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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창조경제, 길게 준비하라…다음 정부서 꽃 피울 수 있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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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3년10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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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985259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린다. 실제로 그는 2010년 12월 발족한 국가미래연구원을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박근혜 정부에 장차관급을 포함해 많은 인재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국가미래연구원은 현 정부에 대해 마음껏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이다. 최근 잇달아 발표한 정책연구 보고서가 당국자들의 등골에 식은땀이 돋게 할 정도였던 것도 그래서다.

‘기획재정부는 정권과 함께 책임진다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국정과제를 이행하라. 기계적 ‘숫자 맞추기’ 놀음을 그만두고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에 대응하는 재정계획과 저성장기조 탈피를 도모하는 정책을 개발하라. 공정위는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너무 많은 사건을 처리하려 하지 마라. 경제적 강자의 거래상 지위 남용 외에 힘의 남용(경제력 및 독점력)에 의한 경쟁 저해 행위를 사전적으로 엄정하게 규율해 독립·중소·신규 사업자들이 공정한 사업기회를 얻도록 함으로써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를 구현하라.’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이런 내용들만 본다면 김광두 원장이 상당히 권위적이고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인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그를 접하면 소탈한 성격을 가진 아주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학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기재부와 관련해선 비판을 했다기보다는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지 말라고 지적한 것이다. 당장 이번에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만 보더라도 한국경제가 4%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갖고 짜려고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경제가 내년에 그 정도로 성장한다고 보는 견해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그 이하로 보고 있다. 이래선 정책 오류 가능성이 너무 큰 게 아닌가. 정책은 시장의 전반적인 견해에 맞춰서 생각해야 한다. 경제 예측이 100% 맞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평균 정도의 시각으로는 봐야 한다. 지나친 낙관론은 정책오류 가능성을 키운다. 그렇게 되면 예상치 않은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그게 국가부채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대목에서 김 원장은 과도한 국가부채 문제를 이제는 겉으로 드러내놓고 국민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부채 축소 더 미룰 수 없어

“국가부채는 내재적 폭탄이다. 당국자들은 국가부채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하는데 최근 증가추세로 보면 그렇게 낙관할 일이 아니다. 특히 공기업 부채까지 함께 보면 국가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게다가 공기업 부채는 특히 향후 공공요금과도 연계돼 있다. 과거 정부는 그동안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며 공기업에 부담을 줬는데 이제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면 왜 인상해야 하는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김 원장은 공기업 부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또 지난 정부의 관리들이 이제까지 문제가 너무 크기에 쉽게 다룰 수 없다는 이유로 직접 거론하지 않고 미뤄왔다고 지적했다.

“이제 문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국민에게 이슈를 던지고 해결해야 한다. 언제까지 그렇게 갈 수는 없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전력난도 사실 거기서부터 나온 것이다. 다루기 어렵다고 일단 대충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치료할 것은 치료해야 한다.”

국가부채의 또 한 축이자 더 큰 문제인 연금에 대해 김 원장은 나중에 논의하자고 했다.

“연금은 더 큰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선 솔직히 이제 공부를 하는 중이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다만 지금 제도가 젊은 세대에게 고령 세대의 부담을 넘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세대 간 인식의 차이가 크고 앞으로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줄일 수도 없다. 고령화시대 복지의 핵심이 연금이기 때문이다.”

금융산업 규제 풀 부분 찾을 것

 김 원장은 시장경제 신봉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로벌 금융위기 초래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금융기관의 경기순응성 문제에 대해서도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경기순응성이란 경기가 좋을 땐 대출을 마구 늘려 버블을 일으키고 경기가 위축될 땐 마구잡이로 대출을 회수해 경기침체 또는 불황을 초래하는 금융기관의 고질적 속성을 지칭하는 용어다.

“금융회사의 속성이 원래 그렇다. 금융회사는 돈 빌려주며 돈을 버는 게 목적인 회사다. 돈을 벌 것 같으면 마구 빌려주지만 조금이라도 손해 볼 것 같으면 회수한다. 길게 보고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금융관행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여기엔 금융과 실물 간의 괴리가 있다.

실물 부문(기업)은 길게 보고 투자를 하는데 금융기관은 짧게 본다. 그 간극을 메워주는 게 제2금융권이나 채권시장 등이다. 이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한다. 분석해서 맞으면 자금을 지원해 실물부문이 경기 사이클을 넘을 시간을 준다. 은행들도 IB 개념을 갖고 있는 곳에선 그렇게 한다.

한국의 시중은행도 그런 기능이 발달하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은행이 현장을 챙기고 분석능력을 높여야 한다.

