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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여야의 장군 멍군, 선거 망칠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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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12일 1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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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大選) D-1년(3월9일)을 계기로 벌써부터 본격적인 선거 정국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때맞춰 터진 LH토지투기 의혹 사건은 날이 갈수록 세력을 부풀리면서 태풍(颱風)급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당과 야당의 장군 멍군도 묘미를 더해 간다.

 우선 사퇴압박을 받아오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의 사의 표명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밝히면서 "다만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내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 1차 조사결과는 시작일 뿐으로, 지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투기 전모를 다 드러내야 한다"고 밝히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끝까지 수사해야 한다. 명운을 걸고 수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문 대통령은  이어 "공직자와 LH 임직원 가족·친인척을 포함해 차명 거래 여부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여론이 악화한 점을 감안해 더욱 강도 높은 조사로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여론 반전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잠자다 봉창 두드린다’는 말이 있다. 봉창(封窓)은 옛날 흙으로 집을 지을 때 채광과 통풍을 위해 벽을 뚫어서 작은 구멍을 내고, 창틀이 없이 안쪽으로 종이를 발라서 봉한 창(窓)을 말한다. 처음부터 열릴 수가 없는 창문이다. 그런데 잠결에 그 문을 열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상상해 보면 바보스럽기도 하고, 웃음도 나오는 그런 상황 아닌가? ‘자다 봉창 두드린다’는 뜻은 “일상 대화에서 전혀 관계없는 딴소리를 별안간 내 놓을 때”를 비유하는 것이다.

 

요즈음 ‘자다 봉창 두드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LH땅투기 사건이 터지자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여론 악화에 목전의 선거 망치겠다”는 다급함에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다. 최근의 몇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지난 8일 ‘정부합동조사단’을 구성하면서 조사단방인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기 신도시 1차 발표(2018년 12월) 5년 전인 2013년 12월부터의 거래내역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하고, “지구(地區)지정 전부터도 (땅 투기)검토가 이뤄졌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그래왔듯 정부여당이 수세에 몰리자 ‘적폐청산’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의심이 드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선 공직자들의 불법비리를 엄단하면 그만 일 것을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선포’라니 과장도 지나친 과장이 아닌가. 더구나 지금까지는 부동산 투기에 관용을 베풀어왔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5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과의 전쟁’이 아니었나?

 

현 정부는 법무부정관들을 “모두 엉뚱한 말 잘 하는 그런 사람들만 뽑아 임명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국 전 장관은 물론, 추미애 전 장관도 애먼 소리를 얼마나 많이 해왔던가는 굳이 일일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추 장관은 부동산 정책을 훈수하기도 했던 장관 아닌가? 그런데 그 뒤를 이어 등판한 박범계 장관도 이 정권의 전매특허인 ‘내로남불’의 전형적 인물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박 장관은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검찰은 금방 끝냈을 수사라는 검찰 발 언론 보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기 신도시는 2018년부터 있었던 얘기"라고 지적하면서, (LH사태에 검찰이 빠져 수사가 부실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럼 (검찰이) 수사권 있을 때 뭐 했느냐는 측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내로남불’을 요즈음은 ‘LH로남불’이라하던가. LH직원들이 하면 ‘노후보장’이고, 남이 하면 ‘불법투기’라고. 참 나라의 법질서를 지키는 일선 장관의 생각이 너무 옹졸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LH직원들의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자 때 아닌 공직자 기부 행렬이 펼쳐지고 있어 실소(失笑)를 자아낸다. LH사태 책임론이 불거지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LH 사장 재직 시절 받은 성과급을 기부하겠다고 대변인실을 통해 밝혔다. 변 장관은 LH에 대한 공공기관 평가를 통해 받은 성과급이 향후 3년간 1억5천만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지적에 "성과급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대변인실을 통해 전했다고 한다. 실제 기부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변 장관에 앞서 모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도 "토지 전부를 처분하고 매각대금을 공익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는데. 처음에는 어머니가 기획부당산을 통해 산 것이라서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머니 일이라고 회피하지 않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이 의원은 작년 8월말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의 아버지가 '문재인 정권은 나쁜 사람'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으며, 동서(同壻)는 보수 성향 신문의 간부라면서 "감사원장은 그동안 발언이나 회의 운영 방식 등으로 인해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 시비에 휘말린 상태"라고 지적했던 유명한(?) 인물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당 대표 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이번 사건에 임하는 자세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민주당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제안한다”고 밝히고, 이날 오후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현역 의원 전수조사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 아닌가. 자기 당 의원들의 투기의혹이 불거지자 ‘뜬금없이’ 야당을 포함한 국회의원 전원과 보좌진 당직자까지 조사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누가 봐도 ‘물 타기’ 또는 ‘물귀신 작전’임에 틀림없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모친, 김경만 의원 부인, 양향자 의원 본인의 땅 구입 의혹에 이어, 같은 당 윤재갑 의원 부인의 농지 취득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며 이들의 투기 의혹을 철저히 밝히라고 주장했던 것.

