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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發 대만해협 위기와 정책적 시사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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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9월01일 11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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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만해협의 안보적 상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양안 통일의 호기로 판단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고강도 제재를 단행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었다. 첫째, 서방의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군의 결사 항전에 따라 러시아군이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즉 대만의 방어능력과 항전 의지를 고려할 때 중국의 침공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둘째, 대만 침공 시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즉 미국의 확보한 안보공약이 중국의 침공 의지를 억제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셋째, 러시아와 달리 중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즉 대만 침공 시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 대한 우려로 인해 중국이 침공을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분명한 사실은 대만해협의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그 근본적 원인은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화된 가운데 양안 관계에서 독립적 노선을 강조하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정치적 주류세력으로 부상하게 된 대만의 내적 변화이다. 특히 “국민주권의 원리에 기초한 대만공화국의 건립”을 강령에 명시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일국양제(一國兩制)의 논리에 반대하는 민진당의 노선은 대만과의 통일을 중국몽(中國夢) 실현의 필수적 조건으로 규정한 중국의 관점에서 용인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2016년 5월에 집권하면서 중국의 외교·군사적 압박이 본격화되었다. 

 

여기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본격화된 미중의 전략적 경쟁에 따라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역내 질서에 대한 공약의 차원에서 중국의 대만 압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1월의 차이잉원 총통 재선을 계기로 단행된 중국의 군사적 공세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대만해협에서 미중의 갈등 구도가 고조되었다. 

 

2.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대만해협 위기 

 

이러한 배경에서 펠로시(Nancy Pelosi) 미 하원의장이 1박 2일의 일정으로 지난 8월 2일에 대만을 방문했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깅그리치(Newt Gingrich) 당시 하원의장의 1997년 방문 이후 25년 만에 성사된 최고위급 미국 정치인의 대만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펠로시는 방문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에 직면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인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방문을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공약”에 따른 것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그 후폭풍이 커졌다. 펠로시 의장이 미국 권력 서열 3위의 고위급 인사인 동시에 중국의 독재체제와 인권문제를 비판해 온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초선 의원 시절인 1991년의 중국 방문 당시 천안문 사태로 사망한 학생과 시민을 추모하는 기습 시위를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가깝게 교류하면서 티베트인의 권리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 나아가 2008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촉구하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결의안 및 법안 제정을 주도했다. 

 

따라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강력히 반대했다. 우선 7월 28일의 미중 정상 간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은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라는 거친 언사를 사용하면서 미국에 경고했다. 외교·국방 당국의 차원에서도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반대하면서, 방문 시 군사적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전투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둥펑(DF) 계열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공개하는 군사적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인민해방군은 동부·남부·북구 전구를 동원한 군사훈련을 통해 6개 구역의 해역과 공역에서 대대적인 합동 화력훈련을 단행했다. 그 결과 대만의 항공 노선과 항구 기능이 제약받으면서 국가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동 훈련이 대만 유사시 미 군사력 등 지원병력의 유입을 차단하면서 대만을 봉쇄하는 통일 전쟁 예행연습의 목적을 지니는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중국 본토에서 발사된 둥펑 계열 탄도미사일 일부가 대만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대만의 대공 방어력을 확인하려는 군사적 성격과 더불어 대만에 심리적 충격을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아가 동 훈련의 과정에서 중국군 함정과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빈번하게 침범하면서 대만을 압박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사실상의 국경선인 중간선을 무력화하는 기정사실화(fact accompli) 전략으로서 대만해협에서 중국군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중국군의 훈련은 양안 관계에서 중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을 설정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3. 미국의 대응 방향과 도전요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전후로 미 주류 언론 전반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제기되었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군사적 차원에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만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행정부와 충분히 조율되지 못한 상황에서 추진되었다. 

 

현 국면에서 미국이 당면한 일차적 과제는 대만을 둘러싸고 증폭된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만해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미중 양국의 군사적 충돌이 가시화되면 상당한 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추가적 행동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대만 위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었다. 

 

특히 위기관리의 측면에서 양국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소통 채널 구축이 관건이다. 작년 11월에 진행된 양국의 화상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경쟁의 충돌 전환을 방지하기 위한 ‘상식적인 안전장치(common-sense guardrail)’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대응 조치로 중국이 8개의 대화·협력 채널을 단절하면서 전구 사령관 통화, 국방업무회의, 해상 군사 안보협의회의 등 양국의 군사적 소통 채널을 차단했다. 양국의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양국의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적 소통 채널 구축에 주력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을 국제사회에 확인하는 군사적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반발에 따른 긴장 고조 가능성을 고려, 작전의 시기와 수위를 정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대공 미사일 방어망 구축 등 중국의 방위능력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무기판매 프로그램 추진도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F-35와 같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전략자산 판매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만에 대한 군사력 투입 능력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면서 대만 유사시를 대비한 일본과의 연합훈련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체계가 대만 인근에서 미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데 위협 요인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대만해협에서의 향후 분쟁 상황에서 중국의 군사력 운용을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동부전구에 한정시키기 위한 미국의 역내 군사훈련도 강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상대적으로 미 군사력 운용의 자율성이 큰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단독 및 연합 해상훈련을 강화하면서 남부전구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과 국경 분쟁 상황에 있는 인도와의 연합훈련 및 인도양에서의 훈련을 통해 서부전구를 견제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나아가 북부전구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서해 지역에서 미 군사력 운용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만 정책 추진에 있어서 의회와의 갈등 요인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최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발의된 ‘2022 대만정책법안(Taiwan Policy Act of 2022)’이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동 법안이 대만을 사실상 주권 국가로 인정하면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동 법안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타진한 가운데 미 의회가 여름 휴회에 들어가면서 9월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정책과 관련해 중국에 유화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따라서 대만정책법안과 관련해 미 의회와 조율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다. 물론 동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의회와의 갈등이라는 정치적 부담이 불가피하다. 

 

4. 정책적 시사점과 제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의 후폭풍으로 고조된 위기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 및 번영과 밀접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계성에 주목하면서 우리 국가전략의 차원에서 대응 방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첫째, 대만해협의 안보적 상황이 평화와 번영이라는 우리의 국가전략적 목표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은 한반도 안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지전의 수준에서 관리되는 대신 역내 다수 국가가 연루되면서 확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의 무력충돌 발생 시 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하면서 국제경제 전반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평화와 번영의 담보라는 우리 국가전략의 관점에서 대만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 

 

둘째, 대만해협의 위기로 인해 한반도에서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대만해협의 위기 상황을 자신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호기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중국·러시아의 연대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될 경우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를 통해 중국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통합적으로 발전시킨 가운데 한반도에서의 전술핵 위협을 노골화하면서 선제적 핵사용 가능성도 시사했다. 따라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전방위적 차원에서 상쇄하기 위한 억제력 구축이 관건이다. 

 

셋째,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발생 시 미국이 직·간접적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중국 비판 및 제재에 대한 동참, 대만에 대한 군사·비군사적 지원, 주한미군 전력의 대만해협 차출, 미군 전력의 한국 내 기지 사용, 중국 북부전구 봉쇄를 위한 한미연합훈련 등의 내용이 요청될 수 있다. 하지만 한미연합전력의 대북한 대비태세 구축 약화와 중국의 보복적 조치 등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최선의 지원을 한다는 대응 기조의 수립이 필요하다.

<끝>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2-9월호 제43호](2022.9.1.)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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