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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 아직도 갈 길 멀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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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20일 17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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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구조조정을 놓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넣은 게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을 어떻게든 살렸어야 했다는 거다. 심지어 일부 해운 전문가는 1년 반 이후에는 해운업 시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한진해운을 없앤 것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고도 한다. 또 7조원의 매출액을 가진 한진해운과 영업망을 회복시키려면 무려 1조원 이상 필요하다는 논리도 있다. 법정관리에 넣을 게 아니라 공기업이나 은행, 대기업이 인수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STX그룹의 팬오션을 민간 재벌그룹인 하림이 인수했던 것처럼. 결국 한진해운의 영업망과 노하우를 그대로 살리는 구조조정이 됐어야 했다는 거다. 그렇게 안됐으니 지금 엄청난 물류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요컨대 채권단이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살렸어야 했다는 논리다.대우조선해양에 엄청난 자금을 지원한 것처럼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한진해운을 살리겠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팔을 비틀고, 다시 민간 상업은행들에게 직·간접적 압력을 행사해 한진해운의 부채를 연장하면서 신규 대출을 해줬어야 했다는 거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옳은 선택이었다

 

너무 심한 비약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영업망과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가려면 이것  말고는 다른 방안이 없으니 비약은 아니지 싶다. 이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또 하나는 물류대란은 법정관리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다. 법정관리를 철저히 준비했더라면 지금 같은 대란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서다.  예컨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마자 한진해운은 해외 법원에 제출하는 압류금지 명령(stay order)을 곧바로 신청했어야 했다. 이게 있어야 한진해운 선박이 가압류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입항하고, 하역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법원의 법정관리 결정(9월1일)이 떨어지자마자 한진해운은 곧바로 신청서를 내야했는데도 한진해운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법정관리 결정이 난 뒤에야 해외 로펌을 알아보는 등 허둥지둥했다. 요컨대 지금의 물류대란은 한진해운을 구조조정했기에 생겨났다는 지적은 과장됐다는 의미다.

지금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건 대마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의 폐기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시그널을 기업들에게 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할 때 대주주와 경영자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그널 말이다. 이런 점에서 “자구노력이 미흡했기에 법정관리로 보냈다”는 정부 얘기는 옳다. 그렇다고 물류대란의 책임까지 면할 순 없다.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가 없고,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에 빠져 법정관리의 후폭풍을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건 정부 잘못이다. 

 

◆6월말 현재 상장사 차입금 690조원 

 

최근 2~3년 새 구조조정은 꽤 진행되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한참 멀다. 단적인 예가 최근 발표된 국내 철강 구조조정 보고서다. 철강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해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후판의 경우 생산능력 중 30~40%는 폐기돼야 한다. 철강도 최근 수년 동안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이 구조조정을 했고, 관련 중소업체들도 상당수 문을 닫는 등 구조조정이 꽤 진행됐다. 그럼에도 아직도 부족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와이즈에프앤(wisefn)의 데이터베이스로 계산한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올 상반기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 데이터로도 구조조정이 아직 미진한 걸 알 수 있다. 이 비율이 1미만인 한계기업이 29%에 달했기 때문이다. 10개사 중 3개사 꼴로 위험한 회사란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안 좋다. 2009년엔 25.8%였다. 물론 이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14년(31%)에 비하면 낮다. 최근 몇 년 새 구조조정이 꽤 행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양극화다. 한계기업들의 부실이 더 심화되고 있다. 가령 올 상반기 전체 상장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6.9로 좋은 편이다. 이자보다 영업이익이 6.9배나 더 많다. 하지만 이 비율이 1미만인 391개사의 이자보상비율은 –2.8로 매우 나쁘다. 영업이익이 적자(–3조5000억원)였고, 이자비용이 1조2500억 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율이 1미만이 위험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010년 –0.7, 2013년 –0.8, 2015년 –1.9등이었다(표 참조). 

기업의 차입금, 즉 이자를 발생시키는 기업부채(이자발생부채)도 급증했다. 올 6월말 현재 상장사 차입금은 689조원으로, 2011년(546조원)에 비해 143조원 늘었다. 업종별로 봐도 구조조정이 미진한 산업들이 많다. <그림>에서 보듯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통신서비스, 전자·전기, 조선· 해운·운송 등 4개 업종은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한계기업들의 비중이 여전히 40%가 넘는다. 조선 등은 현재 구조조정 진행 중이지만, 나머지 3개 업종은 구조조정이 부진하다.  

