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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길을 묻다 - 서강대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 토론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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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16일 18시4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16일 18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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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남덕우기념사업회(회장 김광두 석좌교수)는 지난 14일 서강대GN관(경제관)201호에서 “한국 언론, 길을 묻다”를 주제로 제5차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 김동률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 박경신 고려대 교수 ▲ 윤형중 前 한겨레 기자 ▲ 임종섭 서강대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 오대영 가천대 교수 ▲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박사 ▲ 조창환 연세대 교수  ▲ 진경호 서울신문 부국장 등 4명이 토론에 참여했다. 다음은 이날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 발제 1: 가짜뉴스, 규제해야 할까?     영상 바로보기

  ▲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

 

허위사실유포죄는 위헌 및 인권침해, 결론은 ‘진실의 재고를 키우는 것’

 

 허위사실유포죄는 국가가 허위와 진실을 구분하여 허위를 처벌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허위와 진실은 구분하기 어렵다. 과학철학에서도 진실은 ‘잠정적’이다. 과학은 반증할 수 있는 허구(가설)를 제시하고 반증에 실패하면서 진실의 범위를 넓혀가는 학문이다. 

대부분의 문제가 되는 허위는 진실에 가깝기 때문에 해악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허위의 처벌은 진실의 처벌을 항상 동반할 수 있고 그 제도의 목표인 진실의 추구를 도리어 저해할 수 있다. 그리고 진실이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드는 위축효과를 가져오며 허위에 대한 처벌은 그 처벌자인 국가가 체제유지를 위해 진실을 도리어 은폐하는 데에 남용될 수 있다.

 

허위사실유포죄는 보통 “공익”, “혼란” 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해악이 적시되지 않고 있어 위헌 및 인권침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권위주의 정부에서 진실된 비판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왔다. 예컨대 유신정부의 긴급조치 1호의 첫 번째 신설범죄가 “유언비어유포죄”였다.

 

또 지난 2007년 일어난 미네르바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인기 경제 블로거 가 ‘수출 대기업들에 유리한 고환율정책을 비판’한 내용이 문제가 돼 입건된 적이 있다. 그러나 결론은 ‘피고인 무죄’였다. “공익 훼손” 이유로 허위주장 처벌은 명확성 위반으로 위헌요소가 있다. 

부정확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선의에 의해 공익가치가 형성될 수도 있다. 또 의도적인 허위주장도 표현의 자유를 떠받치는 가치들과 관련되어 유용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또는 권력자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자유가 진정한 표현의 자유이다.

 

그런데 약간의 해악 때문에 검찰의 칼날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목전의 진실을 밝힐 가능성이 없어진다. 진실은 항상 숨겨져 있다. 진실이 뚜벅 뚜벅 걸어 나오게 만드는 것은 오직 의혹제기 뿐이다.

허위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깨어있는 시민과 언론의 각성이 절실하다. 더 많은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 진실명예훼손죄의 폐지와 공공데이터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판결문 공개도 공공데이터 개방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야 할 길은 ‘진실의 재고를 키우는 것’이다. 유엔인권위원회 및 국제기구들은 오랫동안 허위사실유포죄의 폐지를 세계 여러 나라에 권고하여왔다. 지난 2015년 11월 유엔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권고했다.

"진실의 항변은 절대적이다. 공익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 발제 2: 언론의 소유에 관한 질문 (관영매체 vs 사기업)     영상 바로보기

  ▲ 윤형중 LAB2050 연구원, 前 한겨레신문 기자

 

전반적인 매체 불신 심화…소유구조의 문제 포함해 언론 스스로 해결해야

 

언론사의 소유구조는 언론이 만들어내는 생산물인 ‘보도’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 구성원인 언론인들의 일상적인 업무환경과 조직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기반이라고 볼 수 있다. 

남효윤(2009)은 한국의 신문을 소유구조에 따라 5가지로 분류했다. 1)언론재벌이 소유한 신문 2)재벌이 소유한 신문 3)정부가 소유한 신문4)종교자본에 기반을 둔 신문5)국민주 형태로 운영되는 신문 등이다. 여기에 6) ‘재벌이 아닌 중견기업이 소유한 신문’을 하나 더 추가해 총 6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방송사를 포함한 언론사의 소유구조도 대개 이 6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발제문에서는 1), 3)의 소유구조를 가진 언론사와 중견·중소기업이 소유한 언론 등을 다룬다  

우선 △ 족벌 언론이 재벌의 이익에 복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핵심은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에서 ‘보험’으로 변경되고 있다. 언론사가 비판기사를 자제하거나 막아주는 ‘보험’과 다름없는 광고를 기업에 팔고 있으며 보험에 가입한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형태로 취재와 보도를 하는 행태를 비유한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의 영향을 받는 언론은 어떻게 저널리즘을 지킬 것인가. 소유구조에 있어 정부가 직접 혹은 간접 소유하거나, 혹은 지배구조를 정하는 데에 있어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언론사들이 상당수 있다. 종합일간지 가운데에는 서울신문이 최대주주인 우리사주조합과 거의 비슷한 지분을 ‘기획재정부’가 보유하고 있고, 방송의 경우 정부가 직접 소유한 한국방송(KBS),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대주주인 문화방송(MBC) 모두 소유구조상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전KDN이 최대주주인 YTN과 뉴스통신진흥회와 한국방송공사, 문화방송이 주요 주주인 연합뉴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일 문제가 많은 곳은 정부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방송이다.

