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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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 이야기 <94> 왠지 짠한 4흉수(四凶獸) 이야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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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24일 10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24일 10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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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 고사를 들어 말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터무니 없는 허풍이 싫기도 하고, 또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를 중국의 누가 말했다고 말하는 것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태백, 백발가의 머리 길이가 삼천 장이라는 말이나, 동방삭이가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얘기가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일장(丈)은 약 3m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아무리 머리카락이 길어도 삼천 장이라면 9,000m 즉  2십리도 넘는 엄청난 길이다. 동의하기에는 너무 심한 과장이다. 일갑자도 60년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60년에 3,000을 곱하면 삼천갑자는 18만 년이다. 동방삭은 많은 사람들이 전설적 인물로 알고 있으나, 그는 실존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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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史記)를 저술한 사마천과 절친이었고, 그래서인지 사기 골계열전에 그의 얘기가 실려있다. 골계(滑稽)의 뜻은 재미있고 웃기는 농담 이야기를 말하지만, 그 안에 인생에 대한 어떤 뜻을 담고 있는 얘기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골계전 또는 골계열전하면 그런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 또는 그런 사람들을 소개한 책을 말한다. 

 

동방삭은 한(漢) 무제의 가신이었다. 한 무제는 기원전 1세기 때 사람이므로, 만약 서왕모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은 동박삭이가 18만년을 살고 있다면 지금도 중국 공산당 치하 어느 곳에서 숨어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중국 4흉수(四凶獸) 이야기

 

앞에서 언급했듯이 중국 얘기는 허풍이 너무 심하여 인용하고 싶지 않지만, 때로는 작은 씁쓸한 뜻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그 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 상당히 많은 선진국가라고 하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 왠지 그 의미가 새롭게 떠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4 흉수'라고 하면 혼돈(混沌/渾沌), 궁기(窮奇), 도올(檮杌) 그리고 도철(饕餮)을 뜻한다. 각각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 혼돈(混沌/渾沌)

 

천지개벽 시부터 곤륜산에서 살았다는 괴수다. 전설상의 중국 제왕 제홍 씨의 자손이라고 한다. 형상은 큰 개, 혹은 늑대의 모습이고, 온몸이 긴 털로 덮여 있으며, 팔다리는 곰과 닮았으나 발톱은 없다고 한다. 사람고기 먹기를 좋아하며, 두 눈이 있으나 사물을 볼 수 없고, 두 귀는 있으나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감각이 매우 민감하고 예민하며 식욕은 왕성하고, 복강 내에는 장 대신 로지 식탐만을 탐하고 쫓는 직선(直線)의 창자만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혼돈의 창자는 곧기 때문에 음식물을 삼키면 곧바로 배설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먹이를 쫓아간다.

 

이 동물은 선인을 만나면 공격하고 헐뜯었으나, 악인을 만나면 다정하고 친숙하게 굴었다고 한다.

 

두 눈이 있으나 사물을 볼 수 없고, 두 귀는 있으나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 하니, 왠지 요즈음 불통을 서로 주장하는 매스컴에 자주 나타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3. 궁기(窮奇)

 

중국 변경 서북 쪽 외곽에 사는 야수로서 고대 제왕 소호 씨의 자손이라고 한다. 호랑이 모습에 톱 같은 송곳니와 갈고리 모양의 발톱이 있고 두 앞다리에 한 쌍의 날개가 있어 능히 날 수가 있고, 자주 사람을 습격하였다고 한다. 이 괴수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일리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혹시 누가 충직하고 성실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곧장 달려가 그 사람의 머리와 코를 물어 뜯어 먹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누가 음탕하게 굴고, 나쁜 일만 일삼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들짐승을 잡아 그 사람에게 선물로 바쳤다고 한다.

 

호랑이의 모습에 톱날 같은 송곳니와 발톱이 있고 두 앞다리에 한 쌍의 날개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 행동이 얼마나 사납고 날쌨을까, 쉽게 상상이 간다. 왠지 이 동물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매스컴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4. 도올(檮杌)

 

이 동물도 중국 변경에 사는 야수로 고대 제왕 전욱 씨의 자손이라고 한다. 호랑이의 모습이지만 호랑이보다 크고, 몸의 털은 두 자가 넘으며, 사람 얼굴에 멧돼지의 큰 입과 긴 송곳니가 있고, 꼬리는 이장 팔 척이나 되는 인면호(人面虎)였다고 한다. 늘 주위 사람들 사이에 이간질과 싸움질을 생기게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싸움을 좋아하였으며, 한번 싸우면 누군가가 죽어야 직성이 풀렸다고 한다. 

 

5. 도철(饕餮)

 

중국의 서남 쪽 외곽에 사는 일종의 괴인(怪人)으로 고대 제왕 진운 씨의 자손이라고 한다. 몸은 털로 뒤덮여 있고, 양의 몸과 사람의 얼굴 모습으로 뿔이 두 개 달려 있다고 한다. 머리에는 멧돼지 머리 모자를 썼는데 성미가 포악하고, 편안한 것만 즐기며, 일하기 싫어하고, 재물을 모으면 아까워 쓰지를 못하였다고 한다. 약함을 능멸하고, 타인의 식량을 강탈하기 좋아하였으며, 사람이 많은 곳은 가질 못하고 홀로 있는 사람을 습격하기 좋아했다고 한다. 매우 교활하고 야비한 성격을 소유한 괴인이었다고 한다.

 

6. 흉수들의 공통점

 

이 4 흉수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괴수 또는 괴인이면서도 모두 사람의 자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전설적인 현군(賢君)의 자손이라는 점이다. 즉 매우 현명한 부모 또는 선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모두 흉폭하고 이간질과 싸움질을 좋아하며, 남의 것을 지나치게 탐내고, 무엇보다 무치(無恥), 즉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내가 행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옳고, 나의 것은 결코 남에게 주고 싶지 않지만, 남의 것이 좋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그것을 차지하여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선거 낙선한 후 군중들을 선동하여 국회의사당 난입을 주동하였다고 의심을 받고, America First! 라지만 사실은 America Only를 주장하는 트럼프, 네 것은 내 것, 내 것은 당연히 내 것, 또한 좋은 것은 더욱 당연히 내 것이라고 강변하는 시진핑, 민주주의 가장 핵심 원칙인 삼권분립까지를 무시하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 과거 내 땅이었으니 그것을 찾는 행위는 침략이 아니라 고토 수복이라고 주장하는 푸틴, 아무런 정치적 이유도 없고 능력도 없으면서 갑작스런 대규모 공격을 하여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중동사태를 일으킨 후티 반군 등등.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현재 세계의 정치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도 얼마나 자유스러울지 모르겠다. 이번 선거를 치르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왜 세상이『갑자기』 이렇게 변하는지... 

힘 있는 나라가 변하니 다른 나라들도 따라서 변하는 것인지...

세상을 그리 짧지 않게 산 나도 요즈음은 매우 혼란스럽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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