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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반응과 전망
“법대로 하겠지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5월 1일로 확정된 뒤 기자들로부터 이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언급한 짤막한 답변이다.
그런데 막상 1일 오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자 이 후보는 "법도 국민의 합의이고,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제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죄 취지 각하’를 기대했던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결과임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이를 다시 생각해 보면 대법원 판결이 ‘법대로’가 아니란 얘기아닌가.
민주당은 대법판결 이후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 “사법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예측불가능한 사법부 판단으로 감히 주권자의 다수의사를 거스르는 것은 ‘사법쿠데타’에 해당한다”고 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대법원의 대선개입! 윤석열 친구 조희대의 사법쿠데타!”라면서 “시민 여러분, 이재명을 지켜달라”고 했다. 김병기 의원은 “이것들 봐라? 사법 권력이 헌법 질서를 무시하고 입법·행정 권력까지 장악하겠다는 거지?“라면서 ”한 달만 기다려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지금은 국민주권의 시간이고 국민선택의 시간이지 법조인의 시간이 아니다”라면서 “대법원이 설익은 법리로 국민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도 “대통령은 대법원이 뽑지 않는다. 국민이 뽑는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역사는 오늘을 ‘사법정의가 죽은 날’로 기록할 것”이라면서 “사상 초유 대법원의 대선 개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전 최고위원은 또 “이재명이 무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참으로 한심한 반응들이다. 여기에서 삼권분립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에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고등법원의 선거법 위반 유죄판결을 무죄 취지로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던 것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역시 사법구데타였나? 걸핏하면 여당 정치인들을 고소하고 정부 고위공직자들을 탄핵하면서 처벌해달라고 애걸복걸할 때는 언제고, ‘법대로’ 판결하니 사법 구데타라고 목청을 높이는 야당 정치인들을 보면서 구역질이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는 그동안의 법 위반 행위와 재판 지연으로 국민을 우롱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후보직에서 즉시 사퇴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판결은 상식의 승리이며 법치의 복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원의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존중한다”며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국민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을 내린 데 대한 오류를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의 근본 가치가 법치와 공정성이라는 대원칙을 증명한 판결”이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번 판결의 취지는 이 후보에게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웠다. 민주당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박정훈 의원은 “이제 이 후보는 선거 출마 자격 자체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며 “이 후보는 속히 후보에서 사퇴하라. 만에 하나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형이 확정되면 그 즉시 대통령 자격을 잃게 된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자격에는 당장 아무런 제약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후보의 피선거권에 영향을 미치려면 고등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와야 하는데 고법의 파기환송심이 신속하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고법의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상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법 확정판결이 오는 6월 3일 열리는 대선 투표일까지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그런 연유로 일각에서는 이런 평가도 나온다. “대법원이 책임을 회피한 것 아닌가?”
대법원이 이번 선거법에 대한 최종판결에서 내릴 수 있는 안(案)은 상고기각, 파기환송, 파기자판 3가지이다. 상고기각은 무죄를 받은 2심을 확정하고 상고 자체를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것으로 이재명 무죄가 최종 확정되는 경우이다. 유죄취지 파기환송은 1심 징역형에서 2심 무죄를 때린 것은 잘못이라며 "유죄가 맞다"는 해석을 내려 고등법원더러 다시 판결하라고 내려보내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고등법원에 되돌려 보내기보단 직접 유죄형량을 정하여 죄를 확정판결해버리는 경우다. “대법원의 책임회피 운운…”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왜 ‘파기자판’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례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어왔었다.
게다가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그와 관련된 재판은 모두 중단될 공산이 크다. 현재 이 후보는 여러 형사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지금까지 5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물론 대법원이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분명하게 유죄 판단을 내린 만큼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재부상하고, 그에 따라 향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분명한 결론이 내려질 수는 없는 일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헌법 84조 해석론은 ‘대통령 임기 전 기소된 형사 재판은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견해와 ‘소추 제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 재판이 임기 만료 때까지 정지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명 후보가 이번 판결과 관련해 "법도 국민의 합의이고,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다. 혹자는 “대법원은 공을 고등법원에 넘긴 것이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넘긴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투표지라는 법봉을 든 주권자인 국민은 과연 어떤 형을 때릴 것인가 궁금하다.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어떤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보아야 알 일 아닌가 싶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5월01일 21시06분
- 최종수정 2025년05월01일 20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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