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대담> 경제 ‘투톱’ 교체로 본 대통령의 경제인식과 과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11월09일 21시21분

메타정보

  • 20

본문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계민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진행>

 <대담일자;2018.11.9.>

 

-이계민 :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9일) 그동안 경제정책을 총괄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후임에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사회정책수석을 발탁했는데요, 오늘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대통령의 경제인식과 새로운 경제팀이 해야할 과제 등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님을 모시고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앤장’ 교체, 문책인가 정책기조 변화인가?

 

-이계민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팀이 투톱이라고 하죠. ‘김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죠. 우선 이번 인사가 문책의 의미인지, 아니면 정책변화의 의미인지 논란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박상인 : 두 분 교체설이 사실 올 여름부터 수 개월간 나왔었고, 교체설이 지속되면서 실질적으로 업무 수행하시는데 상당히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 인사가 결국은 대통령의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계민 : 현 정부의 주된 정책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아닙니까. 이 정책에 대해서는 전혀 변화라든가 이런 기미를 아직 보이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문재인정부 정책의 3축 : 공정경제·혁신성장·소득주도성장

 

▲박상인  :  문재인 정부가 경제 정책으로 세 가지 축을 내세웠죠. 공정 경제, 혁신 성장, 소득 주도 성장이었습니다. 1기 경제팀이 사실 소득주도성장에 방점을 뒀고요, 거기에서도 더더욱 최저임금인상이 주요 정책 어젠다가 됐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의 여러 가지 정책 수단들이 있죠. 그런데 수단이 너무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곳으로만 한정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 경제팀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재인정부 세 가지 축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이번에 인사 조치를 한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기본적인 경제정책 세 가지 축을 폐기하라는 요구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책방향 옳지만 우선순위·정책 수단 측면에서 재조정 필요하다”

 

그 세 가지 축에서 우선순위, 정책 수단 측면에서 재조정이 필요하다, 그런 접근들이 지금 필요한데 이것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실패’라는 식으로 몰아가거나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실패를 인정한다는 논의들이 있는 것이죠. 굉장히 비생산적인 논의고 한국 경제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논의다 이렇게 봅니다. 그런 논의에 자꾸 장하성 실장이나 청와대가 매몰되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고, 큰 틀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요. 대통령께서도 “인정하면 밀린다”는 식의 접근을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방향은 동의하지만 시행에 있어서 순서의 문제라든지 수단의 문제에서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금이라도 재조정해서 가겠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고용악화, 최저임금탓 아니지만 내년 시행 전 과감한 정책 조정 필요”

 

 또 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이 기대한 것보다 효과가 미미했는가 생각을 해보면, 어떤 분들은 아직까지 시행한지 얼마 안 돼서 내년 되면 효과가 날 것이다, 정책에 타임 래그(time lag)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저도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 생각하는데, 다만 조금 긍정적인 효과가 시간을 두며 나타나는 것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원래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것을 최저임금 문제로 이야기하시는 분이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자영업자 분들이 말씀하신 최저임금이 내년에 시행되기 이전에 정부가 조금 더 과감한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 라는 부분이 저는 오히려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임금, 근로시간 단축보다 이 부분이 더 필요한 부분인데,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결국은 정책의 보이스가 큰 집단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아젠다 위주로만 가고 있고 사실은 정말 피해를 입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그렇지만 보이스가 작은 집단의 이야기들은 묻혀가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청와대나 내각이 세심하게 못 살피고 있다는 것 굉장히 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경제 근본문제 ‘제조업 위기’…이대로 2~3년 지나면 “진짜 위기”

 

조금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한국 경제 원래 고용력이 청와대나 기재부에서 올 여름까지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어요. 많은 전문가들이 그것은 반도체 특수에서 오는 착시 현상이다,한국 경제 주력 제조업들의 경쟁력이 급속하게 상실되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한 것이죠. 이런 위기의식이 경제 위기로 전이될 때까지는 시차가 걸리게 되죠. 저는 2-3년 정도의 시간이 있다 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의식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방치가 된다면 2-3년 있다가 정말 큰 경제 위기로 전이될 수가 있다, 이것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적으로 치유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것을 청와대나 경제부처, 김동연 장관까지 포함해서 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건 경제위기가 지금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죠, 그게 아니고 제조의 위기고 이게 경제 위기로까지 갈 수가 있다는 인식이 굉장히 없다, 안일하다는 것입니다.

