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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RC 은행도 결국 파탄, ‘은행 시스템’ 개혁에 관심 집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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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5월03일 15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5월03일 14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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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주 금융 당국은 현지시간 지난 1일, 그간 재무 악화 및 예금 대량 유출로 경영난을 겪던 캘리포니아 소재 지방은행 First Republic Bank(FRC; 2022년 말 자산규모 기준 14위)를 압류 조치한 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관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FDIC는 매각을 위한 경매를 진행한 결과, 미국 최대 은행인 JP Morgan & Chase가 FRC의 모든 예금 및 자산을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FRC는 지난 몇 주일 동안, 금년 3월 발생한 Silicon Valley Bank(SVB) 파탄 영향으로 재무 상태가 급격히 취약해졌고 이에 따라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나, 유동성 및 신용 불안을 겪고 있었다. 이날 금융 당국의 전격 압류 및 매각으로, FRC가 8개 주에 보유한 84개 지점들은 모두 JP Morgan 은행 지점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사실, 최근 들어, FRC 은행에 대한 지원 방법을 둘러싸고 대형 은행들과 금융 당국의 협의가 길어지는 가운데, 지난 24일 1Q 실적 발표에서 예상을 넘는 예금 유출(전기 대비 – 40.8%, 최근 300억달러 긴급 지원금을 제외하면 – 57.8%) 및 수익 악화(전년동기 대비 – 32.0%)가 확인되자 주가는 폭락했다. 이 때부터 FDIC는 FRC를 사실상 관리에 두고 경매에 응찰할 후보 은행들을 물색해 왔고, 결국 JP Morgan이 파탄 처리로 손실이 삭감된 FRC를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했다. 

 

■ FRC 은행 자산 2,291억달러, 리먼 사태 이후 최대 규모 은행 파탄


한편, 이번에 파탄한 First Republic 은행은 4월 13일 현재 총자산 규모가 2,291억달러로, 미국 은행들 가운데 14위에 해당하는 은행이다. 따라서, 은행 파탄 규모로는 지난 3월 파탄한 SVB의 규모를 상회하고,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파탄했던 Washington Mutual(당시 약 3,070억달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로써, 미국 역사 상 가장 큰 4 개 은행 파탄 사례 가운데 3 개가 지난 두 달 동안에 일어난 셈이다. 그 중 3월 한 달 동안에만 SVB, Signature 은행이 파탄했다.

FRC 은행은 최근 들어 본점 소재지인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서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거점 지역에 영업 기반을 마련하고 주로 부유층 고객들을 주축으로 업무 영역을 급격히 확대해 왔다. 따라서, 1 구좌 당 25만달러가 한도인 예금보험 보호 대상 이외의 예금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말 시점에 약 70%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는 3월에 파탄한 SVB의 9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FRC 은행은 지난 3월 일어난 SVB 파탄 여파로 은행 신뢰에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예금을 대거 인출하는 사태가 발생, 1,000억달러에 달하는 예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 대형 은행들이 300억달러에 달하는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등 구제에 나섰으나 사태는 속수무책으로 악화되고 말았다. 

한편, 연준이 근년 들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는 등 긴축 노선을 을 계속하자 시장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부터 고수익률의 시장 상품으로 유출되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보유한 주택 론 및 채권(債券)의 미실현 손실이 급증해, 재무 상태가 악화되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3월 이후 SVB에 이어 자산 규모 29위인 Signature Bank도 파탄했고, 암호자산 업무가 많았던 Silvergate 은행은 아예 자진 청산에 들어갔다. 

 

■ “금리 급등으로 보유 자산 평가손(損)이 급증, 예금 유출이 이어져”

 

이번에 파탄한 FRC 은행도 지난 3월 파탄한 SVB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초저금리 환경 하에서 장기 주택 론 및 채권 투자를 늘려온 것이 주요 파탄 원인이 됐다. 미 연준이 2021년 말 이후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대출 채권 및 채권(債券) 평가손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주로 미국 지방은행들의 재무 취약성이 두드러지게 악화됐다. FRC 은행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대형 은행들에 자산 매각을 모색했으나, 매입 은행들은 손실 리스크가 높은 자산 매입을 극히 꺼리게 됐다. 

