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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광의 바이오 산책 <1> 바이오의 중심원리(Central Dogma)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5월04일 17시10분

작성자

  • 오태광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주)피코엔텍 상임고문,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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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에 관한 이야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하듯이 혹은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써 보고 싶은 욕심에 글을 연재하기로 했다. 쉽지는 않을 것으로 느끼지만 바이오 전공자로서 최선을 다해 좋은 산책길로 안내하되 어려운 코스와 쉬운 코스를 번갈아 산책하여 지루하지 않도록 노력할까 한다. 첫 산책은 복잡한 바이오를 좀 더 단순하게 보는 방법으로 바이오의 가장 근간인 중심원리(Central Dogma)를 함께 걸어 보기로 하자.  

 

< 바이오 란? >

 

  바이오를 이야기하면 산업적으로는 의학, 약학, 식품, 농업, 환경, 헬스 케어, 장치 등 다양한 산업분야뿐만 아니라 최근 융·복합화 되면서, 바이오화학, 바이오물리, 바이오소재, 바이오공정, 바이오나노, 바이오전자, 바이오 로봇 등 점차 확대되어 바이오 기술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관련되는 생물종도 인간을 포함한 동물, 식물, 미생물, 심지어 바이러스까지 포함되어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살아서 번식을 하고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지극히 광범위한 분야이다.

 

 이런 이유로 바이오를 전공하는 사람도 극히 일부 전공분야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뿐 전체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고, 특히 생소한 용어(Terminology)와 약자(Abbreviation)들이 많아 더욱 접근하기 힘들게 한다.  하지만, 분자생물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생물의 형태나 에너지 취득 및 번식 방법에서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생명체가 세포내에서 유전정보를 어떻게 이용하여 성장하고, 번식하면서 살아가는 흐름은 동일한 것이다.  즉 생명정보인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정보를 전사(傳寫)하여 기능이 있는 단백질이 만들어 진다는 현상은 모든 생명체가 동일하다는 것이 Central Dogma(중심원리)이다. 하지만 과학이 점차 발전해 나아감에 따라서 새로운 생명현상이 밝혀지기 시작하고, 또한 중심원리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짐에 따라 생물학의 기본적인 중심원리도 많이 바뀌고 있다.  

 

 <초기 바이오 중심원리>

 

 생물이 가지는 유전에 필요한 유전자에서 최종 생체물질인 단백질을 만드는 기본원리를 이해하면 생물에 일어나는 성장, 질병, 변이,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기본이 되기 때문에 중심원리를 Central Dogma라고 한다. 처음 유전자의 기본인 DNA의 구조는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1953년 4월 네이처(Nature)지에 투고하면서 밝혀졌다. 생명과학 분야에 가장 위대한 DNA의 발견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프랜시스 크릭이 1958년에 처음 중심원리를 제안하였다. 중심원리는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유전 정보인 세포의 핵 속에 있는 DNA (DeoxyriboNucleic Acid)가 RNA (RiboNucleic Acid)로 전사(Transcription, 傳寫)되는데, 전사는 DNA의 정보를 베껴서 옮긴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RNA로 전사된 유전정보는 핵 밖에 세포질에 있는 단백질 공장인 리보좀(Ribosome)에 이동하여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을 한 개씩 붙여서 생체기능이 있는 단백질을 처음 핵 속 DNA의 정보에 따라서 만드는 DNA 암호를 단백질로 번역(Translation,飜譯)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초기 DNA가 가진 유전 정보를 똑같이 전사, 번역하여 원하는 단백질들을 만들고, 이렇게 생산된 단백질들의 기능들이 활성화되면 형태나 기능이 각기 다른 생물개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즉, 동식물, 미생물 등 다양한 생물체는 모두 각기 다른 유전정보를 가졌지만 중심원리로는 충분히 각기 다른 형태, 특성의 생물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  

 

결국  초기 중심원리는 유전정보인 DNA는 자체가 스스로 복제하여 생물의 정보보존과 증식 및 번식을 가능하게 하지만 RNA나 단백질은 스스로 복제되지 않고, 단지 DNA로 부터 RNA, 단백질 서열 순으로 순차적인 흐름만 변화가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으로 DNA, RNA, 단백질로 흐르는 3가지 정보 흐름 외에 많은 예외적인 흐름의 발견이나 새로운 과학기술로 인위적으로 순차적 흐름을 바꾸는 시도가 성공되면서 3개의 중심흐름의 구성 요소는 같지만 순차적 흐름이나 복제에 대한 이론은 많이 바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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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바이오 중심원리 >

 

  인류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스페인 독감, HIV, 신종 인플루엔자, 조류독감, 메르스,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 등과 같은 심각한 신(新) 바이러스(Virus) 감염병의 공격을 받으면서 유전자(DNA)가 시작점이 아니고 RNA가 시작점이 되어 DNA를 만들 수 있다는 역전사(Reverse transcrition)임이 밝혀졌고, DNA만 복제되어 유전된다는 이론도 RNA는 복제(RNA replication)가능하고, 단백질 복제(Protein replication)도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져서 바뀌게 된다. 