 

‘재벌의 근본적인 경쟁력 상실’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 없는 게 더 문제

 

 지금은 오히려 그것보다도 재벌의 근본적인 경쟁력 상실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재벌 체제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다. 그런 노력들이 지금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절박한 의식들이 있어야만 경제 정책의 세 가지 축에서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하고 중장기적인 대책과 단기적인 대책을 조화시킬까,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가 있는데 아직까지 청와대나 기재부 쪽에서 그런 인식을 가지고 논의는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계민  : 경제 위기도 지금은 아니지만 2-3년 시간 지난 뒤에 크게 제조 위기가 경제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2-3년 내에 거기에 대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게 말씀 하셨죠, 그런데 최저임금 같은 경우는 지금 당장 문제가 많이 발생되고 있지 않습니까. 내년 가면 더욱 힘들지 않을까요?

 

▲박상인  :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고용지표나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고용 부진 부분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오히려 제조업이 어려워서 지역별로도 보시면 제조 경기 안 좋은 지역의 실업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제조업 부분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었고요, 그 근처 가게들이 문을 많이 닫습니다. 그것은 경기가 나쁜, 지역적 경기가 나쁜 지역이고 경기가 괜찮은 지역들, IT 쪽이라든지 비교적 괜찮은 지역들은 타격이 덜 한 것으로 나타나죠. 최저임금이 올라서, 수익성이 악화돼서 도산하고 하는 것보다는 그 지역의 제조업 경기가 나빠지고 도산하는 게 많아지면서 근처에 있던 자영업들이 같이 망하는 단계라는 생각이고요. 자영업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보면 무급가족 또는 임금근로자를 고용하지 않는 자영업 숫자가 많이 줍니다. 자영업 중에서도 영세한 규모의 자영업이죠. 

 

‘분수효과’ 거두려면 기본적인 제조업 구조개혁, 재벌개혁이 절실

 

소득주도 성장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 외국의 예를 볼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때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한계 기업들이 힘들어지죠, 임금이 오르니까. 당연히 한계기업들 도산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거기에 있었던 인력이나 자원이 생산적인 곳으로 이동해갈 수 있을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있냐는 것이죠. 우리 한국의 경제구조, 산업 구조는 그런 기회가 없어요.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할 게 없어서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거기서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런 사업 기회가 일어날 수 있는 제조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기본적인 제조업 구조개혁,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다른 경로는 미국 맥도날드 가게의 최저임금을 올려도 그다지 고용이 줄거나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 경험칙들이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맥도널드 가게가 독점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흡수를 해버립니다. 그런데 우리 자영업이라든지 2차 하청 중소기업 등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업종은 수요 독점 형태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그것을 흡수할 능력이 없어요. 흡수할 수 없으면 한계기업이 도산이 되는 것이죠. 한계기업이 도산된 분이 다른 사업에서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느냐, 없다는 것이죠. 이런 구조를 두고 분수효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죠. 

 

“문재인정부도 낙수효과로 다시 돌아가…개혁 못하고 시간만 낭비”

 

 순서의 문제를 말씀드렸는데 정책에서, 분수효과가 나올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주고 분수효과를 할 수 있는 정책을 추구했어야만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경제효과는 낙수효과도 일어나지 않고 분수효과도 일어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내버려두고 분수효과 안 되니까 문재인 정부도 다시 낙수 효과로 돌아가고 있어요. 이러면서 사실 우리가 시간만 자꾸 잃어버리고 있죠. 근본적인 개혁을 할 수 있는 시간만 잃어버리고 경제가 잘못되는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죠.

