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새로운 변화의 흐름 속에 들어와 있다. 추격형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고, 낙수효과는 사라졌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 지식기반경제는 생산, 거래, 경쟁 등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저성장과 양극화, 청년실업, 불평등 심화, 계층 이동성 감소, 고령화 등의 난제들에 둘러싸여 있다. 많은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 저변에서 기존 경제 시스템과 질서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이 커지고,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었다. 이를 배경으로, 1987년에 헌법에 들어온 경제민주화는 25년 뒤인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뜨거운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보수 정당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웠고, 박근혜 후보는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했다. “대기업집단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는 불가분 관계임을 강조했고,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서 경제부흥을 이루겠다는 국정 구상을 밝혔다.
경제민주화 논란
경제민주화론은 기존 경제 시스템과 룰의 개혁에 대한 것이고, 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간의 관계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재벌개혁론들보다 더 근본적이고 폭 넓은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며, 재벌과 엘리트 계층의 과도한 힘의 집중과 남용을 막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는 시작부터 많은 논란과 마찰을 수반했다.
특히 재벌 중심의 보수 기득권 세력이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반대했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vs. 경제활성화’의 대립 프레임을 만들고, 대통령 선거 후에도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비판하는 주장을 쏟아냈다. 그 요지는 경제민주화가 재벌들의 투자의욕을 꺽어 경기회복과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빈번히 나왔으며, 이런 기류는 결국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 정책의 후퇴로 이어졌다.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의 이행 수준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공정거래 관련법의 집행체계 개선, 대기업집단 관련 불법행위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등을 경제민주화 5대 분야로 제시하고, 35개 실천과제를 이행하겠다고 공약했다.
2015.8.20. 경제개혁연구소는 각 경제민주화 공약의 입법과 규정개정 여부를 기준으로 공약이행을 평가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보면, 공약의 “단순 이행평가” 결과는 100점 중 33.5점, “실효성 평가” 결과는 100점 중 20.5점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공정거래 관련 분야에서 입법 완료된 과제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신규 순환출자 금지,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완화, 3배 손해배상제 대상인 부당하도급 유형의 확대, 중소기업협동조합의 납품단가조정협의권 설정, 불공정 하도급특약 금지, 하도급법 보호대상을 매출 3천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확대, 가맹점주 권리 강화, 표시광고법상 동의의결제 도입 등이다. 또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축소하는 은행법 개정이 이뤄졌고, 금융회사 대주주의 동태적 적격성 심사도 확대되었다.
아직까지 이행되지 못한 과제는 집단소송제 및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소비자 권익증진기금 설치 등이다. 또한, 2013년 6월 법무부가 기업지배구조 공약을 기초로 만든 상법개정안이 “독소조항은 없는지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대통령 발언(2013년 8월 10대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 이후 무산되었다. 이로써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 선출 및 대주주 측 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공약들 대부분이 이행되지 못했다.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 분야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 해소,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권익보호 등의 공약도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는 경제민주화의 핵심 공약사항이다. 2013년에 이를 위한 입법이 이뤄졌지만, 필자가 이전 글에서 지적했듯이 이 입법은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 문제의 본질을 빗겨간 것이며, 적용대상을 총수일가 지분율 30% (비상장사는 20%)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고, 적용제외도 폭 넓게 인정하고 있어서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총수일가는 회사합병, 지분매각 등을 통해 수혜회사의 지분율을 30% (비상장사는 20%) 미만으로 줄여 규제를 피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법집행 등 정책추진 실적과 성과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상반기에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집중하다가 하반기부터 경제활성화 쪽으로 선회했고, 이때부터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2015.8.20.)에 따르면, 2013.11.18. 이후 대통령 연설문에서 “경제민주화”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방향전환은 공정위의 업무계획에서도 읽을 수 있다. 공정위 업무계획은 [2013년도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의 기반 조성”⟶ 2014년도 “경제민주화를 토대로 공정하고 활기찬 시장 조성”⟶ 2015년도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으로 바뀌어왔다. 2013년도에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등 ‘대기업집단의 폐해 시정’이, 2014년도에는 ‘비정상적 거래관행 시정’이, 2015년도에는 ‘경쟁 촉진으로 창의 혁신역량 제고’가 공정위 첫 번째 업무로 설정되었다. 지금까지 재벌들의 부당 내부거래, 경쟁제한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겨냥한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법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몇 가지 자료를 살펴볼 수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3년에 9만7천여 개에 달했던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고리가 2014년에 483개, 2015년에 459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신규순환출자 금지 외에 재벌들 자신의 필요에 따른 출자구조 개편의 결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가 창조경제와 더불어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되었지만, 재벌들의 인식과 행태에는 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명 ‘땅콩회항’ 사건, 현대차그룹의 고가 부지매입, 삼성물산 합병비율 논란, 롯데그룹의 경영권 싸움 등이 이어졌다. 재벌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세제(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에 대한 증여세 과세) 및 공정거래법 상의 사익편취 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별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약간 증가했다. 2012년과 2013년에 대기업집단으로 연속 지정된 37개 재벌의 내부거래 비중은 이 기간 중에 12.35%에서 12.61%로 증가했고, 2013년과 2014년에 연속 지정된 39개 재벌의 경우는 12.6%에서 12.7%로 늘어났다. 특히 상위 10대 재벌의 내부거래 비중은 13.8%에서 14.1%로 높아졌다.