WSJ은 연준의 금리 인상 개시 직전까지 이어졌던 초저금리 상황 및 Covid-19 팬데믹 동안에 나타난 ‘저축 붐’ 상황에서 은행들의 자산 규모는 급격히 성장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작년 초반 이후 줄곧 유례없는 대폭 금리 인상에 나서자 은행 예금주들은 높은 수익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반면, 초저금리 상황에서 실행된 대출 자산 질(質)은 급격히 낮아졌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VB가 파탄되자 은행 시스템 전반에 대한 우려가 급격하게 고조됐고, 투자자 및 예금 고객들은 FRC 은행처럼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거액 예금 의존도가 높고 미실현 손실 규모가 큰 은행들의 신뢰에 특히 우려한 것이다. 

 

결국, FRC 은행이 지난 주 1Q 이익 실적 발표에서 대규모 예금 유출이 일어난 것이 드러났고 이 은행은 예금 유출 부분을 고비용의 FRB 및 FHLB 자금으로 메꾸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이 대출 수익을 초과하는 구조가 됐고 은행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결국, FRC 은행 주가는 하루에 50%나 하락했고 주 당 $3.51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 은행 주가는 SVB의 재앙적인 파탄 직전인 3월 8일에는 $115에 마감됐었다. 

이에 더해, SVB 파탄 이후 FRC 은행 직원들은 서둘러 다른 은행으로 떠나갔고, 은행이 역점 사업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확장해 온 핵심 업무 분야인 자산관리 부문 직원들은 10%가 이미 은행을 떠났다. 이런 과정에서 은행 직원들은 예금주들을 잔류하도록 설득할 방도가 없음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결국, FRC 경영층은 지난 주말 직원들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 혼란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준 것에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도 분발하자고 독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월요일 영업을 개시한 은행 객장에는 FDIC의 압류 통지문이 나붙었고 고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FDIC 경매에서 JP Morgan에 낙찰, 금융위기 때마다 구세주 역할


WSJ은 FDIC 측이, 경매 과정은 대단히 경쟁적이었고, 결과적으로 JP Morgan 측으로 낙찰된 것은 예금 보호 자금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해서 내건 경매 조건들과 합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FDIC와 JP Morgan & Chase 은행은 FRC 은행으로부터 매입, 인수하는 주택 론 및 상업용 부동산 론 채권과 관련해서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분담한다는 내용의 계약도 맺었다. 

 

한편, FDIC의 시산으로는 FRC 인수에 따라 예금 보호 자금이 130억달러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현재 FDIC가 보유한 예금 보호를 위한 여유 자금의 약 1/3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JP Morgan 은행에 5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진다. FDIC는 FRC 은행을 일찌감치 ‘사실상’ 관리 하에 두고 대형 은행들과 선제적으로 협상하면서 파탄 정리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잠재적 매입 은행들이 보다 큰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이번에 FRC 은행을 인수하게 된 JP Morgan 은행의 다이먼(Jamie Dimon) 회장 겸 CEO는 ‘정부 측의 요청에 따라 은행 시스템 안정을 위해 FRC 은행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는 경위를 밝혔다. 다이먼 CEO는 성명에서 “정부가 우리에게 (FRC의 구제) 협력을 요청해 와서, 이 요청을 받아들여 실행했다” 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재무 능력에 따라 FDIC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거래를 실행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JP Morgan & Chase 은행은 초반에 대형은행들이 나서서 FRC에 300억달러 구제 금융을 제공할 당시에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한편, 이미 미국 최대 은행인 JP Morgan & Chase는 이번에 파탄한 FRC 은행 인수를 통해 몸집을 더욱 키우는 결과가 됐다. 이 은행은 최근 이어지는 은행 신뢰 위기 속에서 불안을 느낀 예금주들이 거대 은행 불패(不敗) 신화를 믿고 자금을 옮겨와 500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예금을 수취했다. 이 은행은 지난 1Q 말 현재 자산 규모는 3.4조달러, 예금 규모는 2.4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P Morgan 은행은 이번 FRC 은행 인수 계약으로 융자 채권 1,730억달러, 유가증권 300억달러 상당, 예금 920억달러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시에 인수와 동시에 26억달러의 일시 이익을 계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향후 1년 반 동안에 관련 구조조정 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서 JP Morgan은 FRC 인수 대전으로 FDIC에 106억달러를 지급하는 포괄적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FDIC도 FRC 인수 시, 부동산 대출 및 상업용 대출에 대해 각각 7년간 및 5년 간 발생하는 손실의 80%를 부담한다는 호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함께 FDIC가 5년 동안 장기 저리로 500억달러를 공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SJ은 JP Morgan 은행이 거대한 자산을 이용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FRC 은행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막대한 규모의 대출 자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고, 마침 자산관리 부문을 핵심 업무 분야로 확대하려고 시도하던 차에 풍부한 거액 예금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JP Morgan 은행은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투자은행 Bear Sterns 및 Washington Mutual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 FRC 은행을 인수함으로써, 금융 위기 때마다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일단 ‘초기 패닉’ 단계는 진정, 다이먼 회장 ‘’위기는 끝났다’ 선언”