김 대표는 한발 더 나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사회 공정 질서 확립을 위해 공직자 투기·부패 방지 5법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 하겠다”고 전선(戰線)을 야당 의원들은 물론 제도개선 입법으로 확대하는 묘책(妙策)을 잇달아 선보이는 결연한(?) 자세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김 대표에게 건의 형식으로 발표한 ‘특검도입’을 야당과 논의하겠다면서 특검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야당이 덥석 받아들이자 슬그머니 ‘특검 도입’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소한 4.7 보선을 넘기고 보자는 술수의 하나라는 게 야당의 평가다. 

 

 그래서 12일 열린 여당과 야당의 원내대표 회담에서는 '신도시 투기' 특검과 국회의원 전수조사는 합의가 불발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 합의와 구성에만 2달 이상이 걸린다. 피할 이유는 없지만, 검찰 중심의 수사 이후에 특검을 논의하자"고 잘랐다고 한다. 여당 대표의 의중을 간파한 셈이다. 주 대표는 "전수조사는 여당이 먼저 하면 알아서 하겠다"고 대응한 것으로 알려져 볼만한 싸움으로 어우러지고 있다.

 

과연 이런 싸움과 전략이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선거전선이 이제 막 형성된 만큼 앞으로 한 달 동안 어떤 일어 더 불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 LH 토지 투기사건은 지방선거는 물론 1년 뒤의 대선(大選)에도 후속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투기 의혹 사건은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LH직원 10여명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광명‧시흥 3기 신도시의 땅 2만3천여 제곱미터크기의 토지를 약 100억 원에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3월8일 ‘3기 신도시 공직자 토지거래 정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에 착수, 11일 20명의 공직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는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정부 1차조사결과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발표했는데 당초 참여연대와 민변이 찾아낸 13명을 제외하면 정부자체 조사로 추가로 찾아낸 사람은 고작 7명에 불과했다. 국토부와 LH공사 임직원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치고는 너무 초라하다는 평이다. 굳이 숫자로 환산하자면 0.05%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의 추측과는 동떨어진 결과로 “정부 조사를 못 믿겠다.”는 반응들이다. ‘입으로만 하는 조사’ 아니냐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그런가 하면 ‘왜 검찰을 조사단에서 배제하는지’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정부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깊었던 터라 더욱 관심을 끈다. 더구나 감사원까지 배제되면서 현 정권과 껄끄러운 관계를 보였던 기관을 일부러 제외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기도 했다. 어쨌거나 싸움판은 이제부터다. 

 

한 가지 정치권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자다 봉창 두드리는 식’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얄팍한 술수(術手)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들을 졸(卒)로 보는 여당의 오만과 독선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진정한 국가전략과 정책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정당정치의 새 싹이라도 틔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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