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없는 재명열차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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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1월30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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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상장을 한다. 보통은 신주를 공모해 자금을 모은다. 대주주는 지분이 줄어들긴 하지만 남은 지분으로도 훨씬 더 큰 자산가치를 챙기게 된다. 상장이 여러모로 창업한 사람들의 로망인 것이다. 대신 기업을 공개하고 감독기관의 제어를 받아야 한다.

 

돈이 아쉽지 않거나 사업을 굳이 확장할 의지가 없으면 상장을 안 하기도 한다. 심하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상장을 폐지해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기도 한다. 시장에 일일이 사업 내용을 공개하고 제어를 받느니 시중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결국 제어 받지 않고 사업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기업은 비상장인 경우에 소수 주주들의 소유이기에 이런 식으로 감독을 회피할 수 있지만 공기업이나 공조직은 견제와 감독을 면할 길이 없다. 개인 몇 명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언론보도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재직했던 성남시나 경기도는 견제를 전혀 받지 않고 비상장회사 같이 운영됐던 듯하다. 견제해야 할 의회는 동색이고, 점검해야 할 공무원들은 외부에서 데려온 소수의 참모들에 둘러싸여 힘을 못 쓴 형국이다. 몇 명의 보좌관들이 경기도정을 좌지우지했다고 하는 공무원들의 하소연도 들린다. 한국의 조직 문화에서는 센 보스가 자리하면 밑에서 거부도 못하고 끌려 다니기 일쑤이니 짐작이 갈 만하다.

 

그러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주위에서는 ‘시원하다’ ‘일 잘한다’ 하고, 스스로도 ‘한다면 한다’고 취해 있은 듯하다. 백현동이든, 대장동이든, 일산대교든 외부에 잘 알려지지도 않고 진행되어 추후에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브레이크 없이 달려오던 ‘재명 열차’가 중앙 무대로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져 덜컥거리고 있다. 도지사직을 내놓은 마지막 날부터 궤도 이탈은 시작되었다. 운영 주체와의 최종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산대교 통행을 무료화 하는 공익처분에 대해 마지막 결재를 했다. 통상적인 판단으로는 미진한 상태에서 굳이 마지막까지 결재를 밀어 붙인 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한다면 한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일산대교의 통행료 무료화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함으로써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그 결정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힘으로 밀어 붙이기보다 이해 당사자와의 합의를 통해 행정을 펼쳤어야 했다.

 

또 기본소득에 이어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놓고 전방위적으로 부딪치고 있다. 이 후보는 전국민재난지원금에 반대하고 있는 재정당국이 따뜻한 안방에 앉아 정책을 펴 서민의 삶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몰아 붙였다. 이에 당에서는 초과세수 과소 추계가 고의적일 수 있다며 국정감사까지 언급하며 거들었다. 그러나 당의 정책라인과 재정 당국에서는 여전히 재원 확보 방안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이 후보가 끝까지 고집하지 않겠다며 철회 의사를 밝힌 건 그나마 다행이다. 유연성을 발휘한 결과라는 설명이지만 합리적인 판단을 기초로 결정해야 할 국정의제에 대해 ‘고집’이라는 표현을 쓴 건 마땅치 않다. 관련자나 상대가 무어라하든 밀어 붙이겠다는 본성이 드러난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차에 의해 완성된다. 그런 연유로 경우에 따라 비효율적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민주주의를 지켜가기 위한 비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아무리 옳다는 신념이 있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되어도 일방적인 력한 밀어붙이기는 위험하다. 현정부 내내 혼란을 겪고 국민이 불편해하는 이유는 민주적 절차보다 신념에 의해 국정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청문결과와 무관한 장관 임명, 탈원전 · 소득주도성장 · 최저임금 · 주택정책 등의 주요 정책, 검찰개혁, 선거법·공수처법 등의 법률 제·개정, 국회 상임위원장 선임, 국가부채 확대 등 국정현안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편할 날이 없다.

 

이런 현정부를 답답하다며 비판하고 있는 재명 열차는 얼마나 더 내달릴지 모골이 송연해진다. 국가의 시스템은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개인의 뜻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헌법이 있고, 삼권분립에 의한 제어 기능이 있으며, 여당과 야당이 있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지방정부에서 참모 몇 명에 둘러싸여 마음먹은 대로 집행하던 시절을 잊어야 대권의 길도 열릴 것이다.

 

답답함을 토로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틀 속에서 답답함을 스스로 타개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와 절차를 인정하는 철저한 민주주의자임을 행동으로 보여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사과와 사죄를 반복하며 무릎을 꿇어도 국민들의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 것은 ‘책임처리’ ‘신속처리’를 동시에 외치면서 더 력한 독선적 태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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