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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오지랖도 넓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21일 21시0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3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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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세법, 오지랖도 넓다
과세관청이 세법을 통하여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정부가 지출하여야 할 재원을 마련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이외에 누진세제를 통한 소득재분배, 경기의 침체와 과열현상에 대응하는 기능,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소비를 억제하는 기능,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기부문화의 활성화, 비영리법인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1950년대 미국 브라운대학의 소수민족 차별정책에 대한 세제규제)에 대하여 세제를 통하여 규제하는 등 그 기능이 정말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조세의 기능에도 불구하고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 부르기로 함) 제45조의 2(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는 조세법분야에서 조세의 기능이 너무 확장된 사례로 보고 있다. 
현행 「상증세법」 제45조의 2 제1항 본문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에 따른 실질과세원칙에도 불구하고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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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사례를 들어보면 A는 B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10억만큼 취득하는데 이 경우 실제소유자는 A이고 명의자는 B가된다. A가 B의 명의를 빌려 주식을 취득한 이유는 1)조세를 회피하려는 경우와 2)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외의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조세회피가 된 경우 3)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외의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도 조세회피가 되지 않은 경우의 3가지 중 하나라고 가정해보자

우리세법은 당해규정에서 언급하고 있는 조세회피목적을 조세회피의도가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조세회피가 이루어지는 것을 포함하고 있어 의도는 고려하지 않는다.

「상증세법」 제45조의 2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해보면 1)의 경우는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으므로 B가 A에게서 10억의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B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2)의 경우 조세회피목적이외의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하였지만 결국 조세회피가 이루어져  B가 A에게서 10억의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B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3)의 경우는 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외의 목적으로 명의신탁을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도 조세회피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B에게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게 된다.

 만약 「상증세법」에 이 규정이 없다면 거래의 귀속이 명의(名義)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어 실제로 A가 B에게 증여한 것이 아니므로 증여세를 과세할 근거가 세법상 존재하지 않아 과세할 수 없게 됨에도 「국세기본법」 제14조를 배제하면서까지 증여로 간주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상증세법」 제45조의 2가 세법적용의 가장 기본적 원칙인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원칙을 배제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증여로 간주하겠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서 사례로 언급한 거래의 경우 명의신탁자인 A가 실질적인 소유자이지만 형식적으로는 명의수탁자인 B가 소유자가 된다. 만약 과세관청이 B의 소유인 주식이 A의 자금으로 취득된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면 B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게 될 것이다. 이때 B는 A에게 증여받은 것이 아니고 A에게 명의만을 빌려준 것이므로 증여세를 부과함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과세관청은 이 거래의 실질이 증여인지, 명의신탁인지를 분간하기 어렵게 된다. 이처럼 A와 B의 명의신탁거래를 통하여 증여세를 포함한 기타의 세목에 대한 조세회피가 널리 자행되고 있어서 과세관청은 명의신탁에 대하여 일단 증여로 의제하고 조세회피의 목적 없이 명의신탁을 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의 입법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 세법은 명의신탁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조세회피를 막기 위하여 증여세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여러 가지 합리적이지 못한 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측면의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실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조세회피의 목적 없이(실제 사건에서는 코스닥시장 등록 시 필요한 지분분산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법령상의 제한이나 기타 이와 유사한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명의신탁의 경우에서 결과적으로 주식의 명의신탁으로 인하여 감소된 양도소득세액이 250,000원의 소액이었음에도 조세회피가 이루어 진 것에 착안하여 863,267,440원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시(대법원 2004.12.23. 선고 2003두13649판결)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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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언급한 판례의 경우 주식의 경우에도 토지와 건물의 경우처럼 명의신탁을 과징금 등으로 규제하고 만약 명의신탁을 통하여 이루어진 양도소득세가 250,000원이라면 양도소득세(가산세포함)를 부과하면 될 것을  양도소득세와는 전혀 관련 없는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는 우리 세법은 과징금 등이 해야 할 역할을 조세가 하겠다고 나섰으니 너무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이 든다.
 
  「상증세법」 제45조의 2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의신탁증여의제규정은 1974년 12월에 신설되어 오랜 기간 우리의 납세환경을 지배해왔으나 위의 대법원판례에서 본 것과 같은 불합리한 사유로 이로 인한 조세불복사례는 끊이질 않았다. 명의신탁관계에서 증여세의 과세구조를 고수하다보니 명의신탁의 원인제공자인 명의신탁자보다는 명의수탁자에게 1차적인 증여세납부책임을 지우는 등의 현제도상의 사소한 개선보다 조세의 기능을 고려한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위의 대법원판례의 사건처럼 조세회피의 목적 없이 법령상의 제한이나 기타 이와 유사한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명의신탁의 경우에서 결과적으로 소액의 소득세회피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전혀 관련 없는 세목에 전혀 관련 없는 금액을 부과하는 것이니 세법의 오지랖이 이정도면 과히 넓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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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1월21일 21시0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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