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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흑자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2월24일 20시3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45분

작성자

  • 이경태
  • 前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前 OECD 대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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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무역수지흑자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1. 불황형 흑자논란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세가 주춤한 데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흑자는 더욱 확대되는 현상을 두고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불황형 흑자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수입은 국내경기의 침체 때문에 더욱 부진해서 발생하는 흑자를 뜻한다. 즉 강력한 국제경쟁력을 무기로 하는 수출증가가 주도하는 무역흑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무역수지와 경기사이클 간에는 역의 관계가 존재한다. 호황기에는 수입수요가 증가해서 흑자가 축소되거나 적자가 확대되고 불황기에는 수입수요가 감소해서 흑자가 확대되거나 적자가 축소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불황형 

흑자 논쟁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리경제의 위기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현재 불황형 흑자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수출경쟁력은 약화되고 있고 투자와 소비 등 내수경기마저 침체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경제는 머지않아서 성장을 멈추게 될 것이다. 즉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총수요를 구성하는 수출과 내수가 동반부진에 빠지고 있다는 경고음인 것이다.

 

 최근 우리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시장에서 삼성휴대폰이 중국토종기업 샤오미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고 철강, 조선도 중국기업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으며 석유화학은 셰일가스 때문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비단 전통 주력산업의 우위가 흔들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핀테크, 전자상거래 등 미래먹거리 산업에서 마저도 중국 등에게 선점당하고 있다.

 내수부진은 이제 전혀 새삼스럽지가 않다. 막대한 이윤을 내는 일부 대기업의 현금성 유보금은 해마다 쌓여 가고 있는 반면에 여타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되어서 신규투자의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소비 또한 회복의 여력이 소진되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저축성향은 늘어나고 있으나 GDP에서 차지하는 가계저축은 감소하고 있다. 이는 GDP에서 가계소득으로 흘러가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경제성장의 과실이 기업으로 흘러가지만 투자를 통해서 가계로 환류되지않고 있고 가계는 노후대비, 사교육 때문에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2. 숫자로 본 무역흑자

 2014년에 수출은 2.4%, 수입은 1.9% 증가하였고 무역수지는 475억 달러로서 전년대비 34억 달러(7.7%) 늘어났다. 그런데 작년 10월부터 금년 1월까지 매월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여 4개월 동안의 무역수지흑자가 무려 242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수출 또한 작년 11월과 금년 1월에 감소하였는데 이는 수출이 부진하면서 수입은 더욱 부진한 불황형 흑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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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최근의 수입감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화된 유가하락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즉 원유관련제품(석유, 천연가스, 석탄 및 석유제품)을 제외하면 수입은 2014년 4/4 분기 2.6%, 금년 1월 3,2% 증가하였다.

수출 또한 전반적으로 증가율이 높지는 않지만 수출가격이 크게 하락한 원유관련제품(석유화학, 석유제품)을 제외하면 금년 1월에도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하락에 따른 수출입가격 하락분을 제외한 물량기준으로 보면 수입, 수출 모두 건실하게 늘어나고 있다. 수입물량지수는 2013년 4.3%, 2014년 4.7% 증가하여 두해 모두 금액기준증가율 마이너스 0.8%, 1.9%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수출물량지수도 2013년 4.8%, 2014년 4.4% 증가하여 같은 해의 금액기준증가율 2.1%, 2.4%보다도 높다.

 

 저유가현상이 짧게는 금년상반기, 길게는 금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면 수입 감소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확대 또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입물량이 건실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3. 무역수지흑자에 안주해서는 안돼

불황형 흑자이건 아니건 간에 흑자는 적자보다 바람직하다. 무역흑자로 유입되는 외환을 외환보유고로 전환함으로서 외환보유고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한다. 우리나라처럼 대외적인 충격에 취약한 외환 및 금융시장 구조를 가진 경우에 충분한 외환보유고의 축적은 위기를 차단하고 완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물가불안기에는 무역흑자로 인한 통화량의 증가가 물가관리에 큰 부담이 되었지만 오늘날의 저물가시대에는 이 부담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되는 흑자는 원화의 절상압력을 가중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상흑자규모는 GDP의 3%수준을 초과하고 있는데 이는 자칫 미국 등 무역적자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의 비난과 원화절상요구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무역흑자의 상당부분은 국내경기의 부진이 가져온 수입둔화에 기인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현재의 흑자는 수출산업의 강력한 경쟁력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무역흑자는 저성장의 반사이익이며 지속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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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수지흑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출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길밖에 없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장치산업은 조만간 중국에게 추월당할 것이다. 마치 일본이 미국을 추월하고 우리가 일본을 추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동차, 일반기계 등 우리나라의 기술집약적 가공조립 산업은 인적자원에 내재한 숙련기술 때문에 상당기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끊임없는 노력위에서만 가능하다.

우리가 IT융합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지금처럼 중국에게조차 선점당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무역흑자지속에 담겨있는 경고음에 귀를 기울이고 정부와 기업의 시의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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