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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 capitalism과 금융정책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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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1월11일 21시2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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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 capitalism과 금융정책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The Economist는 2012년초 중국과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의 state capitalism의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하는 특집기사를 실은 바 있다. state capitalism 모델은 초기 경제개발 단계에서 희소한 자본을 특정산업에 집중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창의적인 사업계획 부족과 부정부패로 인한 비효율이라는 단점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선진경제에서도 석유개발이나 원자력발전 등 정치적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국가의 독점이 필요한 산업분야가 있다.  대한민국의 21세기 state capitalism과 market capitalism 간 균형점은 어디일까?  전기나 가스, 석유개발 등은 논외로 하고 금융분야는 지금 어떠한 상황이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최근의 금융정책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논의의 배경

대한민국은 2013년초 새로운 행정부를 출범시킨 후 1년이 지난 2014년 통일대박론과 함께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재정건정성개선을 포함하고 있으며 금융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기업 전반의 비용통제와 부채비율감소를 드라이브하고 있다.  2015년에는 금융개혁을 포함한 4대개혁이 국정목표의 전방으로 나오면서 경제전반에 대한 규제완화가 개혁의 주제가 되었다.  금융개혁의 경우 그림자 규제를 없애고 자산건전성과 소비자보호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의적 금융감독권 행사보다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규율을 강화하여 나가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10월 들어서자 2013년초 동양/LIG/STX 때문에 잠시 논의되었던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이라는 구호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금감원을 중심으로 좀비기업을 정리한다고 한다.  너무나 짧은 기간동안 너무나 많은 정책목표가 제시되고 있다는 문제점은 차치하고 금융감독원을 통한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하여 몇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금융정책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의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금융정책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의 바람직한 범위나 기준은 무엇일까?  기업구조조정에 정부가 국민의 공권력과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야 할까?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을 어디로 잡아야 할까?

               

금감원은 금융정책의 단순집행기관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동법 제37조는 금감원의 업무로서 검사에 따른 제재를 추가하고 있고 제40조 이하는 검사대상기관에 대한 자료의 제출요구권, 시정명령 및 직원징계요구권, 금융위에 대한 임원해임권고나 영업정지조치 권고권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은 금감원의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아무러한 권한도 언급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금감원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아무러한 조치도 행할 수 없다.  다만, 검사대상인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출채권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 대출채권의 자산건전성평가와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에 관한 감독규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시행세칙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한계기업들에 기업구조조정의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한된 자원이라는 제약 때문에 집행의 우선순위에 관한 정책적 결정은 필요할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정책 수립기관

금융위는 전술한 법령에 기초하여 금융정책,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건전성 감독 및 금융감독에 관한 업무수행을 위하여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 국가기관이다.  동법 제17조는 금융위의 소관업무로서 금융제도에 관한 결정, 금융기관 제재, 금융기관의 설립, 합병, 전환, 영업의 양수·양도 및 경영 등의 인허가, 자본시장의 관리·감독 및 검사, 금융소비자의 보호와 피해구제 등을 정하여 금융정책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 역시 기업을 대상으로 그 구조조정을 위한 행정조치를 명하거나 이를 권고할 권한이 없다.  나아가 특정 산업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권한도 없다.  다만, 금융정책의 일환으로서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에 관한 기준과 관련하여 신용공여 정책을 설립하거나 변경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제17조는 또한 금융위가 다른 법령에서 금융위의 소관사항으로 정한 사항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정하고 있는 바, 기업구조조정과 관련된 근거를 찾기 위하여는 다른 법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의 산은 기업구조조정자금 결정권한

은행법에 근거한 은행 이외에도 특별법에 근거한 많은 금융공공기관이 존재하는 바, 이중 하나가 한국산업은행법에 근거하여 금융공공기관으로 설립된 산은이다.  산은의 목적에 관하여 산은법는 제18조 제1항 제6호에서 산업의 개발·육성, 중소기업육성, 사회기반시설확충, 에너지 및 자원의 개발, 기업·산업의 해외진출, 신성장동력산업육성 이외에도 “기업구조조정을 자금공급”을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제34조는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금융위의 산은에 대한 감독 및 명령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보고서의 제출요구나 서류의 검사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는 산은이 그 설립목적 중 하나인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자금공급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하게 위한 금융정책의 결정 및 명령권을 가진다.  즉, 금융위의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권한은 산은의 자금공급에 대한 결정을 통하여 수행될 수 있다.  

 

산은과 기업구조조정 자금투입범위

산은은 1954년 설립이후 국가의 보증하에 국민경제발전에 필요한 중요한 산업의 개발·육성을 위하여 국제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하는 역할부터 시작, 산은채의 발행과 일반예금자로부터의 수신을 통하여 산업자금을 조달, 공급하여 왔다.  국민경제가 점차 궤도에 오르면서 일반금융기관이 자리를 잡고 종국적으로 사유화되었으며 기업들의 독자적인 자금조달능력이 확대되면서 산은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재조종이 필요하게 되었다.  지난 행정부 시절 정책금융을 담당할 공사를 분리하고 산은은 민영화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현 행정부는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산은의 일부로 만들되 산은 조직 중 일반은행 내지 금융기관과 경쟁적인 관계에 서는 것들은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러한 변천과정을 통하여 적어도 산은의 임무가 다시 정책금융에 국한되어야 한다는데 대하여는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진 듯 하다.  

