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현실과 수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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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3년10월01일 22시14분
  • 최종수정 2013년10월01일 22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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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자들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빼돌린다. 국내에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과 상당수 기업인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개인들의 조세 회피는 전체 조세회피 금액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과 다국적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소득을 이 나라에서 저나라로, 또 다시 제3의 국가로 이전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행위들이 대부분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조세피난처 국가들은 이런 행위를 합법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구글은 사업 영역을 미국과 미국 이외 지역 2개로 나눠놓고 있다. 그리고 미국 밖에서 벌어들인 돈은 미국으로 들여가지 않고, 조세피난처에 쌓아두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의 법인세율이 35%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1년 미국 밖에서 거둔 98억 달러의 매출액중에서 3.2%의 세금만을 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구글에 광고를 내는 유럽 기업들은 미국의 구글 본사가 아니라 구글아일랜드로 광고료를 지불한다. 그러면 구글아일랜드는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특허권 사용료 명목으로 구글네덜란드홀딩스로 보낸다.구글네덜란드홀딩스는 이 돈을 다시 또 다른 회사인 구글아일랜드홀딩스로 보낸다. 구글아일랜드홀딩스의 소유주는 카리브해의 조세피난처 버뮤다에 소재한 구글 자회사들인 것이다. 버뮤다의 구글 자회사가 소득을 가져가는 근거는 구글 기술에 대한 사용권이다. 버뮤다 자회사가 구글 본사로부터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구글의 기술을 사용할 권리를 이전받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2011년 미국 이외 지역에서 370억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세금으로 낸 돈은 2%도 안된다. 애플코리아의 경우, 얼마나 벌고, 얼마나 고용하고, 얼마나 지출하는지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다. 2009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회사 구조를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애플코리아는 유한회사로 변경되지 직전인 2009년 마지막으로 감사보고서를 냈다. 당시 감사보고서를 보면 178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순이익은 29억원에 불과하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율이 1.6%이어서 법인세로 낸 돈은 고작 10억원이다.
참고로 미국 애플 본사의 최근 영업이익률은 무려 26%이다. 1조원 어치를 팔면 2600억원이 남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외의 지역인 한국에서만 영업이익율이 1.6%라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아마존의 경우는 어떠한가? 독일 사람들이 아마존 사이트에서 책을 구매하면 영수증에는 룩셈부르크에 소재한 아마존EU 유한회사라는 명칭이 나온다. 룩셈부르크에서는 전자책에 대한 부가세율이 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가구회사 스웨덴 이케아는 올해 말에 광명시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원래 스웨덴 회사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스웨덴 회사라고 부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회사를 재단 형태로 바꿔버렸고, 그 재단마저 조세피난처로 옮겨버렸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크게 3개의 덩어리로 되어 있다. 각각의 지주회사는 네덜란드, 리히텐슈타인,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안틸러스제도 3군데로 흩어져 있다.
 
각국 조세당국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를 잡아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국경을 넘어서는 국가간 거래라서 이전 가격 조작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둘째로는 특허권료, 기술료 등 무형의 자산 가치를 내세워 소득을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현지 자회사들 대부분이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는다. 네번째는 각국의 조세당국들이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세 시스템과 업무 방식 등이 달라서 다국적기업들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는 다국적기업들은 날고 있는데 조세당국들은 기어가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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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3년10월01일 22시1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7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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