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국제뉴스 초점> 중국, ‘식량 증산, 농촌 진흥’ 강조, “글로벌 경제 분단에 대비”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5월26일 12시03분
  • 최종수정 2023년05월26일 11시43분

작성자

메타정보

  • 2

본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4일, 시진핑 주석이 중국농업대학 과학기술소원(小院) 학생들이 보내온 질문 서한에 1일 자로 보낸 회신을 1면에 크게 게재했다. 시 주석은 이 답신에서 ‘학생들이 몸소 농촌 진흥에 기여하고 민생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며 치하했다. 또한, 학생들이 중국의 농촌 지역에 직접 나가서 실사구시(實事求是)가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식(食)’ 문제를 체험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새 시대의 중국 청년이라면 마땅히 이런 정기(精氣)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중국 국영 신화(新華)통신도 지난 3일, 온라인 채널 신화망(网)을 통해 시 주석이 이렇게 농업 진흥에 종사하는 청년들에 격려와 치하를 보내는 것은 중국이 장기 목표로 지향하는 ‘농촌 현대화’ 노선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Nikkei 및 해외 미디어 및 전문기구들은 그런 이면에는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심각한 식량 문제 등 그 이상의 곤궁한 사정이 숨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시 주석 “농업 기술 고도화 및 농촌 진흥으로 ‘농업 강국’ 실현”을 기치로 내걸어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2년 가을 열린 공산당 20차 전당대회에서 ‘농촌 기술 고도화 및 농촌 진흥에 의한 농업 강국의 실현’을 주요 정책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또한, 금년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자대회(‘全人代’)에서는 스스로 장쑤성(江蘇省) 분과토론회에 참석해 ‘농업 현대화는 질(質) 높은 발전을 실현하는 데에 불가결’ 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에 농업 발전의 중요성을 거듭해서 환기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 2기 정권의 마지막이 된 이날 전인대에서 당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도 정부업무활동보고에서 식량 생산 목표를 유난히 강조한 바 있다. 리 총리가 전인대에서 보고한 주요 내용은 작부(作付) 면적을 확보해서 5,000만톤의 식량을 증산할 것을 목표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식량(食糧)’이라고 하는 것은 쌀을 포함한 곡물, 감자 등 채소류, 콩 등 부작물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 중국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농산물 생산 관련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2022년 국내 식량 총생산량은 약 6억8,600만톤으로 나타나고 있어, 중국 정부의 최근 식량 증산 목표는 이 생산량을 7% 이상 증산하려는 계획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종전부터 ‘식량 안보(安保)’를 중시해 오고 있다. 집권 중국공산당 및 정부는 매년 ‘춘지예(春節)’를 전후해서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를 ‘중앙 1호’ 문건으로 내놓고 있으나, 여기서도 농업 및 식량 생산을 가장 우선할 목표로 내걸고 있다.

 

시 주석 자신도 청년 시절에 ‘하방(下放; 지식 청년들을 농촌에서 일하게 하는)’ 정책에 따라 15세 시절부터 7년 간 샨시성(陝西省) 황토 고원 지대 농촌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은 청년기부터 농업의 소중함이나 농촌 진흥 및 농업 기술의 어려움 등, 농촌 문제 의식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처지이다. 시 주석이 이번에 중국농업대학 젊은 청년 학생들의 질문 서한에 답장 서신을 보내 농촌에서 종사하는 청년들의 용기를 격려하고 치하한 것도 농업 종사자들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현실적인 사정을 감안한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식량의 해외 의존 심화, 중장기적으로 수입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


이렇게, 중국 시진핑 정권이 최근 들어 식량 증산을 유난히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식량 부족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식량 생산 자체는 2000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이후로는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식량 수입(輸入) 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실제로, 2021년에는 쌀, 밀, 콩, 등의 곡물 공급에서 해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하고, 이는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한편, 최근 중국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중국인들의 식(食)습관이 서구화되고 있고, 쌀 등 전통적인 식량 생산 구조와 달리, 콩, 밀, 옥수수, 감자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식량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대처해야 할 큰 문제다. 중국이 해외에서 콩 등 곡물을 수입하는 것은 주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유박(油粕)을 돼지 사료로 쓰기 위한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금년 1월~2월 중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는 Covid-19 봉쇄 해제 영향으로 1년 전에 대비해서 50% 이상 폭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콩 등 곡물의 해외 수입도 전년동기 대비 16%나 늘었다. 과거에 중국에서 가끔 돼지고기 공급 부족 및 가격 폭등에 따라 엄청난 사회적 파동이 일어나는 것도, 돼지 등 가축 사료로 쓰이는 콩, 옥수수 등에서 나오는 유박(油粕) 공급 부족 우려가 배경이 되기도 했다. 

