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영수 국미연 연구위원의 시(詩) 세계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1월17일 14시03분
  • 최종수정 2023년01월19일 10시18분

작성자

  • 한영수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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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전문지(誌) ‘心象(심상)’의 2022하반기 신인상 수상…시단(詩壇)에 등단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인 한영수 전(前) 전주비전대 총장이 시전문지(誌) ‘心象(심상)’<사진>이 선정한 ‘2022년 하반기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시단에 등단했다. 한영수 시인은 산업자원부 관리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경기과기대 및 전주비전대 총장을 지낸 경제학 박사이기도 하다. 이번에 신인상을 받은 시는 모두 5편으로 ‘아듀, 초록빛’ ‘유실물 센터’ ‘뛰어내리는 해’ ‘눈먼 지구’ ‘물방울 사내’ 등이다. 심상은 ‘2022년 하반기 신인상’으로 한영수 외에 이정숙·신찬호·박복선·임송미 시인 등도 함께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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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심사위원회 대표인 박동규 심상 발행 및 편집 고문은 한영수의 ‘아듀, 초록빛’에 대해 이런 심사평을 내놓았다. 

“ 계절의 변화를 삶의 전개과정과 연결하여 ‘느지막하게 해거름에 와서 여유로웠던 저녁놀까지’ 떠나보내는 감정의 차분한 서정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한영수의 시(詩) 세계는 맑은 정서의 절제된 표현이 특징이며 차분하고 정갈한 언어 선택이 그 만의 개성적 시 창작이라고 보여진다. ‘뛰어내리는 해’에서 보여주는 화자의 시선은 그의 시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의 감성적 이미지의 설정이 좀 더 단단하기를 기다린다.”  

 

신인상을 선정한 시전문지 ‘心象(심상)’은 1973년 10월 박목월(朴木月)·박남수(朴南秀)·김종길(金宗吉)·이형기(李炯基)·김광림(金光林) 등이 창간했다. 당시 편집 겸 발행인에 박목월, 인쇄인은 김재희(金在禧)였다. 동인지(同人誌)의 성격을 탈피한 폭넓은 시 전문 잡지로는 최초였다고 한다. 현재는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박목월 시인의 자제)가 발행 및 편집 고문을 맡고 있으며, 2022년 12월 현재 통권 590호를 간행했다.

 

한영수 시인의 시 5편을 소개한다.

 

<아듀, 초록빛>

이제 난 떠나야 하네

뱀사골 계곡에 품 큰 만수천

흘러넘치게 가득 부어놓고

생각에 잠기다가 선잠든

작은 옥빛 샘은 깨우지 않고

늦게 나온 매미가

가지말라 애걸해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네

 

성장판을 다 열어

마음껏 가지 뻗게 하고

칠정의 열매 그득히 채워

키워놓은 초록빛 자식들

소곤소곤 나누던 그들 얘기

짧은 밤 지새워 귀 기울이며

한 철 빨리도 지나갔네

 

부푼 가슴 겨워 떠돌며

그림 그리고 시 쓰던 흰 구름

심술 나면 끝없이 울어대던

먹구름도 벌써 그립네

차갑지 않은 밤바다가

너무 좋아 뛰어든 초록별들

느지막하게 해거름에 와서

여유로웠던 저녁놀까지

다 잊고 떠나야 하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어서 떠나라 독촉하고

가을은 반 발치 뒤에서

기다리고 있네

노고단에 고고한 소나무

그 무심한 둥치에도

끈적한 미련의 송진이 남았지만

나는 발길이 안 떨어져도

돌아서서, 아듀!

 

<유실물 센터>

유실물 센터에 갔다

캠퍼스에서 잃어버린

밑줄 쳐 놓은 페이지들

연못에 빠트렸던 속삭임들

혹시 있을까 싶었지만

아예 습득 목록에도 없었다

 

남아있는 것 중에는 그냥 버렸거나

놓고 내린 물건이 많았다

한때 끼고 살다가 애물단지가 된

해묵은 수첩과 노-트는 반색을 했고

턱을 괴고 앉은 내 그림자는 꿈틀꿈틀

내게 다시 엉겨 붙으려 했다

그림자가 흘려놓은 음울한 음표들도

재빨리 달려들었다

 

정말로 찾고 싶었던 것

급하게 달려가다가 잃어버린

팔딱거리던 내 덜 여문 심장

푸르스름한 껍질만 남아

미풍에 팔락이고 있었다

 

<뛰어내리는 해>

중천에서 졸다가 놀다가

갈 길을 서두르는 해

산마루에서 숨을 몰아쉬고 나니

더 이상 길이 없어

해는 서쪽 산마루에서

매일 뛰어 내린다

 

망연한 하늘 끝에

붉은 흔적 잔뜩 뿌려놓고

은회색 바다에

얼굴 한 번 비춰보고

가슴을 달래고 눈을 질끈 감고

더는 망설임 없이

아득한 산마루 너머로

뛰어 내린다

 

<눈먼 지구>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온몸이 흐물거리고

정신은 혼미해집니다

그 멀리서 조금만 화를 내도

심장이 멎습니다

 

그래도 매일 매일 한결같이

열정과 생기를 주는 당신

그렇게 멀리 있어도

저 넓은 우주 속에서

내게는 가장 가까운

삶의 원동력입니다

 

더 가까이 갈 수도 없고

더 이상 멀리 떨어지기는 싫어

늘 일정한 거리에서

일 년 열두 달 일편단심

 

당신을 바라보다 눈멀어서

걸어도 걸어도 쳇바퀴를 돕니다

 

못 잊어 먹먹한 가슴으로

숱한 밤을 지새웁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다가

차라리 타버려도 좋을걸

가슴만 덥혀진 채

주변만 맴돌고 있습니다

 

<물방울 사내>

달 보기를 좋아하던 사내

어느 날 물방울 속에 들어가 있는

달을 보고 나서부터

하늘 대신에 물방울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작은 물방울은 좀 외롭긴 해도

둥글게 제 몸을 다지며

홀로 서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기꺼이 헤어지기도 했고

필요할 땐 뭉칠 줄도 알았다

 

제 속 다 들어내 보이며

진실을 말하려 애썼다

빗방울이 되어 먼지를 끌어안고

순결한 연꽃잎을 지키기도 했고

눈물방울이 되어 늙은 시인의 눈에서

얼룩진 잔상을 닦아 주기도 했다

 

물방울처럼 살고 싶었던 사내는

밤낮으로 물방울만 만들다가

아예 그 속에 들어가 살았다

스스로 빗방울도 되고

눈물방울도 되다가

헤어질 땐 입자가 되어

달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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