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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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추미애와 조국, 그리고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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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09일 18시35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11일 10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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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찬스-병사의 휴가- 에필로그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공전(空前)의 대작으로 남은 ‘조국 주연, 더불어민주당 제작, 문정권 감독’의 다큐멘터리 ‘아빠 찬스’에 이어 추미애 주연의 후속작 ‘엄마 찬스’가 대박이 날 기세다. ‘엄마 찬스’의 부제(副題)는 ‘병사의 휴가“.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휴가 미귀(未歸)사건이 전방위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군 생활과 관련해 휴가 미귀사건 뿐만 아니라 자대배치 청탁, 평창올림픽 통역병 파견 청탁 등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고, 심지어 추 장관 딸의 유학 비자발급에 따른 청탁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추 장관과 야당 국회의원들의 공방뿐만 아니라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질타와 옹호 발언을 주고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 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현근택 변호사가 아들의 변호인 신분으로 전면에 나서서 ‘야야 공방 드잡이’의 새로운 선수로 자처하고 나섰다. 현 변호사는 지난 8일 “서 씨가 복무한 카투사는 육군 규정이 아닌 ‘주한 미 육군 규정’이 우선 적용돼 병가와 휴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은 “휴가의 경우 대한민국 육군 규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설왕설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온 나라가 추미애 장관 아들 문제로 들썩인다. 이런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사실 이 사안은 그렇게 복잡한 사건도 아니었다.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쉽게 판단할 사안이고, 간단히 끝날 문제였다. 휴가 미귀는 군복무 규율 위반이다. 좀 더 거창하게 이름붙이자면 ‘탈영’이다. 

 

 카투사에 복무 중 병가(病暇)를 끝낸 추 장관의 아들 서 모씨가 부대장으로부터 개인휴가 연장의 허락을 사전에 득(得)했기 때문에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서류상의 절차가 불비했다는 얘기다. 이런 저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추장관은 이 문제가 불거지자 “몸이 좋지 않아 가지 않았어도 될 군대를 엄마 때문에 자원해서 갔으면 칭찬해 줄 일이지 시비를 걸 일인가?”라고 변명하고 나섰다. 참 순진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변명도 그럴 듯한 변명을 해야 따져보기라도 하는 것 아닌가?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난해 12월 30일 추미애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추 장관이 제기된 의문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했다면 어찌됐을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아마 문제는 됐겠지만 이렇게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변명에 변명을 거듭하면서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렸고,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벼랑 끝에 서버린 셈이 됐다.

 

또 한 가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은 검찰의 수사다. 이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돼왔는데 추 장관 아들 사건 고발이 접수된 지 8개월이나 흘렀는데도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간단한 사실관계의 수사인데도 이렇게 질질 끄는 것은 검찰이 진실규명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야당은 지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동부지검의 이 사건 담당 검사들은 최근 인사에서 좋은 자리로 가거나 승진했다고 한다. 수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보은 아니냐는 의혹이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다.

 

그간의 문제 제기와 사실관계, 그리고 관계 당사자들의 해명과 주장 등은 여기서 일일이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딱한 것은 상당수 국민들의 의견은 잘못된 휴가절차 또는 절차상의 오류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추 장관 측만 “전혀 문제없다”는 식으로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서 씨 휴가 마지막 날 부대 당직 사병의 진술이나 통화 주장에도 ‘허위사실’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안 되는 일 아닌가.

 

그러니 이제는 ‘아빠 찬스’ 조국 사태의 ‘닮은꼴’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들어 보면 그럴 듯하다. 우선 조국사태나 추미애 사태는 다 같이 국민들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공통점이 있단다. 조국 전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등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교육 분야에서, 그리고 추 장관은 국민 모두가 민감해 하는 아들 병역문제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또 ‘내로남불’도 닮은꼴이란다. 추미애 장관은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불거진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당시 의무경찰)에게 제기됐던 ‘운전병 특혜 의혹’,‘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는 데 앞장섰던 이력으로 보면‘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공통점은 두 사건이 모두 정기국회에서 여야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조 전장관은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온통 ‘조국’문제로 혈투가 벌어지게 했는데, 21대 첫 정기국회는 ‘추미애 장관 아들’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9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한 날이다. 추미애 장관 아들 병역비리가 의혹이 제기된 지금 ‘조국 사태’가 소환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지난 7일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종인 위원장은 "추 장관의 '엄마 찬스'를 보는 국민들은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빠 찬스'의 데자뷔로 느껴진다"며 "즉각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부모의 잘못된 자식 사랑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것 같다"며 "당시 집권여당 대표가 권력을 동원해 헌법에 규정된 국방의 의무를 해치고 공정의 가치를 짓밟는 반헌법적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질타했다.

 

여당의원들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았다. 사건에 대한 추 장관 비호(庇護) 언급을 앞 다퉈 제기한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의원은 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시 추 장관 측 보좌관이 군에 청탁 전화를 넣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추 장관 아들 측을 옹호했다.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은 평소에 식당에서 김치찌개 시켜 먹듯 청탁을 하나보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출간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내용에 보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하는 것을 사람들은 ’세례를 받는다‘고 한다는 대목(강양구 기자)이 나온다. 뭔가 잘못된 세태를 반영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국대전은 아직도 끝난 것은 아니다. 재판이 진행 중이고 조국 전장관도 ‘나도 있다’고 가끔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개진도 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조 전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의 논평 중에는  ‘때늦은 감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명권자와 집권당을 만신창이로 만든 뒤였다는 게 그 이유였다. 대통령과 집권당 지지율 하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추미애 주연의 ‘엄마 찬스’ -병사의 휴가- 에필로그는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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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0년09월11일 10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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