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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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國政)은 소꿉장난이 아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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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1월20일 20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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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며칠 사이만 해도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국정(國政)의 범주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김해신공항건설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추진 문제가 그렇고, 여야로 구성된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활동도 따지고 보면 선뜻 납득이 안 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진행상황이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코로나백신 확보 시 북한과 나눠쓰자는 제안 등은 아예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지난해 말 구성된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그간의 검증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여권에선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잽싸게 이슈화했다. 그런데 뒷말이 그치질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가 하면 검증위원장을 맡았던 김수삼 한양대 명예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해신공항을 못 쓴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우리 뉘앙스는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덩달아 야당인 국민의힘은 PK출신과 TK출신으로 찬반이 나누어지는 자중지란(自中之亂)에 휩싸이고 있다. 거당적으로 힘을 모아 국가 대사를 논의해도 부족한 판에 지역정서에 기대 편이 갈라져야 하니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발전보다 자신들의 표(票)지키기가 우선인 모양새가 보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김해신공항검증이 내년 4월의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행사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 아닌가.

 

어쨌거나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국책사업을 정치권의 표계산에 따라 심심하면 되풀이 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더구나 야당인 국민의힘 부산경남출신 의원들은 여당에 앞서 '특별법'을 제출했다고 한다. 가덕도신공항을 예비타당성 검증 없이 신속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조원이 넘는 국책사업을 타당성 검증없이 추진하자니 이게 국회의원들이 할 일인가? 국가대사를 어린애 소꿉장난처럼 갖고 놀아서야 될 일인가? 평소에는 매우 점잖고 유식한 국회의원 나리들이 내 편을 들어주는 대목에서는 ‘체면 불구, 논리 무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라가 걱정이라는 생각에 속이 뒤집힌다. 이것을 정치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장난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점에서 공수처장 추천문제도 일반국민들이 보기에는 소꿉장난처럼 보인다. 여당은 공수처법을 만들 때 공수처장 추천에 있어서 야당에 비토권을 주겠다고 해서 야당의 동의 없으면 임명이 불가능한 구조를 법률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막상 추천위원회를 열어보니 이제는 야당 추천위원들이 “무조건 반대 한다”는 이유로 법을 고쳐 야당 동의 없이도 추천해서 임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야의 협치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법을 고치기 전에 야당추천 공수처장 후보를 인정할 수는 없는가, 아니면 야당이 동의할 만한 인물을 내세울 의사는 조금도 없는가? 야당 추천후보는 무조건 안 되고, 우리가 다수당이니 우리 맘대로 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참으로 역겨운 거대여당의 오만이다.

 

오만의 극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최근 행태가 아닌가 싶다. 추 장관의 난해한 행동은 그 동안 수없이 목격해왔다. 아들 병역비리 문제를 둘러싼 국회답변 등에서 갖가지 행태로 독선과 아집의 전형을 보여줬다. 최근 들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권 행사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법들이 ‘법 절차’로 포장돼 남발되고 있다. 추 장관은 얼마 전 국회에서 ‘검찰개혁’이 끝날 때까지 장관직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자기 맘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자리가 법무부장관 자리인가? ‘검찰개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묻고 싶다. 그 내용을 들어본 기억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을 퇴임시키는 것이 검찰개혁의 목표인가?

 

“법무부의 절대지지 않는 꽃길을 아시나요”

최근 추미애 장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여기에는 과천 법무부청사에 배달된 꽃바구니 사진 네 장도 함께 올려져 있다. 이를 두고 지난 10월 추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대검 국정감사를 전후해 대검찰청 주변에 세워진 윤석열 총장 응원 화환에 대한 대응이 아니냐는 쑥덕거림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추미애 장관은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故)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께서 꽃다발을 보내주셨다"며 "꽃을 보면서 저를 추스르고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되새기겠다"고 적었다.

추 장관은 "국민적 열망인 검찰개혁의 소명을 안고 올해 초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몇 년은 지나버린 것 같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다"며 "매일같이 사안의 본질은 제쳐두고 총장과의 갈등 부각과 최근에는 장관의 거취를 집중적으로 여론몰이하는 보수 언론 등을 보며 참을 수 없는 압통과 가시에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 않을 때가 없다"고 했다.

 

추 장관인들 최근의 이런 저런 상황에 마음이 편할 리 없을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능히 짐작할만한 일 아닌가. 그러나 과연 추 장관 말대로 보수언론의 괴롭힘만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고, 자신의 판단과 처신에는 부족함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런가하면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18일 KBS에 출연해 “좀 부족하더라도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간 코로나 백신 공유를 제안했다고 한다. 통일부장관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때인가? 코로나 대유행이 3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또 우리 국민들이 쓸 백신확보도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리 통일부장관이라 하더라도 북한에 나눠쓰자고 제안할 여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은 즉각 거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정은 소꿉장난이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국가장래를 위한 판단보다 표(票)를 얻기 위한 정파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그 파장은 필시 국민부담과 계층간 지역간 대결 양상 심화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부담이 따르는 국책사업은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더해 결정해야 할 일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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