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준석과 조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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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6월01일 12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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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을 관통했던 키워드는 ‘이준석 돌풍’과 ‘조국 회고록’이었습니다. 

별로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키워드가 후일에는 대선의 승패를 가늠한 분수령으로 꼽힐 수도 있는 일 아니겠나 싶었습니다.

 

 

이준석 대표?

국민의 힘 대표 예비경선 결과 발표 전에는 막연한 불안감 정도에 불과했으나, 노회한 보수정당의 당원들도 36세에 불과한 원외 청년에게 30% 이상의 표를 몰아줬다는 예상 밖의 결과를 접하곤 내년 대선에 대한 저들의 절박함과 간절함을 실감했습니다. 

 

만약 6월11일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되고 이준석 체제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어쩌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안정당으로만 인식되는 수준을 넘어서서 갈등해결 능력을 상실한 정치시스템을 퇴출시키고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제1야당의 당내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동안 우리 당은 국민들께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나 생각하면 제 주관적으로는 별로 속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4.7 재보궐선거에 참패한 이후 우리 당은 반성하고 변화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거치고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진 후에 오히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들리는 것도 현실입니다.  

 

서울시당과 중앙당에서 실시한 2차례의 집단심층면접조사(FGI)를 통해 생생한 민심을 확인했습니다. 다수 의원들도 그 내용에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무관하게 일부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당내 특위구성을 채근합니다. ‘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그 와중에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성윤 중앙지검장에 대한 기소와 직무배제는 별개라는 독단적 견해로 아무런 인사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공인인 이 지검장의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진상조사 및 검사들에게 휴대전화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저조차도 왜 저렇게 이성윤을 감싸고 도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러고도 과연 균형잡힌 법무행정이라 할 수 있겠나요? 

 

또한 검찰개혁 시즌2로 불리는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이미 대통령께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의 제도적 안착에 집중할 때라고 여러차례 말씀하셨습니다.  그간의 검찰개혁지지 여부와 별개로 국민들 대다수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 일부 전담부서 외에 일반 형사부는 이른바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수 없도록 하고, 나머지 17개 지검 형사말부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전국 25개 지청은 총장의 요청과 법무장관의 승인을 받아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런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법 개정없이 검찰의 인지수사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사실상의 ‘검수완박’이 될 수 있습니다. 

 

올초 청와대와 법무부 사이에 ‘인사패싱론’ ‘속도조절론’ 등의 갈등이 벌어졌던 일이 다시 떠오릅니다. 왜 이렇게 검수완박에 집착하는지, 내년 대선에 무슨 도움이 되는 지 도대체 이해되지 않습니다.  

 

또한 고검장급을 지검장급으로 역진(逆進)인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겠다는 것 또한 자의적 인사 의지를 지나치게 솔직히 드러내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미워도 군에서 군단장(중장)을 하루아침에 군단 참모장이나 부사단장(준장)으로 보내는 인사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서울시당과 중앙당에서 2차례에 걸쳐 실시한 집단심층면접조사(FGI) 결과는 저의 직관적인 예상과 비슷했습니다. 놀랍지 않았고 그래서 더 참담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내용도 상당 부분이 포함되어있었습니다. 

 

“조국 사태 때 그들만의 리그가 있구나 하는 박탈감이 엄청났죠”(40대 여), “조국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내 자식한테 못해주고 있다는 자괴감 때문에 채널을 돌리고 싶었죠”(50대 여)

 

그리고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개혁은 안 보이고 추미애만 눈에 띄었다”(40대 여)거나 “건들기는 제일 많이 건드리는데 엄한 것만 계속 터진다는 생각이 들었다”(20대 남)거나, “시끄럽기만 엄청 시끄럽고 정작 바뀐 건 모르겠다”(30대 여), “국민은 기본 생계가 흔들리는데 여권은 가상의 적을 세팅해놓고 계속 섀도복싱을 했다”(30대 여)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5월 25일 의원총회에서 송영길 대표는 "지금 대선을 치르면 민주당이 다시 국민 힘을 받기가 쉽지 않다"면서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임을 받을 수 없다는 각오로 민심 경청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우 비장한 각오였습니다.

 

5월 25일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출범식을 갖고 일주일간 전국적으로 민생을 청취한 뒤 6월 1일 ‘대국민 보고’를 진행하고 당의 향후 방향, 정책 목표 등에 대해 밝힐 예정으로 각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별로 열심히 민심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출범 며칠후 조국 전 장관이 ‘조국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6월 1일에 발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필이면 프로젝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날과 같습니다.  

 

4.7. 재보궐선거의 패배의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에 하필 선거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우리 당의 주요한 대권 주자들이 강성 당원들을 의식하여 조 전 장관에 대해 경쟁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이 이런 당혹감을 넘어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당 지도부나 대선 주자군들 모두 저보다 몇배 더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경선 통과가 중요하니 일단 검찰, 언론 개혁을 업고가고 본선에서 중도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묻고 싶습니다. 정말 그러면 대선 본선에서 이길 수 있습니까? 눈 가리고 아웅 아닙니까? 당원들과 국민들이 그런 수에 넘어가주겠습니까? 다 같이 터놓고 이야기라도 해봐야 할 일 아닙니까?

 

2007년 이명박-박근혜 대선경선 이후 14년 만에 국민의 힘은 ‘이준석 돌풍’으로 당내 경선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아 활력이 만발한 반면, 우리 당은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는 없습니다. 

 

사실 상대당이 잘해서 우리도 자극을 받고 서로 잘하기 경쟁을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이 바라는 구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가 혹시 잘할까봐 걱정하는, ‘설마 저러다 말겠지’ 하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임박한 정치격변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조국의 시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하여 일관되게 민생에 전념하는 집권여당의 듬직한 모습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 모습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왕도가 있겠습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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