 

◆좀비 기업은 7개사 중 한 개사

 

좀비기업, 즉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인 기업들을 분석해도 결론은 동일하다. 2013~2015년 3개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인 기업은 7개사 중 한 개꼴이었다. 1634개사 중 244개사(14.9%)였다. 또 좀비기업은 조선과 철강, 건설 등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산업에 걸친 문제다. 가령 23개 업종 중 5개 업종(부동산, 유틸리티, 통신서비스, 가정 및 개인용품 등)을 제외한 18개 업종 전반에 퍼져 있다. 특히 에너지산업과 미디어, 전자·전기산업이 심각했다. 에너지는 40%, 미디어와 전자·전기는 25% 정도가 좀비기업이었다. 

게다가 좀비기업 중 큰 기업은 거의 모두 재벌 계열사들이다. SK(SK솔믹스, SK컴즈), 롯데(롯데정밀화학, 현대정보기술), 두산(두산건설, 두산엔진), OCI(OCI, 넥솔론)그룹 등이 각 2개사의 좀비기업을, 한진(한진해운),LS(LS네트웍스), 금호아시아나(아시아나항공), 현대(현대상선), KCC(KCC건설) 등은 한 개씩 갖고 있다. 40대 재벌 중 15개 그룹이 좀비기업 19개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는 얘기다. 

좀비기업의 차입금도 상당하다. 244개 좀비기업의 지난 해 차입금(이자발생부채 기준)은 51조원이었다. 2012년 이후 경기가 좋지 않아 차입금을 많이 줄였는데도 여전히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3년간 연평균 매출증가율 0.6%에 그쳐

 

좀비기업과 한계기업이 많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건 저성장 때문이다. 고성장이면 경쟁력이 없는 기업도 살아갈 수 있지만 저성장으로 들어서면 우량기업만 남는다. 실제로 상장기업 전체의 매출 증가율은 2013년을 기점으로 갈린다. 2009~2012년의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5.7%였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의 2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가 채 안 된다. 2014년은 매출증가율이 –0.6%로 오히려 감소했다. 매출 감소는 외환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이런 점에서 2014년과 지난해는 우리 기업에는 최악의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 모두 2년 연속 적자였다. 이처럼 성장이 둔화되면 ‘부실로부터의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시간 벌기’였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보면 경기가 살아나고 부실로부터 탈출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등이 단적인 예다. 우리의 기업구조조정 역사는 대개 이랬다. 일시적 불황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채권단이 지원해주고 기업과 정부는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힘들어졌다. 저성장이 상시화 되는 뉴노멀 시대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앞으로도 몇 년간 지금처럼 골골대면, 우리 경제도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기업들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부실이 심화된다. 부실 탈출은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우리도 따라서 인상하게 되면 좀비기업은 줄줄이 도산할 수 있다. 금융기관 부실로도 전이되면서 기업발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진다.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기업 부실은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라 수년 전부터 시작된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들은 구조조정 했지만, 우리는 안하고 넘어왔다. 병을 숨긴 거다. 그러다가 죽을 직전까지 가서야 수술대에 올라간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무책임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급적 정권 말까지 버틸 작정인 듯하다. 미적대면 다음 정부가 정말 힘들어진다. 2018년 경제위기설의 한 원인이다.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금은 실물의 위기(산업구조의 문제)이자 주력산업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역시 단순한 재무구조의 개선을 뜻하는 재무구조조정만으로는 안 되는 까닭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재편과 이를 통한 산업구조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사실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이 외려 쉬웠다. 금융이슈가 초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물 경제의 위기인 지금의 구조조정은 더 어렵고 더 요란할 수밖에 없다. 조선과 해운만이 아니라 전 산업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중후장대형 산업이 추락하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구조조정의 컨트롤 타워가 분명하지 않고, 리더십도 부족하다. 부실경영의 원인도 명확하지 않고, 이를 밝힐 노력도 미흡하다. 근본적인 환부를 도려내는데 적극적이지 않는 이유다. 어떻든 정부가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공익적 가치를 너무 우선시 하는데서 벗어나 시장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사실 구조조정은 주주, 경영진, 채권자, 노조 등 기업 이해관계자의 잘못된 선택과 의사결정을 시장이 처벌하는 과정 아닌가. 따라서 정부가 시장 원칙, 즉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따져 정리할 건 정리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문제의 재발을 차단해야 한다. <ifs POST>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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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이자보상배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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