이번에 FRC 은행이 파탄된 것은 지난 3월 SVB 파탄 이후 이어지고 있던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 심리가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던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향후 미국 경제가 더욱 둔화되는 경우에는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 론 등 융자 채권 자산 및 보유 유가증권 자산의 가치가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만일, 상황이 그렇게 돌아갈 경우에는 은행들의 자본 부족 우려는 다시 부상하고 미 은행들 경영 불안이 재연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편, 이번에 FRC 은행 인수를 결정한 JP Morgan 은행의 다이먼(Jamie Dimon) 회장 겸 CEO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우리에게 요청해와서 (인수를) 결정한 것” 이라고 밝히고, “이제 이번 금융 위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사람들은 심호흡을 할 시기” 라고 말했다. 이 은행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당시에도 Washington Mutual 은행을 인수해서 플로리다 지역으로 영업을 확장한 바 있다.   

 

다이먼 회장은 FRC가 보유한 920억달러에 달하는 모든 예금은 FDIC의 예금 보험 대상 여부에 불문하고 거래를 계속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동시에 1,730억달러 규모의 대출 자산, 300억달러에 달하는 유가증권 등을 포함한 모든 자산을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JP Morgan & Chase 은행은 미국 최대의 은행이고, 전제 미국 예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 몇 안 되는 은행이어서 현행 규제 하에서는 다른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불가한 상황이다. 따라서,이번에는 금융당국이 특례를 적용해서 FRC 인수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FDIC 측은 당초 미국 시간으로 4월 30일 아시아 금융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매각을 종료할 예정으로 있었으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한 끝에 미국 시간으로 5월 1일 아침 미국 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어렵사리 매각 딜이 성립된 형태가 된 것이다. 만일, 매각 딜이 실패하게 되면 FDIC 입장에서는 FRC를 완전한 관리 하에 두고 장기적으로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될 처지였다. FDIC는 그런 곤경을 피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파탄 처리에 근사한 형식으로 부담을 지면서 협의를 종결한 것이어서, 구체적인 인수 조건 등은 차차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 WSJ ‘은행 불안은 확산하지 않을 것, 상업용 부동산이 관건’ 경고

 

WSJ은 이번 FRC 파탄으로 대부분의 미국 기업 및 개인 고객들과 거래 관계에 있는 또 다른 본류 은행들로 신뢰 위기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방은행들에게는 1Q 중에 일제히 예금 유출이 일어나기는 했으나 예금 감소는 FRC의 1,000억달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Yale 대학 금융안정 프로그램의 켈리(Steven Kelly) 선임 연구원은 이번 FRC 사태는 SVB 및 Signature 은행의 파탄으로 촉발된 ‘초반 패닉 상황의 마지막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한 은행이 쓰러지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음으로 큰 은행으로 옮겨가며 흔들거렸던 2008년 당시 사태와는 다른 상황” 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FRC 파탄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패닉 상태에 빠진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대형 예금주들이 스마트폰 거래를 통해 일거에 빠져나간 것이나, 보다 깊은 원인은 금리 향방에 잘못 배팅한 것에 기인한 경영 실패” 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FDIC를 위시한 미 금융 당국이 FRC 은행 매각을 서둘러 처리한 것은 단지 전체 은행 시스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자금 곤란에 빠진 미국 중소 지방은행들이 예금 유출에 의한 유동성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주택 론 등 대출 채권을 매각하면 해당 은행들은 경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FRC 뿐 아니라 유사한 처지의 많은 지방은행들이 마찬가지로 자산 매각에 나서는 경우에는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미 지방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지방은행들이 한꺼번에 같은 행동으로 나서는 경우 부동산 업계에 커다란 타격을 주게 될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경제 악화,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해당 은행들의 대출 채권 질(質)은 더욱 악화되고 결국 은행 수익이 감소, 은행 경영은 더욱 큰 역풍에 휩싸일 것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 대혼란은 피했으나 은행 시스템 취약성을 재확인한 것이란 지적도


