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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제, 국회가 반대해야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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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1월22일 19시25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4분

작성자

  •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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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제, 국회가 반대해야 한다
대법원이 최근2015년9월 시행을 목표로 상고법원제 법안을 의원입법을 통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미 필자는 지난해 9월 15일에 ‘상고법원제,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제목의 국가미래연구원 블로그 글을 통해 상고법원제 도입에 반대한 바 있다. 그 후 이러한 생각은 더 굳어졌다. 국회가 ‘국민을 위한 법’을 통과시키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면, 상고법원제 법안에는 반드시 반대해야 옳다고 믿는다.  
 
국회가 상고법원제에 반드시 반대해야 하는 이유들
 
  그 이유로 첫째, 상고법원제는 시민사회나 국민들이 오래 전부터 줄곧 법원개혁의 핵심방향으로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사법관료주의 철폐를 통한 사법민주화'에 역행하는 제도이다. 무엇보다 수십 명에 이를 상고법원 판사들을 누가 뽑겠다는 것인가? 사법부의 인사는 사법부가 한다는 ‘사법부 독립’의 미명하에 국회의 인사청문회나 제청 자문절차 없이 대법원장이 이들을 임명하게 될 것이다. 대법원장은 이제 대법관을 꿈꾸던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법원장들뿐만 아니라 상고법원 재판관을 꿈꾸는 젊은 판사들의 인사권도 완벽하게 틀어쥐게 된다. 판사 개인의 독립성은 침해받고 상고법원 재판관으로의 승진을 위해 젊은 판사들이 사건 재판에서 대법원장의 눈치를 봐야할지도 모를 상황이 벌어진다. 소위 '고위법관' 자리에 '상고법원 재판관'이 하나 더 생기면서 판사들은 다시 또 한 단계 더 늘어난 서열 구조, 관료화된 사법부에서 대법원장과 법원수뇌부에서 들려오는 무언의 '상명'에 '하복'하는 관료로 전락할 것이다. 게다가 상고법원제는 그렇지 않아도 권한이 너무 막강해서 ‘제왕적 대법원장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법원장에게 중요한 인사권만 하나 더 얹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임명 제청권, 헌법재판관 3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에 대한 지명권, 전국의 모든 기존 법관들에 대한 인사권 이외에 또 하나의 권한이 더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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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상고법원제는 국민보다는 대법원의 위상 제고에 집착한 기관이기주의에서 출발한다. 대법원이 상고법원제 도입을 주장하는 주된 근거는 일 년에 3만 6천 건씩 들어오는 엄청난 사건 수이다. 그런데,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 수를 3만 6천 건으로 폭증시킨 것은 바로 대법관들 자신이라는 점을 이 대목에서 직시해야 한다. 3심인 상고심은 법률심이라고 법에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사실 판단에서 증거 채택이 잘못 되었다는 ‘채증법칙 위반’을 구실로 사실심에도 관여하여 이를 뒤집어 왔다. 그러자, 국민들은 대법원에 가면 사실관계도 뒤집혀 유죄가 무죄로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게 되었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면서 까지 대법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사건 폭증의 원인 제공자가 사건 폭증을 이유로 따로 상고법원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셋째, 상고법원제는 국민의 법감정에 어긋난다. 대법원의 사실심 관여로 국민들은 이제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보고 싶어 하게 되었고, 필자는 그것이 하나의 국민 법감정을 형성했다고 믿는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통해 '대법원 재판을 받을 권리'는 기본권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 심급제의 문제는 법률정책적 판단사항이라고 판시했지만, 국민들은 이미 대법원의 재판을 받고 싶어 하고 대법관의 판결을 듣고 싶어 하게 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고법원의 판결이 최종판결이라고 하면서 대다수의 상고심 사건을 상고법원 판결로 끝내버리려 하면, 그 판결에 대해 국민들이 쉽게 승복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특별상고’를 통해 결국 대법원에 까지 가는 4심을 얻어내려 할 것이고 헌법재판소까지 5심을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들의 판결에 대한 승복율이 급감하면 법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상당한 혼란이 뒤따를 수 있음을 국회의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은 상고법원 신설을 통해 상급심을 키우는 것이 아니고, 거꾸로 하급심을 강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강화된 하급심의 판결에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일 년에 삼만 건이 넘는 사건들이 대법원에 쇄도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급심 강화는 하급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므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제이다. 따라서 법원이 진정 대법원 상고사건의 폭증을 막고 싶다면 '하급심 강화'라는 목표를 뚜렷이 설정하고 경험많은 법관들을 하급심 판사로 보내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목표를 향해 말없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넷째, 이번의 법안을 자세히 보면 상고법원은 서울에 하나를 두게 된다. 과거 참여정부 하에서 이야기 되었던 '고등법원 상고부제'안과 이번의 ‘상고법원제안’은 이 점에서 크게 다르다. 이미 1960년대 초에 2년간 시행됐다가 폐지된 고등법원 상고부제는 권역별로 전국에 5개의 고등법원 상고부를 두는 것이어서 '사법의 지방분권화'라도 꾀해볼 수 있는 제도였지만 상고법원제는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법의 서울집중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다섯째, 상고법원 재판관들은 퇴임 후 대법관들과 함께 상고법원 사건들을 주로 맡는 '상고법원사건 전관'들이 될 것이다. 전관예우를 받는 '전관'들만 늘어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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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한 대법원 사건 수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상고법원제는 대법원을 위한, 대법원에 의한, 대법원의 제도이다. 국민들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면, 폭증한 상고심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무엇일까? 프랑스나 독일처럼 수십 명의 대법관을 두는 ‘대법관 증원안’이 답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법관을 이삼십 명 정도까지 증원해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두텁게 보장하고 하급심 강화를 위한 여러 노력들을 병행하여 대법원 상고사건 수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대법관 증원은 한꺼번에 이루어져서는 사법권 독립을 위해 곤란하다. 한 명의 대통령이 대법관 구성을 좌지우지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증원해야 할 것이다. 그 때까지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을 대폭 증원하여 대법원 사건 처리에 대법관들이 보다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같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측면에서도 실행가능성이 높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의 14명 대법관 체재 하에서 다양화를 시도할 것이 아니라 대법관을 증원하면서 새로 임명하는 대법관들을 다양한 풀에서 뽑는다면 이 방법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앞당길 수도 있어서 일석이조다. 이제 국민들은 국회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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