그런 점에서 참고할 언론사는 신뢰받는 공영방송의 대명사인 영국의 BBC다. 영미권에서는 자국의 언론사보다 BBC를 더 신뢰하는 사람들이 다수고, 취재원들도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BBC니까 취재에 응한다”고 할 정도다. 

한국의 공영방송도 이제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정파적인 공정성을 의심받는 단계에서 벗어나 사회에 필요한 아젠다를 세팅하고, 성찰적 자세로 보도를 되짚으며 대중의 눈높이와 감성을 반영하는 콘텐츠로 ‘신뢰 받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인력과 재정 등의 자원이 풍부한 공영방송이 저널리즘과 콘텐츠 부문에서 본을 보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재벌이 아닌 중견기업이 소유한 신문’들의 문제다. 요즘 기업들은 왜 언론사를 인수하는걸까? 김성후(2019)는 기업이 언론사를 소유하는 이유로 3가지를 꼽고 있다. 첫 번째는 언론을 기업의 이익을 위한 방패막이로 쓰거나 홍보나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정보와 권력의 이너서클로 손쉽게 편입되는 언론사 사주라는 독특한 위치 때문이고, 세 번째는 언론사를 오너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소유구조와 수익구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은 언론이 보이는 여러 문제점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고, 이미 사회에 여러 문제점들을 양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이 우리 사회와 정치권의 주요 현안이 되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난립된 무수한 온라인 언론사들은 단기 수익목표에 매몰돼 자극적인 내용으로 제목만 바꿔 달며 기성 언론들이 쓴 기사들을 사실상 베껴 쓰는 행태들을 보이고 있고, 기성 언론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관계없이 사회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리 성공했단 평가를 못 받고 있다. 

 

오히려 이해관계에 중립적인 언론보단 편들어주는 언론을 선호하는 흐름도 생기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언론의 정파성을 부추기고, 같은 정파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의 혐오를 키우는 원인으로도 작동한다. 또한 언론의 계몽적이며 선정적인 보도행태들이 ‘언론혐오’ 현상을 부추기고도 있다. 

그런 반면 대중의 뉴스 소비량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등의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점점 커지고 있고, 전반적인 매체 불신이 심한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신뢰할 만한 언론의 등장을 갈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언론은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개혁하기도 어렵고, 유권자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쉽지 않다.

 

 결국 언론은 스스로의 문제를 푸는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 문제의 기반엔 소유구조와 수익구조가 있다. 결국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잘 하기 위해서라도 소유구조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그에 파생된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문제를 공론장에서 주요 쟁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 발제 3: 한국 언론의 당파성(정파성)  영상 바로보기

  ▲ 임종섭 서강대학교 교수

 

 ‘좌편향’과 ‘우편향’의 정파성은 있지만 편향된 보도의 차이는 크지 않아

 

여기에서 정파성이란 정당에 느끼는 정서, 인식, 태도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개별 언론사가 정파적이라도 전체 언론 입장에서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정당한 정파성은 ‘사안을 어떤 비중으로 보도하는가, 어떤 사실과 사실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가’에 개입하는 것이고, 정당하지 못한 정파성은 ‘기본 사실이나 사실 관계를 제외시키고, 사실과 다르게 기술하면서 한쪽 입장만 제시, 기자의 가치, 선호, 추정 등을 밝히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언론 기사와 논설은 편향된 보도를 하는가?미국의 뉴욕타임즈와 폭스뉴스를 대비해본 결과  ‘좌편향’과 ‘우편향’의 보도들은 현안별로는 차이가 크지만 전반적으로 편향된 보도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 언론의 정파성과 편향 보도는 어느 정도인가를 보기위해 ‘제주 난민‘을 검색어로 <조선일보>와 <한겨레> 홈페이지에서 각각 20건과 47건 수집해 프로그래밍 언어인 R로 핵심 단어들이 연결되는 ‘의미 연결망’과 ‘군집 분석’을 해보았다.

그 결과 조선일보 보도에 나타난 개념은 예멘 제주난민에 대해 외국인 범죄 증가, 여성 상대 범죄, 불법체류 등 부정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 난민 수용 또는 반대 청원과 브로커를 통한 취업 난민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난민 문제 논란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한겨레 보도에 나타난 개념을 보면 ‘난민과 공존, 정부 지원 부재에 대한 지적, 한국에서 난민이라는 신분 상태로 사는 현실 문제 등 난민에 긍정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예멘 난민이 범죄를 저지르기보다는 선행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 보도방향에 있어서 △현안을 확연하게 다른 입장에서 접근하고 △언론의 편향 보도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파악하려면, 다양한 언론사들이 생산한 기사와 사설, 논설 등을 대규모로 수집하고, 기계 학습과 인간 분석을 결합해 정교하게 조사해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 이런 연구 결과나 자료는 없는 상황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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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9년11월17일 10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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