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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길을 묻다 △ 발제 1: 가짜뉴스, 규제해야 할까? -서강대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 5차 토론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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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16일 18시25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16일 18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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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제 1: 가짜뉴스, 규제해야 할까?

  ▲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

 

허위사실유포죄는 위헌 및 인권침해, 결론은 ‘진실의 재고를 키우는 것’

 

 허위사실유포죄는 국가가 허위와 진실을 구분하여 허위를 처벌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허위와 진실은 구분하기 어렵다. 과학철학에서도 진실은 ‘잠정적’이다. 과학은 반증할 수 있는 허구(가설)를 제시하고 반증에 실패하면서 진실의 범위를 넓혀가는 학문이다. 

대부분의 문제가 되는 허위는 진실에 가깝기 때문에 해악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허위의 처벌은 진실의 처벌을 항상 동반할 수 있고 그 제도의 목표인 진실의 추구를 도리어 저해할 수 있다. 그리고 진실이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드는 위축효과를 가져오며 허위에 대한 처벌은 그 처벌자인 국가가 체제유지를 위해 진실을 도리어 은폐하는 데에 남용될 수 있다.

 

허위사실유포죄는 보통 “공익”, “혼란” 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해악이 적시되지 않고 있어 위헌 및 인권침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권위주의 정부에서 진실된 비판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왔다. 예컨대 유신정부의 긴급조치 1호의 첫 번째 신설범죄가 “유언비어유포죄”였다.

 

또 지난 2007년 일어난 미네르바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인기 경제 블로거 가 ‘수출 대기업들에 유리한 고환율정책을 비판’한 내용이 문제가 돼 입건된 적이 있다. 그러나 결론은 ‘피고인 무죄’였다. “공익 훼손” 이유로 허위주장 처벌은 명확성 위반으로 위헌요소가 있다. 

부정확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선의에 의해 공익가치가 형성될 수도 있다. 또 의도적인 허위주장도 표현의 자유를 떠받치는 가치들과 관련되어 유용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또는 권력자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자유가 진정한 표현의 자유이다.

 

그런데 약간의 해악 때문에 검찰의 칼날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목전의 진실을 밝힐 가능성이 없어진다. 진실은 항상 숨겨져 있다. 진실이 뚜벅 뚜벅 걸어 나오게 만드는 것은 오직 의혹제기 뿐이다.

허위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깨어있는 시민과 언론의 각성이 절실하다. 더 많은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 진실명예훼손죄의 폐지와 공공데이터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판결문 공개도 공공데이터 개방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야 할 길은 ‘진실의 재고를 키우는 것’이다. 유엔인권위원회 및 국제기구들은 오랫동안 허위사실유포죄의 폐지를 세계 여러 나라에 권고하여왔다. 지난 2015년 11월 유엔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권고했다.

"진실의 항변은 절대적이다. 공익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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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16일 18시25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16일 18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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