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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징병제’, 젠더갈등 관점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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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5월09일 1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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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를 읽고...

 

지난 4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이 청원은 5월 9일 현재 약 27만여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또한 차기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한 국회의원이 남녀 모두 의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 도입과 현재 병역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을 제안하며 이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거론되었던 여성징병제 논의이지만 이번 논란은 젠더갈등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공개되기 위해서는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게시판에 올라가기 전까지 청원은 각각의 링크(URL)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현재 논란의 여성징병제 관련 청원 링크는 게시판 등재 전부터 여러 남초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었고, 순식간에 동의를 쓸어 모았습니다. 이에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20‧30 남성들의 표를 얻기 위해 이 논란에 편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 청원에서 ‘평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남성에게만 국방의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은 평등하지 않다. 남성에 비해 결코 여성들의 능력이 열등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군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래서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징병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여성징병제’의 도입이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전은 관우와 장비가 전쟁판을 휩쓸 듯 힘과 머릿수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미사일과 핵이 왔다 갔다 하는 시대에 우리 군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이 같은 변화에 적합한 전문 인력입니다. 

 

현재 인구 감소로 징집 범위를 늘려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남성임에도 징집이 되고 있다고 청원에서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고 있고, 여성의 신체가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핑계라고 하였습니다.

청원 게시판에서 이렇게, 징집 대상의 확대라든지, 여성 신체가 군복무에 적합하다고 언급하는 것이야말로 머릿수와 힘에 의존한 낡은 전투 방식의 집착, 현대전의 특징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징병제 대신 모병제 전환 … 여성인력도 현대전에 맞는 ​군 참여기회 대폭 넓혀야

 

이제는 우리나라도 모병제로의 전환을 적극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군인의 길에 뜻이 있고, 그에 적합한 능력을 가진 사람 모두가 지원할 수 있도록 군대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군대에 뜻이 없거나 부적합한 남성은 징집되지 않아도 되고,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그들에게 굳게 닫혀있던 기회의 분야 중 하나인 군대라는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징병제냐 모병제냐 하는 것은 아무리 사회에서 젠더적 사고를 바탕으로(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무게의 짐을 지우자) 논쟁을 펼쳐봤자 의미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군대라는 조직을 보다 경쟁력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대선을 의식해서인지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남성과 여성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난 4.7지방보궐선거에서 이른바 ‘이대남’들의 외면을 받은 여당이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치적 언급들이 많아지면서 젠더갈등을 더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젠더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 사회의 모든 현상을 젠더 갈등으로 해석하려는 것 또한 경계해야합니다. MZ세대를 별종 취급하며 연구 대상으로 삼더니, 막상 이 세대의 사회비중이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알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 할 수도 있지요). 아직도 해결 못한 옛 세대의 편견과 차별이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데 이를 해결해주지는 못할망정 지금 누군가는 우리 세대를 편 가르기 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그것도 정치적인 표를 얻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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