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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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이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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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2월27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27일 10시19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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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신문 정의길 기자가 펴낸 <유대인, 발명된 신화>가 어느 정도 매출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데, 책 제목이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책 내용은 대부분 유대인의 역사를 다룬 것인데, 구태여 그런 제목을 붙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유대인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을 한꺼번에 엮어서 ‘악(惡)의 세력’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진보성향 사람들이다. 근본주의 기독교인도 유대인을 백안시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들이 넓은 의미의 반(反)유대주의(antisemitism)다. 반유대주의는 나치 독일에서 절정을 이루었지만 개신교의 나라 미국에서도 그 뿌리가 깊다. 유대인들이 마치 마피아 대부들처럼 밀실에서 모여서 미국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스운 이야기이다. 유대인과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공화당을 한꺼번에 엮어서 거대한 음모집단으로 비난하기도 하는데, 사실을 말한다면 미국 내 유대인은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지해 본 적이 없다. 

 

여하튼 유대인이라고 하면 나는 유학 시절을 떠 올리곤 한다. 학부 학생의 50%가 유대인 학생이었던 대학에서 공부를 했으니까 말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헌법을 공부할 때 나에게 깊은 영향을 준 학자들이 모두 유대인이었다. 그것도 헨리 키신저처럼 유럽에서 태어나서 박해를 피해 10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와서 장학생으로 공부해서 당대의 학자가 된 교수들이었다. (유대계 법률가에 대해선 나중에 이어서 쓰기로 한다.) 

 

현재 미국에는 유대인이 대략 760만 명이 있는데, 전체 인구의 2.4%에 해당한다. (2021년 Pew Research 통계) 여기서 760만 명은 유대인 정체성을 갖고 있는 성인 580만 명과 유대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 180만 명을 더한 숫자이다. 그 외에도 150만~200만 명이 부모의 한쪽이나 조부모의 한쪽이 유대인인 보다 넓은 의미의 유대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대인이 미국에 본격적으로 이민을 온 시기는 19세기 말이었고, 1900년에 미국 내 유대인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 섰다.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는 뉴욕이었고 그 다음이 보스턴이었다. 2차 대전이 시작되던 1940년에 유대인 인구가 500만 명에 육박했으나 전쟁 중에는 이민이 중단됐고 전쟁이 끝난 후에 이스라엘이 건국됨에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 유대인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1980년대 들어서 유대인 인구는 600만 명 수준이 됐으며, 1990년대에 걸쳐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 유대인이 증가했다. 

 

현재 이스라엘의 인구는 950만 명이고 그 중 유대인이 700만 명이기 때문에 미국 내 유대인 인구와 이스라엘의 유대인 인구는 같은 수준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에 사는 유대인은 전세계 유대인 인구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20%는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전세계 유대인은 대략 2000만 명이다.     

 

사실 유대인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유대인 혈통이 1/8, 심지어 1/16만 있으면 유대인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나치는 조부모 4인 중 한 명만 유대인이면 유대인으로 분류했고, 그렇게 해서 별안간 유대인으로 분류되어 수용소에서 죽은 사람도 많았다. 건국 후 이스라엘은 거기에 상응해서 그런 경우를 유대인으로 보아서 귀국을 허용했다. 유대인의 범위가 이렇게 넓어지자 가짜 유대인으로 이스라엘로 이민을 오는 경우도 있다. 1970년대 말부터 소련이 유대계 주민의 해외 이민을 허용하자 가짜 출생증명서를 들고 이스라엘로 입국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유대인 정체성’이란 말도 분명하지 않다. 부모가 유대인이고 토요일에 유대교 회당(시냐고그)에 나간다면 확실한 유대인이다. 매주 토요일에 회당에 나가지는 않더라도 코셔(Kosher) 음식 규율을 지키고 금식일(욤 키푸르)을 준수하면 유대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대인은 이런 점에서 기독교인과 다르기 때문에 유럽에서 박해를 받았고 미국에서도 차별을 당했다. 부모 중의 한쪽이 유대인이면서 유대교 회당을 나가지는 않지만 교회도 나가지 않고 햄과 소시지를 먹는 사람을 유대인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애매하다. 유대인이면서도 기독교나 가톨릭으로 개종을 한 경우도 유대인인지 아닌지는 역시 애매하다. 부모가 유대인이면서 유대교 회당이나 교회를 나가지 않고 코셔 규율도 준수하지 않지만 자신이 유대인임을 인식하는 경우는 그래도 유대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비슷한 문제는 흑인 혼혈의 경우에도 발생한다. 남북전쟁 전 남부에서는 흑인 피가 한 방울 만 섞여 있어도 흑인으로 보아서 노예로 간주하는 법률(One Drop Rule)이 있었다. 토머스 제퍼슨은 흑인 혈통이 1/8인 샐리 헤밍스라는 혼혈 노예와의 사이에 아이를 여럿 두었는데, 이들은 흑인 혈통이 1/16 밖에 안돼서 거의 백인 같았지만 남부에서는 엄연히 흑인이었다. 제퍼슨이 헤밍스와 사이에서 나은 아이들 중 아들 셋과 딸 하나가 성인으로 자랐는데, 제퍼슨은 큰 아들과 딸은 비밀리에 북쪽으로 탈출시켰고 나머지 두 아들은 유언으로 자유인으로 만들어서 북부에 가서 살도록 했다. 남아공화국이 인종차별을 할 때에 입국자는 인종을 표시해야만 했는데, 미국 남부에 살던 흑인 혈통이 1/16인 여성이 여권을 발부해 보니까 자신의 인종이 흑인이라고 나온 것을 보고 백인으로 고쳐 달라고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한 적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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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를 하는 유대계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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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이스라엘에 정착하기 위해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미국인들 중 이스라엘 군(IDF)에 입대하려는 젊은이들을 환영하는 모습. 이스라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녀 모두 군대를 가고 전역 후에 대학에 진학한다. (우리나라가 전쟁 위기에 처하면 미국에 사는 한국계 젊은이들이 한국군에 입대하기 위해 귀국을 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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