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국민의 시선에서 본 공무원 연금개혁 본문듣기
작성시간
본문
새정치연합이 자체적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지난 3월 25일 발표하였습니다. 주요 골자는 기여율은 지금보다 높히고 연금 지급율은 소폭 줄여 ‘더 내고 덜 받자’ 라는 것입니다. 2016년 신규 임용되는 공무원의 연금을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하자는 여당 및 정부안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새정치연합 개혁안의 주 목적은 공무원의 소득안정에, 정부 및 여당 안의 주 목적은 재정안정에 보다 큰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해 기본적으로 생각이 이처럼 다르다 보니 새롭게 탄생한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를 확정안이 나올지 예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작금의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보는 국민의 시선을 어떨까요? 제가 모든 국민들의 생각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마는 주변 사람들이 오며 가며 하는 말을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아주 좋아 공무원들은 선택 받은 집단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연금이 공론화되기 까지 대다수의 국민들은 귀동냥으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그저 좋다더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연금의 차이는 생각 이상이더라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인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득대체율만 보더라도 30년 가입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30% 밖에 되지 않는 반면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은 57%에 달했고 그 외에도 지급시기, 연금계산 시 기준이 되는 평균 소득, 유족연금 등 많은 부분에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더 나은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들은 단순 숫자 비교를 통해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일면 억울함을 느낄 것입니다. 이런 억울함 이면에는 민간부문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퇴직금도 낮아 이런 것들을 다 감안한다면 공무원연금의 혜택이 국민연금 혜택보다 결코 후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공무원의 임금이 낮고 퇴직금이 낮은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공무원이라는 직책이 갖는 상대적인 장점도 많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안정적이며 재취업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민간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열함도 덜 합니다. 더욱이 민간부문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둘째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기는 현실적으로 참 어렵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구조가 그렇기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들은 연금 개혁으로 인해 소득이 직접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저지할 강력한 유인이 존재하지만 국민들은 재정적자 분을 십시일반으로 나누어 부담하기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약합니다. 국민이 공무원 연금 개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권은 어떻습니까? 개혁안을 이끌어 내어야할 정치권의 주목적은 정권 창출과 선거 당선에 있다 보니 코 앞으로 다가온 선거 때문에 특정이익집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구조 하에서 공무원연금이 과연 개혁될 수 있을까요? 지금은 공공경제학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개혁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구조입니다.
저의 생각도 국민들이 느끼는 생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드는 공무원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민간부문에 비해 임금도 낮고 퇴직금이 낮다는 것도 압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 나라의 재정건전성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하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2007년 열린우리당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돌이켜 봅시다. 재정건전성과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추었습니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의 목적도 재정안정화를 통해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개혁을 하려면 본질에 가장 충실해야 합니다. 이것 저것 다 따지다 보면 배는 산으로 갈 수 박에 없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질적인 목적 외에 낮은 임금에 대한 보상과 소득대체율까지 고려하다 보면 이들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안을 도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희생 없이 어떻게 개혁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 국민들은 이미 2007년 이런 희생 감수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이라는 엄청난 파고가 지구촌을 향해 밀려오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들은 엄청난 파고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독일, 일본은 공무원 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했으며 스웨덴은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으로 연금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나라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2050년이며 고령화율은 38%로 일본 다음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며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사회 지속 가능성 구조가 그리스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현재의 복지구조만 유지되더라도 단순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한국개발연구원의 추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제도가 현행과 같이 유지된다면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해야할 적자는 2030년에는 17조 4천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는 올해 국가 전체 R&D예산과 거의 같은 맞먹는 규모입니다. 이러한 계승부채로 인해 빚으로 채워진 곳간을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줄지 아니면 조금 희생해서 든든한 곳간과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물려줄지는 결국 우리가 선택해야할 일입니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정치권의 몫입니다. 국민들이 세금을 내 국회의원들에게 세비를 주고 공무원들에게 봉급을 주는 이유를 정치권과 공무원들은 새겨보아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말없이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다고 해서 무관심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치권이나 공무원들이 엄이도종(掩耳盜鐘)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