경제민주화는 계층이동성을 복원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계층상승 가능성은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경제연구원(2015.8.26.)의 “계층상승 사다리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 결과,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2013년 75.2%에서 2015년 81%로 약 6%p 높아졌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경우, 70.5%에서 80.9%로 10%p 이상 증가했고, 부정적 응답률이 가장 높은 30대는 80.2%에서 86.5%로 높아졌다. 또한,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9명에 달한다.
친기업과 친시장을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은 친기업(pro-business)과 친시장(pro-market)을 올바로 구별하는 것이다. 친기업은 기성 대기업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인 반면, 친시장은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와 최상의 사업환경을 제공하는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친시장 정책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경제권력의 남용을 제대로 규율하고 필요한 법·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흔히 친시장 정책은 재벌 등 기득권 집단의 이익에 반하며, 이들의 반발을 유발한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기업지배구조 개선, 집단소송제 도입 등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친시장 정책이지만, 기득권 세력은 이를 반시장 논리로 매도하고 친재벌 논리를 친경제 논리로 포장 판매하는데 성공했고, 우리의 정치는 이 벽을 넘지 못했다. 재벌 대기업들이 잘 나가야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생긴다는 친재벌 논리에 포획되지 않고, 진정한 친시장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만 양극화를 완화하면서 지속 성장의 기반을 놓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변화의 흐름 속에 들어와 있다. 추격형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고, 낙수효과는 사라졌다. 작금의 글로벌 경제, 지식기반경제는 생산, 거래, 경쟁 등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저성장과 양극화, 청년실업, 불평등 심화, 계층 이동성 감소, 고령화 등의 난제들에 둘러싸여 있다. 많은 국민들이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 저변에서 기존 경제 시스템과 질서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이 커지고,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었다. 이를 배경으로, 1987년에 헌법에 들어온 경제민주화는 25년 뒤인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뜨거운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보수 정당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웠고, 박근혜 후보는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했다. “대기업집단의 장점은 살리되, 잘못된 점은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는 불가분 관계임을 강조했고,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서 경제부흥을 이루겠다는 국정 구상을 밝혔다.
경제민주화 논란
경제민주화론은 기존 경제 시스템과 룰의 개혁에 대한 것이고, 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간의 관계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재벌개혁론들보다 더 근본적이고 폭 넓은 변화와 개혁을 지향하며, 재벌과 엘리트 계층의 과도한 힘의 집중과 남용을 막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는 시작부터 많은 논란과 마찰을 수반했다.
특히 재벌 중심의 보수 기득권 세력이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반대했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vs. 경제활성화’의 대립 프레임을 만들고, 대통령 선거 후에도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비판하는 주장을 쏟아냈다. 그 요지는 경제민주화가 재벌들의 투자의욕을 꺽어 경기회복과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빈번히 나왔으며, 이런 기류는 결국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 정책의 후퇴로 이어졌다.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의 이행 수준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공정거래 관련법의 집행체계 개선, 대기업집단 관련 불법행위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등을 경제민주화 5대 분야로 제시하고, 35개 실천과제를 이행하겠다고 공약했다.
2015.8.20. 경제개혁연구소는 각 경제민주화 공약의 입법과 규정개정 여부를 기준으로 공약이행을 평가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보면, 공약의 “단순 이행평가” 결과는 100점 중 33.5점, “실효성 평가” 결과는 100점 중 20.5점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공정거래 관련 분야에서 입법 완료된 과제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신규 순환출자 금지,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완화, 3배 손해배상제 대상인 부당하도급 유형의 확대, 중소기업협동조합의 납품단가조정협의권 설정, 불공정 하도급특약 금지, 하도급법 보호대상을 매출 3천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확대, 가맹점주 권리 강화, 표시광고법상 동의의결제 도입 등이다. 또한,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축소하는 은행법 개정이 이뤄졌고, 금융회사 대주주의 동태적 적격성 심사도 확대되었다.