 

-이계민  : 구조적인 문제라든가 근본적인 처방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박상인  : 예를 하나만 말씀드리면 지금 현대 자동차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저는 4-5년 전부터 계속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근거가 뭐냐면 현대자동차가 2015년까지 잘 나갔습니다, 그 때 수익률이 도요타라든지 폭스바겐보다 높았어요. 그 이유는 가격경쟁력이었는데, 그 가격경쟁력의 원천은 ‘단가 후려치기’ 해서 부품단가가 싸서 그랬습니다. 동일한 부품들을 폭스바겐이나 도요타에서 공급받는 외국 부품사보다 국내 부품사가 훨씬 싸게 공급했죠. 그래서 매출액 대비 부품 원가 비율이 현대자동차가 폭스바겐에 비해서 10% 포인트가 낮았어요. 그게 수익률을 올려주는 근본적인 원인이었습니다. 

 

대기업 가격후려치기 청산하지 않는 한 혁신은 ‘그림의 떡’

 

이러다보니 부품 시장들 보면 1차, 2차 벤더 이렇게 구성이 됩니다. 1차 벤더들은 계열사가 하거나 아니면 친인척 회사가 하거나 가신기업이 해요. 그리고 2차 벤더가 전속계약으로 붙어있습니다. 그러면 단가 후려치기하면 결국 2차 벤더한테 다 가는 것이죠. 수익률이나 임금이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가 100이라면 현대차 계열사인 1차 벤더들은 한 60이 됩니다. 2차 벤더들은 1차 벤더들의 60이 돼요. 그게 수익률 임금 구조가 거의 그렇게 갑니다. 그러다보니 단가 후려치기를 당하니까 혁신이 일어날 수 없어요. 혁신 여력이 없죠. 두 번째는 원청사업자 자체도 혁신을 할 요인이 없어져요. 현대차가 지금까지 보면 폭스바겐에 비해서 R&D 지출이 전체 매출액 대비 1/3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고요, 도요타의 절반  수준을 유지했어요. 혁신할 요인이 별로 없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2015년 전후로 우리가 싸게 잘 만드는 부품 단가 후려치기로 싸게 잘 만드는 로엔드마켓이죠. 로엔드마켓에 중국이나 인도가 들어오면서 ‘가성비’에서 경쟁에 밀리는 것이죠. 갑자기 중국 시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사드 영향도 있었다고 말하죠. 그것보다는 중국의 가성비 좋은 차들이 들어와서 너무 가격 차이가 나죠. 그 다음 하이엔드마켓은 최근에 커넥티드 카, 전기차 혁신들이 막 일어납니다. 그런데 현대차도 그렇고 부품회사도 혁신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현대차가 하이엔드도 잃어버리고 이른바 샌드위치가 됐죠. 

 

제조업 근본적 위기…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블록화로 가격경쟁력 약화

 

 이게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고요. 대부분의 제조업이 그렇습니다. 휴대폰, 건설업 다 그렇습니다. 이 구조를 바꿔줘야 된다.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블록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하청 구조, 1차 2차 구조로. 이런 구조에서는 그 안에서도 경쟁도 없고, 블록 간의 경쟁 또는 융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혁신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가 없는 거죠. 그리고 더 이상 가격경쟁력으로 중국이나 인도 같은 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이게 제가 말씀드리는 제조업의 근본적인 위기다. 이걸 풀어줘야 된다는 것이죠 .현대 자동차를 생각해보시면 왜 현대자동차는 도요타나 폭스바겐, 미국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다른 길을 갔느냐, 말하자면 1990년대 이후에. 그것도 총수일가의 세습과 컨트롤, 지배의 문제가 걸려있었어요.

도요타, 덴쇼에 해당하는 것이 현대자동차의 모비스입니다. 모비스를 통해서 총수일가가 현대차를 지배하고 있어요. 총수 일가의 컨트롤을 위해서 이걸 독립해서 만들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수직계열화 시키니까 밑에 하청들에 대해서 단가 후려치기 해서 쉽게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서는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미미했던 측면이 있는 거죠. 이것들을 바꿔줘야 된다. 정말 재벌개혁이라든지 산업구조개혁을 하자는 근본적인 취지 중 하나가 재벌 총수 일가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회사가 잘 돼서 돈을 버는 것 밖에 없어야지 정상적인 경영적인 판단과 탈수직계열화에 대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죠. 그럴 수 있는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한 마디로 공정경쟁이라고 볼 수 있죠. 이런 정책적인 이니셔티브를 과감하게 취할 때가 됐습니다.

