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다음 과제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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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3년10월05일 16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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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초기 성과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를 포함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보다 창의적이고 포괄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하였고,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과 같은 양자외교는 물론, G20 정상회담과 같은 다자외교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견국 리더십 외교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과거 비정상성이 반복되던 남북관계가 그래도 어느 정도의 정상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위기고조전략을 우리 정부는 안정적으로 관리하였고,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대화 과정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물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고, 또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지만, 만약 북한에게 대화를 통해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이라도 생겨났다면 이는 앞으로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본다.

이런 가운데에 지난 9월말 예고되었던 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무산된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수십 년간 몸은 서로 떨어져 있었지만, 혈연을 매개로 이어져 있는 가족 간 상봉이라는 ‘약속’을 파기할 수 있는 그 어떤 논리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흔 살이 되어가는 어르신들의 가슴에 남긴 상처를 북한은 대체 어떻게 치유하겠다는 속셈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작은 평화를 하나둘 쌓아서 한반도 평화라는 큰 평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마당에, 북한이 생각하는 평화에는 왜 이산가족들의 생사 확인이 포함될 수 없는 것일까?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이산가족 상봉 무산이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정권 출범 이후 성공적인 초석을 다지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근간을 흔들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정책적으로 더욱 진화하고, 결과적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초기의 성공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직면할 다음 과제는 바로 이산가족 문제에서 잘 보았듯이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중적인 모습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는 신뢰프로세스의 다음 모습이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것이고, 또 북한의 입장에서 강온전략 카드 두 장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면서 우리 정부의 다음 수(手)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진지함과 성실한 노력에 그 해답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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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3년10월05일 16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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