그러나, 산은의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자금공급의 범위, 즉 정책금융의 범위에 관하여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듯하다.  산은의 기업구조조정기능은 그 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산업의 전후방 연계성의 정도, 해당 산업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특정 산업의 붕괴가 국민경제시스템의 붕괴우려를 초래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나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상징적인 차원에까지 미치는 기간산업에 국한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인 결정에 따른 비효율이 부수될 것이며 국민의 법치주의에 대한 열망을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산은의 자산건전성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과  국가재정 적자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본적인 원칙없이 어려움을 취한 기업이 발생할 때마다 ad hoc으로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기업활동에 가장 중요한 예측가능성을 저해하여 기업을 돕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 전반과 대외적인 한국경제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공권력은 언제나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도 반할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산은의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지원은 시스템위험을 초래할 경우에만 국한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자동차산업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였듯이 어쩔수 없는 정치적 결정의 요소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기업구조조정의 방법론

기업이 경기하강이나  생산성 저하, 부채에 기초한 공격적 사업확장, 자금시장의 상황변화 등의 원인으로 이자부담을 견딜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 경우 기업의 자본구조를 변경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회사법은 기업의 분할과 합병, 영업양수도, 포괄적 이전과 교환 등 지극히 다양한 법적인 수단을 제공하여 기업의 구조조정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개정회사법과 자본시장법에서 기업의 신주발행이나 회사채발행에 관하여도 대폭 그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는 기업의 일부를 하나의 영업으로 또는 분할하여 하나의 회사로 매각하여 현금화하는 것이 당장의 해결책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일부가 하나의 사업부문이건, 건물이건, 유틸리티이건, 인력조정과 영업의 계속적 수행을 위한 관련계약의 체결, 주주나 채권자의 동의 등 제반 절차를 해결하여야 하기 때문에 단순하지는 않은 문제이다.  계열사와의 합병 역시 계열사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의무나 적정평가의 문제 때문에 배임죄의 위험이나 조세부담이  따를 수 있다.      

 

기업은 신주를 발행하여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기존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이용할 수도 있고 경영상 필요를 이유로 한 일반공모의 방법도 가능하다.  일반공모의 경우 기업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은 한 성공적인 거래가 어려울 것이며 기존 주주소유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경영진이 꺼려할 수도 있다.  따라서, 통상 제일 마지막 방법으로 고려될 것이다.

 

채권자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빌리는 것이 채권자들을 설득시킬 수만 있다면 기업에게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채권자 중 자본시장을 통하여 회사채를 인수한 사채권자들은 사채발행조건상에 기재된 covenants를 이유로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더 많으며 사채권자가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을 상대로 협상을 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또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금융기관대출이 기업금융의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업구조조정이라고 하면 통상 채권금융기관과의 채무재조정을 의미한다.  

 

기업과 채권자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기업은 법원의 보호를 요구할 수 있고 이러한 절차를 규정한 법이 과거 화의법과 회사정리법 이고 지금 통합도산법이라고 불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다.  그러나, 채권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책임 때문에, 그리고 지배주주/경영자들은 지배주주지위의 상실가능성과 사회적 비난 때문에, 일반채권자들은 채권행사정지의 효력 때문에, 이들 법적인 절차를 통한 문제의 해결은 언제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는 채권금융기관의 집합적 행동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합헌성이 의심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라는 특이한 법도 가지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하나의 산업 나아가 하나의 국민경제 차원까지 확대될 경우에는 또 다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1997년 환란으로 인한 기업의 구조조정필요성이 금융기관 전체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시스템의 븡괴위험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 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금융규제당국에게 제반 법적인 수단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국가가 주로 산업자금제공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과거에 석탄산업, 발전설비제조업, 해운산업 등 특정산업이 전반적으로 부실화되는 경우 산업합리화법 내지 공업발전법 등에 근거하여 강제적 합병 등을 통한 산업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특정산업의 문제로서 일종의 산업정책 일뿐 금융을 통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는 별개의 차원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구조조정이란 원칙적으로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의 문제이며 기업의 경영진이 전술한 제반수단을 통하여 자구노력하여 보고 여의치 않으면 채권자와의 협상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다.  채권자와의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법원의 보호를 구할 것이고 기부실경영이나 부실대출 때문에 책임질 자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부실이 산업의 합리화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해당 산업부처에서 이에 상응하는 국가적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기업의 구조조정문제가 금융정책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금융산업과 state capitalism

금융위는 최근 기업구조조정은 원칙적으로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를 것이며 다만 기간산업의 경우에만 산은이 개입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적어도 산은에 관한 한 전적인 state capitalism 의 경계를 벗어나서 market capitalism과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 합리적인 state capitalism의 세계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산은 이외의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상호간 또는 은행과의 역할분담에 따른 구조개편과 그 적정규모에 관한 논의가 따라야만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금융산업은 아직도 개혁의 과제가 산적한 고민거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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