 

-이계민 : 혁신성장 쪽은 어떻습니까?

 

혁신성장의 세 가지 조건 … 혁신 기회, 혁신 유인, 그리고 금융

 

▲박상인  : 혁신성장이라는 게 제가 말씀드린 공정경쟁이 되면 혁신성장, 혁신형 경제에 대해서 80년대 후반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학에서 연구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 연구의 결론이 무엇이냐 하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혁신의 기회, 혁신 할 요인, 그리고 금융이 따라와야 합니다. 금융은 지금 돈은 많이 있습니다. 금융은 따라 옵니다. 유인과 기회가 있으면 따라옵니다. 

그런데 첫 번째, 말씀드린 것처럼 블록화 되어있고 블록화 된 경제 안에서는 다 내부거래, 친인척 기업 그리고 전속계약. 공정한 기회가 없죠. 기회가 없습니다. 혁신이 많이 일어난 혁신기업, 예를 들면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네이버, 카카오톡 이런 것들이죠. 인터넷 게임 회사들. 아모레퍼시픽, 케이팝.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이 무엇이냐면 이른바 비투씨(BtoC)입니다. 비즈니스 투 컨슈머(Business-to-Consumer) 에요. ‘비즈니스 투 컨슈머’는 엔드 유저(end user)가 일반인이고, 소비자죠. 여기서는 기술탈취라든지 일감 몰아주기 같은 것들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여기서는 혁신이 일어나요. 혁신할 기회가 있고 그러니까 혁신이 일어나겠죠. 그런데 비투비(BtoB)에 해당하는 중간재는 혁신의 기회가 없어요. 공평한 경쟁의 기회가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혁신이 안 일어나는 겁니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도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경제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두 번째 유인의 문제인데 유인이라는 것은 혁신에서 성공한 사람이 대박쳐서 자기가 열매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하죠. 기술 탈취가 만연한 와중에서는 유인이 없어집니다. ‘혁신하면 뺐긴다’ 누가 하겠어요. 옆에서 그런 경험을 봤다, 그러면 혁신할 유인이 없어지죠. 결국 고만고만한 것을 만들고, 고만 고만한 기업을 통해서 단가 후려치기가 일어나는 것이죠. 

 

기술탈취에 ‘징벌 배상’,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해야

 

그러기 위해서 제가 징벌 배상, 디스커버리 제도 같은 것들을 도입하자, 기술 탈취가 일어나면 가해기업의 능력, 매출액이죠. 매출액에 비례해서 징벌 배상을 하게 하면 기술탈취에 대해서 두 번 생각하게 되겠죠. 그리고 입증하기가 어려워서 민사소송에서. 입증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에서 원고측 변호사가 마치 검사처럼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 이게 디스커버리지 제도입니다. 이 두 가지를 미국에서 하고 있죠. 이것을 하면 혁신할 요인이 생깁니다. 미국에서 왜 기술탈취가 일어나는 대신에 혁신기업을 큰 기업들이 프리미엄 주고 사느냐, 미국에서 큰 기업들이 예를 들어 작은 기업들이 혁신을 했다고 선전을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미팅을 원합니다. 그러면 변호사들이 같이 가요. 그래서 이야기한 것을 다 다큐멘터리화(서류화) 해버립니다. 큰 기업 입장에서 들어보니까 비슷한 것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죠. 그래서 저것 말고 우리 것 해야겠다고 해서 물건을 냈어요. 그러면 소송에 들어갑니다. 징벌 배상을 받아요. 의도 또는 고의가 되는 것이죠. 알고 한 것이 되죠. 그런 징벌 배상의 위험을 회피하려고 아예 프리미엄을 주고 사버립니다. 그러니 보통 혁신 기업이 미국에서 또는 유럽에서 성공하는 것은 대부분 M&A에 의해서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돈을 번 벤처 사업자들은 다시 벤처로 돌아오거나 벤처케피탈이 되는 겁니다. 그런 선순환이 돌아가죠.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 기술탈취가 일어납니다. 벤처에서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그걸 견디고 어떻게 해서 상장해서 성공하는 경우 밖에 없습니다. 성공률이 1/10 밖에 안 되죠, 미국에 비해서. 그런 분들이 벤처로 돌아오느냐, 안 돌아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기술 탈취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정이 좋으니 먹고 살 만큼 돈은 받았대요. 이 분이 무얼 하느냐, 부동산 임대업을 해요. 오히려 부동산 임대업이 노력의 대가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이런 제도가 지금 우리 제도라는 것이죠. 이걸 바꿔주지 않고 이걸 정부에서, 박근혜정부 때까지 한 것은 무엇이냐면 금융 지원을 해서 혁신하겠다는 생각이에요. 유인과 기회가 없는데 금융을 지원해서 한다, 그러면 이 지원금을 받기 위한 혁신만이 일어납니다. 그게 지금 우리 20년 경험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혁신 성장, 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계민 : 요즘 논란이 많이 되는 이익 공유제 문제는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이익 공유제’ 보다 수요독점 규제를 제대로 규제해 후려치기 막아야

