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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러시아로 총구 돌린 '용병 쿠데타'…우크라전 판도 흔드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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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6월24일 19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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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반격 와중에 바그너 그룹까지 무장 반란

푸틴 "가혹한 대응"·"가담자 처벌" 경고하며 파장 최소화 시도

우크라, 러 분열 틈타 대반격 고삐죄나…서방도 상황 주시

 

러시아 정규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장선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군 수뇌부를 겨냥해 반란을 일으키면서 1년 반 가까이 이어진 우크라이나전의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 대반격에 맞서 최전선에 전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내부의 적전분열로 또 다른 전선이 형성돼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바그너 그룹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했으며, 이 지역 러시아 군 사령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소식통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또 다른 남부 도시 보로네시의 모든 군사 시설을 접수했다. 보로네시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500㎞ 떨어진 도시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공개한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오지 않으면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프리고진은 한 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최측근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바그너 그룹을 이끌고 최전선에 나가 싸웠다.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였던 바흐무트에 러시아 깃발을 꽂을 수 있었던 것도 이들 용병의 공이 컸다.

프리고진은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군의 무기 지원이 부족하다며 여러 차례 공개 불만을 표시했는데, 특히 쇼이구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를 겨냥해 날 선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런 불만이 쌓이고 쌓여 결국 '무장 반란'이란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당국은 강경 대응으로 맞섰다.

프리고진을 반란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체포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직접 텔레비전 연설에 나서 바그너 그룹에 '최후 통첩'식의 경고장을 날렸다.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반역에 직면했다"며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고, 반역 가담자는 모두 처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고진을 향해선 "과도한 야망과 사욕"으로 반란에 나섰다며 맹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입장 표명에 나선 건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맞서 점령지를 사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방의 무기 지원에 힘입어 이달 초부터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했던 남부 자포리자주와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여러 마을을 탈환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목표가 크림반도 탈환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2014년부터 러시아가 점령해 통치하고 있다.

점령지 일부를 내어준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다른 마을과 루한스크주를 공략하고 있다.

비록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속도가 예상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러시아로선 방어전과 공격전을 동시에 펼쳐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편이었던 바그너 그룹이 등에 칼을 꽂고 나서자 러시아 정부 입장에선 전선이 또 하나 늘어난 형국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금은 전체 군의 단결이 필요한 때"라며 바그너 그룹에 즉각 반란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도 군사력 분산을 최대한 막아 우크라이나전에 집중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바그너 그룹 반란이 러시아 군 전체의 동요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필요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시기에 내부 균열이 생기는 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 내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위기가 우크라이나엔 기회가 될 수 있다. 러시아 용병그룹의 무장 반란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우크라이나가 지지부진한 대반격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점령지 탈환을 위한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는 예상보다 강한 러시아의 방어에 고전하며 대반격 진전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트위터에 "엘리트들 사이의 분열이 너무 명백해 모든 것이 해결된 양 가장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프리고진 또는 반(反)프리고진 집단 중 누군가는 반드시 패배한다"고 적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트위터에 "젤렌스키 팀은 함께 한다"며 우크라이나 군 지도부와 함께 서 있는 자신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의 단합과 러시아의 분열을 대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용병그룹의 무장 반란과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도 트위터에 게재한 일일 정보 업데이트에서 "근래 들어 러시아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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