1년 뒤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지금 당장 회수하지 않더라도 리스크를 피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시중은행에 그런 능력이 아쉽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금융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길게 보고 인력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가 금융투자나 보험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업무영역을 은행에 넘겨주는 등 은행 위주의 금융정책을 편 것에 대해 그는 즉답을 회피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은행으로 넘어간 수수료 수입만도 연간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은 제1금융권이나 제2금융권이나 모두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금융산업의 여건이 나쁘다. 글로벌 경기가 어렵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낮아졌다. 다만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를 완화한다거나 관치금융을 해소하는 부분에서는 좀 풀어줘야 할 영역이 있다.”

김 원장은 이와 관련해 9월말 금융제도와 관련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한다. 서민들을 억죈 고금리 대출의 족쇄를 풀고 금융기관의 부실여신을 풀어 자금흐름을 정상화할 목적으로 추진된 행복기금이 금융당국의 몰이해로 10분의 1정도로 쪼그라든데 대해서도 그는 시장의 입장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했다.

“저신용자들을 지원하는 문제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전제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이 문제는 갈등구조에 있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상환하는 사람들이 손해 본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조화시키는 게 과제이다. 미소금융이 왜 실패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서 서민금융 지원은 철저히 자립 의지를 따져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유누스의 그라민은행은 서민대출에 자립의지를 매우 강조한다. 그게 없는 사람에게 지원하는 자금은 그냥 날아간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은 필요하지만 관리 노하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행복기금은 금융 약자를 지원한다는 정치적 요구와 금융시장 논리 사이의 상충관계를 해소해야 한다. 국민의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기에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창조경제 길게 볼 과제

 김 원장은 최근 ‘한국형 창조경제의 길’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인 창조경제의 개념을 정리하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신산업이나 기존 산업에 새로운 기술, 또는 기존 기술이 융·복합된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창조경제의 핵심,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원장은 특히 창조경제는 국가경제의 큰 틀을 다시 짜는 것인 만큼 길게 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는 짧게 보면 안 된다. 창조경제는 비전이고 그림이다. 당장 내년에 어떤 결과가 나오고 후년에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보지 마라. 길게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인프라를 까는 것이다. 이 인프라를 까는데 우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길게 보고 가야 한다. 이 시점에 내가 깔아 놓으면 다음에 누군가가 열매를 딴다는 생각을 갖고 해야 한다. 독일에선 슈뢰더 전 총리가 2000년대 초 ‘어젠다 2010’이란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책을 추진했는데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심했고 결국 그 때문에 쫓겨났다. 그러나 그 정책의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메르켈이 그걸 이어받아 독일 경제가 아주 좋아졌다. 이처럼 경제정책은 길게 보고 가야 한다. 벽돌을 쌓듯이 하나하나 쌓아가야 한다.”

그는 특히 임기 중 성과를 내려다간 실패한다고 경고했다. “공무원들은 임기 중 성과를 내려고 무리수를 둔다. 지난 정부 때 떠벌린 녹색경제 가운데 남아 있는 게 뭐가 있나. 이래선 안 된다. 오래 봐야 한다.”

멀리 보는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당장 매년 노동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청년들에겐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이 문제 역시 창조경제로 풀어갈 수 있으나 한정된 자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에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젊은이 일자리는 줄어들고 50~60대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요즘 나오는 일자리는 파트타임이 많고 질적 수준이 낮다. 젊은이를 위해 필요한 좋은 일자리는 거의 없다. 제조업만으로는 힘들다. 기업도 국제경쟁에서 이기려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그를 위해서라도 IT를 응용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는 특히 지식산업이나 문화산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지식·문화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이는 창조경제와도 연결돼 있다. 그러나 지식·문화산업은 폭이 넓어서 어디서부터 가야 할지 쉽지 않다. 모두 다 할 수는 없고 계기를 마련할 산업을 먼저 육성하고 나머지가 따라가게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소프트웨어 산업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투명하고 유능한 서비스정부를 지향하는 ‘정부3.0’을 발표했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소프트웨어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관련 산업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김광두 원장은 최근 서강대 석좌교수로 임명돼 다음 학기부터 대학원에서 ‘한국경제 세미나’ 강좌를 맡을 예정이다. 서강학파의 대부로 올해 작고한 남덕우 전 총리 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는 수제자로 시장경제를 중시하며 성장을 추구하는 서강학파 중흥의 과업을 맡았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남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을 도와 한국경제를 발전시킨 일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는데 제자인 김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경제정책을 지원하고 있으니 대를 이어 인연을 이어가는 셈이다.

광주일고·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국제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국제경제학회장, 한국국제통상학회장, 지식경제부 산업발전심의회 위원장 등 역임.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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