 

▲박상인 : 이익공유제 저는 사실 그다지 효과성도 없고요, 굉장히 무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익 공유가 아니고 사실은 단가 후려치기를 말씀을 드렸는데, 단가 후려치기를 우리가 하도급법에서 규율을 하는데 하도급법 규제로만은 단가 후려치기를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단가 후려치기라는 것은 수요 독점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이미 공정 거래법에 우리가 수요독점가격 착취를 막을 수 있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것을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 저는 오히려 수요독점을 공정위가 규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서 단가 후려치기 자체를 막아줘야만 된다, 단가 후려치기 일어난 다음에 이윤을 공유한다, 이건 앞뒤가 안 맞고요. 이렇게 되면 행정 비용이나 절차상의 엄청난 코스트가 들어서 굉장히 비효율적입니다. 그럴 것 없이 처음부터 수요 독점 규제를 제대로 하면 시장 경제 시장의 원칙에 맞게 가는 것이죠.

 

-이계민 : 지금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가 전부 다 한다, 장관들은 들러리다, 하는 식의 혹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책 결정이라든가 대통령이 경제정책 운용을 하는데 있어서의 주요 대상, 이런 것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대통령중심제에서 정책과제를 청와대가 설정하고 내각이 집행 게 “정상”

 

▲박상인  : 일단 대통령 중심제에서 큰 아젠다를 청와대가 설정하고 그것을 추진하는 주체가 청와대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 역대 정권에서 다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행정부가 집행하는데 있어서 손발이 안 맞아서 생기는 문제가 많았죠. 그런 부분들이 인사를 통해서 교정되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청와대와 내각의 역할 분담은 청와대가 아젠다를 세팅하고 그것에 대한 추진주체가 되고 내각이 집행하는 기관이 되는그런 것들이 대통령제에서 사실 맞다고 생각이 됩니다. 

두 번째는 어떤 사람을 앉히느냐가 정책에 대한 시그널을 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여전히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대통령께서 권한의 위임, 역할의 분배를 정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 그게 정확하지 않으면 혼선이 생기고 영역 다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단지 그런 역할 분담과 팀웍이 안 되다보니 그런 지적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와 내각, 권한위임·역할분담 분명히·소통과 협력시스템도 갖춰야

 

또 청와대 대통령실 중심으로 해야 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내각에서 하는 것, 그 사이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그런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례적으로 과거에 비공식적인 회의들이 많이 있었는데 조금 더 정례적으로 주요 경제 장관들과 청와대 정책 참모들이 소통하는 아젠다 세팅에서부터 집행까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계민 : 어쨌든 이번 인사를 투 톱을 경질했는데, 인사를 하게 되면 청와대 또는 내각에서 소통하고 팀웍이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이 결론이겠네요. 감사합니다.<ifs POST>​ 

20
  • 기사입력 2018년11월09일 21시21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