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금개혁, 가능할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10월04일 18시50분

작성자

  • 김용하
  •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메타정보

  • 0

본문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연금문제 대부분은 우리나라만의 특수 문제이기보다는 인구고령화를 우리에 앞서 경험한 선진국들이 겪었던 것이고, 그 해법도 각국이 모두 다른 것 같지만 궁극적인 개혁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금개혁은 인구구조 고령화로 급속히 증가하는 연금급여 지출에 상응한 재원조달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급여지출을 축소하거나 비용부담률을 높이거나 연금지급개시연령을 늦추는 것이다. 즉,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여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미래세대가 부담가능한 재정수지 균형 구조를 만들어 나가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연금재정 안정화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로 OECD 최고수준인 38.9%에 이르는 노인빈곤율의 해소가 또 하나의 당면한 연금문제이다. 2차 대전이후 유럽 선진국들은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젊은 인구구조를 기반으로 공적연금 급여를 후하게 확장했고 노후빈곤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1980년대의 이들 국가의 연금개혁은 너무 과다하게 주어졌던 연금급여 수준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었고 이는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현실적인 재원조달의 한계 앞에서 설득과 양보가 가능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노후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할 현 시점에 경제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하고 노인인구는 빠르게 증가하여 노인복지 관련 지출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노후빈곤 문제를 해결이 쉽지않은 상황이다. 즉, 한국은 재정불안과 노후빈곤이라는 상충된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는 평균수명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나 출산율은 급속히 하락하는 인구구조의 고령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오래사는 것이나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나 모두 인위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근본문제이다.

 

최근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 움직임에 발맞추어 다양한 연금개혁방안이 나오고 있다. 우리 연금제도가 가진 문제점이 많으니 개혁방안도 가지각색인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동일한 문제에 대하여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이 다르니 제시되는 방안이 완전히 다른 방향이어서 과연 단일한 연금개혁방안이 도출 가능할 것인지도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은 본격적인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은 있지만 상치된 견해를 하나로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연금개혁 논의의 시작은 2057년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전망에서 시작되지만, 기금고갈과 그에 따른 연금보험료율의 급속한 상승 가능성에 대하여 보는 시각부터 다르다. 기금고갈로 인한 연금붕괴 위험을 강조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기금이 없다 하더라도 정부 재정투입 등으로 충분히 대응가능하므로 과도한 걱정은 금물이라는 전문가도 있다. 심지어는 향후 30여년 이후의 일을 누가 알겠느냐면서 기금고갈 전망 자체를 부정하는 전문가도 있다. 

 

학자가 나름의 논리를 정립하여 논지를 전개하고 그 과정에 백가쟁명하는 상황을 벌어질 때 이를 어떻게 정리해 나갈 것인지도 문제이지만, 백가의 주장들 배경에 이념적 구도가 잡혀있고 그것이 여야간 대립과 노사간 갈등 구조의 연장선이라면 연금개혁안 합의는 더욱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팩트(fact) 조차도 공유하지 못하고 다른 입장에서 다른 주장을 펼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선진국이 직면했던 문제에 한국적인 특수성이 더해져 있는 한국의 연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간 노사간 여야간 대타협이 필요한데 현재 정치적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극한 갈등’ 국면에 있어 연금개혁은 난망한 것이 현실이다. 단기적으로, 연금개혁으로 이득을 보는 세대나 계층은 없고, 국민 모두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스스로 연금개혁을 할 동인은 없다. 

 

렇지만 장기적으로,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개혁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연금문제만이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함께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전문가들도 각자의 주장에 얽매이지 말고 대의(大義)에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0
  • 기사입력 2022년10월04일 18시50분
  • 검색어 태그 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