 

 첫 번째 발견은, DNA에서 RNA로 전사(Transcription) 가능하지만  RNA에서 DNA로는 합성은 불가능하다는 원리를 하워드 테민(Howard Temin), 데이비드 볼티모어(David Baltimore), 레나토 델베코(renato Dulbecco)가 Nature지(1970년)에 발표한 2편의 역전사 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라우스육종 바이러스와 생쥐백혈병 바이러스에서 분리하여 발표하면서 RNA에서 DNA로는 합성이 가능하다고 밝혀졌다. 기존의 중심원리를 거스르는 대단한 발견을 하였고, 이 업적으로 197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전사(Transcription)는 DNA에서 RNA를 합성하는 것인데 역전사(逆傳寫, Reverse transcription)는 전사를 반대로 하는 것이다.  에이즈바이러스(HIV)인 레트로 바이러스 (Retrovirus)에서도 역전사 효소를 분리하였는데, 에이즈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인데 자신의 RNA를 역전사하여 DNA로 만든 후 인간을 숙주로 인간 유전체에 역전사 DNA를 삽입하면 인간 세포가 증식할 때 함께 복제(Hatwell 등<2008>, Genetics)되기 때문에 거의 영원히 잠복할 수 있어서 쉽게 치료가 되지 않는 이유이다. 

 

두 번째 발견은 DNA는 복제되는데, RNA 복제되지 않는다는 이론이 실제 RNA 바이러스에서 RNA의존성 RNA중합효소(RNA dependent RNA polymerase)가 발견되면서 RNA가 복제되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또한, 단백질은 복제되지 않는다는 이론도 초기의 중심원리에서는 DNA에서 RNA를 거쳐서 단백질을 만든다고 알려졌었는데, DNA에서 RNA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단백질을 만드는 현상도 발견되어서 초기 중심원리는 바뀌어 지고 있다.

 

 또한, 단백질과 단백질 간 정보가 전달되는 않는다는 중심원리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2008년) 반대 촛불시위를 한 광우병에서 찾을 수 있었다. 광우병 병원체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프리온(Prion)입자였고, 프리온 입자가 소뇌 단백질에 신호전달을 하여 소의 광우병을 일으킨다. 이를 발견하여 199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스텐리 프루시너(Stanley Prusiner)에 의해서 단백질간의 정보전달은 되지 않는다는 중심원리도 깨어 졌다. 

 

초기의 중심원리에서 아직까지 깨어지지 않은 원리는 단지 단백질에서 RNA로 역 번역(Reverse translation, 逆飜譯)되지 않은 것만 위 그림에서 보듯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  

 

  < 발문(跋文)>   

                               

 필자가 바이오 중심원리를 설명한 이유는 초반에 이야기 했듯이 바이오가  수많은 산업분야와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 미생물, 바이러스에 이르는 모든 생물체에 관한  광범위함, 복잡함, 및 어려움으로 비전공자가 접근이 어렵다고 느끼지만 중심원리로 이해하면 생명체는 전혀 달라도 아주 간단한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함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바이오 중심원리와 컴퓨터 원리를 비교하면 DNA, RNA, 단백질을 각각 저장장치, 읽기/전송, 실행 장치로 생각하면 바이오도 단순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컴퓨터마다 외장과 액세서리 등의 겉모습이 많이 다르지만, 컴퓨터의 원리는 0,1의 2진법으로 연산하는 것이 중심원리라면, 바이오의 DNA정보는 4가지 핵산인 A,T,C,G를 이용하여 저장, 읽고/전송, 실행하는 면에서 동일하다. 따라서 필자는 컴퓨터의 원리와 바이오 중심원리는 확실히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초기의 프랜시스 크릭이 1958년에 발표한 바이오의 중심원리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DNA, RNA, 단백질의 3개의 근본적인 구성과 흐름은 같고, 단지 새로운 발견으로 3개 구성에 자세한 부분들이 첨부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현상이 더 많이 연구된다면 언젠가는 역 번역도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바이오와 컴퓨터의 중심원리를 잘 이해하고 연결한다면 BT/IT의 융·복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오태광은 누구?>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생물효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30년 넘는 미생물 연구를 통해 국제 학술논문과 특허 등 350여 건의 연구 업적과 성과들을 이루었다. 2002년부터 2012년 9월까지 10년 동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신분으로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 단장을 맡아 우리나라 미생물 연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을 재임한 뒤 지금은 서울대 특임교수 와 (주)피코엔텍 상임고문으로 여전히 바이오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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