뉴스인데, 그게 많이 먹혔다. 지금 트럼프가 떠드는 게 이런 식의 속죄양 만들기인데, 불행하게도 상당히 먹히고 있다.

 

트럼프가 연설하는 모습과 가장 닮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히틀러다. 막히는 게 없이 이야기하고 지지자들을 흥분시키고 사실 여부는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히틀러는 바이마르 헌법의 맹점인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총리가 됐다. 트럼프는 미국 헌법의 맹점인 선거인단제도 덕분에 대통령이 됐고 또 되려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주별로 집계해서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 표(그 주의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숫자 합산)를 독식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일반투표 전국합산에서 2등을 한 후보가 선거인단 표 합산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2016년 트럼프와 2000년 부시가 그런 경우였다. 그래서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위스콘신 플로리다 같은 경합주(swing state)에서 트럼프가 또다시 근소하게 승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가 다시 승리할 수 있다면 그 원인은 민주당에게도 있다. 민주당의 주류가 샌더스나 워렌 같은 사람들이 왼쪽 성향으로 너무 흘러갔기 때문이다. 미국은 양당 체제이지만 그 속사정을 보면 나치당과 공산당이 양대 세력이었던 1930년대 초 독일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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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07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07일 11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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