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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관(可觀)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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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1월15일 17시02분
  • 최종수정 2020년01월15일 18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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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5일 부동산대책과 관련, ‘경제학적, 정치적 모든 대책을 준비해 필요하면 전격적으로 쓸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김 실장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를 통해 "대출규제, 거래질서 확립, 전세 제도와 공급 대책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것도 모자라다고 생각됐던 것인가? 강기정 정무수석까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동산가격 안정을 기필코 이뤄내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나무라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떠들고 윽박지른다고 될 일인가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 없다.

우선 관계부처 장관을 비롯한 고위당국자들은 무엇하고 있기에 청와대 참모들이 나서서 시쳇말로 ‘방방 뜨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 말씀을 철저히 받들어야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관련부처들이 청와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직접 나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정책은 우리가 세우겠으니 관련부처들은 청와대에서 하라는 일만 묵묵히 실행하면 된다”는 것인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정책과제를 “강력한 규제만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섣부른 자신감이다. 가격을 규제하면 수급에 변화가 온다는 것은 경제논리의 기본상식이다. 가격을 낮게 억제하면 공급이 줄어들고 시장의 집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이른바 ‘불로소득(不勞所得)인 투기차익을 없애겠다는 것 아니었나. 그런데 가격을 통제하면 투기 차익은 더 높아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팔려는 사람이나 가격이 맞지 않으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매매위축이 불가피하다. 그러면 이득이 되는 사람은 정부인가? ’집값 안정‘이라고 생색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실수요자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제 때에 팔고, 제 때에 살 수 없으니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들이다. 

 

청와대의 경제수석도 아닌 ‘정무수석’이라고 하시는 분은 “(주택) 매매 허가제… 운운”하고 있으니 가관(可觀)이 아닌가.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전문(前文)에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못 박고 있다. 물론 "그런 주장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는 완곡한 표현을 달고 있지만​ 자유시장경제 체제인 대한민국에서  ‘매매 허가제’를 들먹이는 것만으로도 한심하고 걱정되는 일이 아닌가?

 

제발 청와대 참모들은 ‘참모로서의 책무’에 충실하길 바란다. 정부정책은 대통령이 내각에 지시해 각 부처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면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정수반으로서의 대통령은 참모들과 대책을 숙의(熟議)하는 수보회의에서 각종 지시사항을 시달할 것이 아니라 참모들의 의견을 들어 내각을 통해 정책지시 등 국정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 정답이다. 참모들이 너무 설치면 대통령을 욕보이는 일임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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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0년01월15일 18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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