 

중국 농촌이 당면한 또 다른 요인으로는, 자녀 출산 감소 및 급격한 고령화 사회의 진전, 경제 발전에 따른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농업 종사자 인구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중국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최근 인구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 8억명을 넘었던 농촌 지역 인구 수가 2010년에는 6억7,113만명으로 줄었고, 2022년에는 4억9,104명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얼마 전 발표된 한 경제 연구기관 보고서(Mitsui & Co., Aug. 2021)도 중국 정부가 곡물 수입을 억제하려고 해도 국내 곡물 생산 증가는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 내 농업 발전을 저해하는 많은 제약 요인들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도 중국의 해외 곡물 수입 수요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배경으로, 세계 주요 곡물 생산 지역의 공급 제약 요인들을 감안하면 향후 글로벌 시장의 수요/공급의 긴장, 이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중국과 미국, 어느 일방도 농산물 교역의 중요성은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중국은 콩, 밀, 옥수수 등 주요 식량을 자국 생산으로 조달하기 어려운 부족 분을 주로 미국, 호주 등 서방 국가에서 수입해 보충하는 형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전임 트럼프 정권 취임 초기부터 미국과의 정치, 외교, 통상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곡물 수입 조달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산 옥수수 수입도 여의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늘어나는 콩 등 주요 곡물의 수입선을 미국 일변도 구조에서 벗어나서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금년 봄 처음 브라질산 옥수수 수입을 허용했고 지금은 처음으로 두 자리 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이런 다변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아직은 미국산 수입 비중이 여전히 40%로 높고, 우크라이나산 수입도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 및 중국인들에 있어서 미국의 농산물 수입은 수요 측면에서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금 미 · 중 통상 관계가 사상 최악인 상황 속에서도, 2022년 기간 중,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및 중국의 미국 농산물에 대한 견고한 수요 증가로 미국의 대 중국 수출액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2019년도에 중국이 대 미국 보복 관세 부과 영향으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10여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하기도 했으나, 그 후 3년 뒤에 중국은 다시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입국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의 농업 종사 인구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농산물 해외 수출 측면에서 곡물 가격 안정 및 영농 수익 보장 관점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 미 농무부가 발표한 2022년 농산물 수출 통계에 따르면, 가장 비중이 큰 콩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억달러가 늘어난 164억달러로, 미국의 대 중국 농산물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옥수수 수출액은 48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다. 사탕수수는 22억달러를 기록해 2년 전 수출액의 2배로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 사탕수수 수출의 90%를 차지한다.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 사료 생산자들이 대체 품목으로 사탕수수 수입을 늘린 결과이다. 

 

결국, 중국 국내의 수요 증가에 국제 가격 상승이 겹쳐서 2022년 미국 농산물의 대​ 중국 수출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미국의 농산물 가격 안정에 기여했음은 물론, 농가, 목축업자, 농산물 가공업자들의 수입 증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도, 자국의 농가 입장을 감안하면 중국이라는 시장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금년에도 중국은 340억달러 규모의 미 농산물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3년 연속 미국의 최대 농산물 수출 상대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 미국과의 대립 격화 및 러-우 전쟁의 장기화로 ‘식량 안보’ 불안이 가중”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국이 외교, 통상 측면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때마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콩, 밀, 옥수수 등 공급 우려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상 최악이라는 대미 관계 속에서도, 중국의 미국으로부터 수입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농산물 수입이다.

 

미 · 중 대립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 더해, 러-우 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 분단(decoupling)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현 중국 지도부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더해, 만일, 시 주석이 필생의 과제로 삼아온 중화권(中華圈) 통일을 위해 대만을 무력 침공하는 경우엔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 진영이 중국에 대항해서 경제 봉쇄를 펼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오늘 날, 전세계 면적의 10% 미만의 국토에서, 전세계 곡물 생산의 1/4를 생산하고 있고, 전세계의 1/5를 차지하는 거대 규모의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도 더 많은 식량을 수요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에 이미 미국 및 EU를 제치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을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인구 증가는 정체되어 있고, 오히려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실정이지만,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작년 한 해 동안에만 9.1%나 늘었다. 여기에,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어 국민들 식습관도 더욱 다양해지고 소비자들 기호(嗜好)도 급변하는 중이다.

 

이런 사회적 변천은 모두 중국이 더 많은 곡물, 더 다양한 음식, 더 많은 해외 수입(輸入)을 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지속되는 미 ·중 통상 분쟁 격화 양상은 중국 지도부에 새로운 의미를 주고 있다. 즉, 이들이 ‘자급자족 농업’을 말하는 것은 식량 자급과 함께 국가 안보를 추구하는 것이고, 이는 분명히 중대한 ‘Trade-Off’ 상황에 몰려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식량 부족 및 농촌 진흥 정책 실패는 인민들의 불만으로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예를 들어, 2021년 ‘전인대(全人代)’ 상무위원회는 식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식품 낭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 공포한 적도 있다. 음식점이 고객들에게 과도한 주문을 시키거나 대량 음식 먹기를 촉진하는 TV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지금, 중국 지도부에게는, 긴박해지는 글로벌 경제 분단이라는 국제 정세 급변을 배경으로, 국내 식량 부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식량 증산을 전면적으로 독려하는 것이 필수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농업 강국’의 꿈이 절실해지는 시기임에 틀림없고, 이런 ‘농업 강국의 원대한 목표의 실현 여부는 중국의 장래를 좌우할 가장 절박한 고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극히 최근 벌어지는 일이기는 하나, 공교롭게도 미중 양측에서 실낱 같은 화해의 제스처가 전해지는 것도 이제는 더 이상 신냉전 구도의 대립을 이어가는 것이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뒤늦은 자각에서 비춰지는 ‘아주 희미한’ 서광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든다. 

<ifsPOST>  

2
  • 기사입력 2023년05월26일 12시03분
  • 최종수정 2023년05월26일 11시43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