아직까지 이행되지 못한 과제는 집단소송제 및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소비자 권익증진기금 설치 등이다. 또한, 2013년 6월 법무부가 기업지배구조 공약을 기초로 만든 상법개정안이 “독소조항은 없는지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대통령 발언(2013년 8월 10대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 이후 무산되었다. 이로써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 선출 및 대주주 측 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공약들 대부분이 이행되지 못했다.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 분야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 해소,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권익보호 등의 공약도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는 경제민주화의 핵심 공약사항이다. 2013년에 이를 위한 입법이 이뤄졌지만, 필자가 이전 글에서 지적했듯이 이 입법은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 문제의 본질을 빗겨간 것이며, 적용대상을 총수일가 지분율 30% (비상장사는 20%)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고, 적용제외도 폭 넓게 인정하고 있어서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총수일가는 회사합병, 지분매각 등을 통해 수혜회사의 지분율을 30% (비상장사는 20%) 미만으로 줄여 규제를 피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법집행 등 정책추진 실적과 성과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상반기에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집중하다가 하반기부터 경제활성화 쪽으로 선회했고, 이때부터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2015.8.20.)에 따르면, 2013.11.18. 이후 대통령 연설문에서 “경제민주화”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방향전환은 공정위의 업무계획에서도 읽을 수 있다. 공정위 업무계획은 [2013년도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의 기반 조성”⟶ 2014년도 “경제민주화를 토대로 공정하고 활기찬 시장 조성”⟶ 2015년도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으로 바뀌어왔다. 2013년도에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등 ‘대기업집단의 폐해 시정’이, 2014년도에는 ‘비정상적 거래관행 시정’이, 2015년도에는 ‘경쟁 촉진으로 창의 혁신역량 제고’가 공정위 첫 번째 업무로 설정되었다. 지금까지 재벌들의 부당 내부거래, 경쟁제한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겨냥한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법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몇 가지 자료를 살펴볼 수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3년에 9만7천여 개에 달했던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고리가 2014년에 483개, 2015년에 459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신규순환출자 금지 외에 재벌들 자신의 필요에 따른 출자구조 개편의 결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가 창조경제와 더불어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되었지만, 재벌들의 인식과 행태에는 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명 ‘땅콩회항’ 사건, 현대차그룹의 고가 부지매입, 삼성물산 합병비율 논란, 롯데그룹의 경영권 싸움 등이 이어졌다. 재벌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세제(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에 대한 증여세 과세) 및 공정거래법 상의 사익편취 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별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약간 증가했다. 2012년과 2013년에 대기업집단으로 연속 지정된 37개 재벌의 내부거래 비중은 이 기간 중에 12.35%에서 12.61%로 증가했고, 2013년과 2014년에 연속 지정된 39개 재벌의 경우는 12.6%에서 12.7%로 늘어났다. 특히 상위 10대 재벌의 내부거래 비중은 13.8%에서 14.1%로 높아졌다.
경제민주화는 계층이동성을 복원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계층상승 가능성은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현대경제연구원(2015.8.26.)의 “계층상승 사다리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 결과,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2013년 75.2%에서 2015년 81%로 약 6%p 높아졌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경우, 70.5%에서 80.9%로 10%p 이상 증가했고, 부정적 응답률이 가장 높은 30대는 80.2%에서 86.5%로 높아졌다. 또한,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9명에 달한다.
친기업과 친시장을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은 친기업(pro-business)과 친시장(pro-market)을 올바로 구별하는 것이다. 친기업은 기성 대기업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인 반면, 친시장은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와 최상의 사업환경을 제공하는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친시장 정책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경제권력의 남용을 제대로 규율하고 필요한 법·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흔히 친시장 정책은 재벌 등 기득권 집단의 이익에 반하며, 이들의 반발을 유발한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기업지배구조 개선, 집단소송제 도입 등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친시장 정책이지만, 기득권 세력은 이를 반시장 논리로 매도하고 친재벌 논리를 친경제 논리로 포장 판매하는데 성공했고, 우리의 정치는 이 벽을 넘지 못했다. 재벌 대기업들이 잘 나가야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생긴다는 친재벌 논리에 포획되지 않고, 진정한 친시장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만 양극화를 완화하면서 지속 성장의 기반을 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