미 연준 및 FDIC 등 금융 당국이 파탄한 First Republic 은행을 신속하게 최대 은행 JP Morgan & Chase에 매각 처리함으로써 은행 신뢰의 더 이상의 추락을 막고, 나아가 엄청난 재앙을 몰고올 수 있었던 전체 은행 시스템의 붕락은 피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미국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즉, 최근 몇 달 동안 벌어진 일련의 은행 파탄 사태로 미국 금융 당국이 당면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예금보호 제도 개선 이슈를 지목하는 견해가 부상하고 있다. FDIC는 명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이번 FRC 파탄 처리에 약 150억달러 규모의 예금보험 기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3월에 있었던 두 은행의 파탄 처리에 소요된 규모를 합치면 360억달러에 이른다. FDIC가 작년 말에 1,280억달러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동 기금의 1/3이 3개 은행 파탄 처리에 투입된 셈이다. 따라서 FDIC가 예금보험 기금을 보전하기 위해 부득이 은행들이 지불하는 보험료를 인상해서 추가로 보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행 예금보험 한도 25만달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두 은행의 파탄 처리에서는 25만달러 보험 상한에 불문하고 모든 예금에 대해 특례 조치로 ‘전액’ 보호를 결정해서 FDIC 부담을 가중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FRC 은행 처리에서는 JP Morgan 은행이 종전에 FRC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예금의 거의 전액을 인수하게 됨으로써 그런 부담은 크게 덜었다. 

그러나, 은행이 아직 파탄에 이르지 않더라도 혹시 고객 신뢰에 불안이 생기는 경우에는 예금보험으로 보호되지 않는 대형 예금이 해당 은행으로부터 급속히 흘러나와 경영 불안을 증폭시키는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할 필요가 부각된 것이다. 실제로, FDIC는 지난 1일 FRC 은행 파탄 처리에 즈음해서, 기업 구좌의 예금에 대한 예금 보호 상한을 현재보다 적절하게 높이는 것이 금융 안정에 최선의 방안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 방안에서는, 기업의 결재용 구좌의 예금 보호 상한을 제도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FDIC는 결재용 구좌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 급여 지급 등 기업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투자용 구좌에 대해서는 예금 보호 상한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결제용 구좌와 같은 수준의 예금 보호를 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여하튼, 향후 의회 등 관련 기구에서 예금 보호 상한을 조정하는 문제가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 “연준, SVB 파탄에 ‘중대한 자기 책임’ 자인, 규제 강화에 나설 듯”


이런 가운데, 미 연준(FRB)이 이번 FRC 은행 파탄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SVB 파탄의 원인, 배경 등을 검토한 감독 및 규제 관련 보고서를 공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는 연준이 SVB 파탄과 관련해서 스스로의 책임을 진지하게 자인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연준의 은행 감독 관련 후속 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그간 SVB 파탄에는 금리인상 요인과 함께, 리스크 관리 부실, 등 은행 경영에 관한 문제들이 거론되나, 은행 감독 당국인 연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고조돼 왔다.

이에 따라, 연준은 바르(Michael Barr) 부의장 주도로 은행 감독 과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고 이번에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SVB 파탄 원인을 4 가지로 요약한다; ① SVB 이사회 및 경영층의 리스크 관리 실패, ② 연준이 SVB의 자산 규모 및 복잡성 확대에 따른 취약성을 적절하게 평가하지 않은 점, ③ 연준이 취약성을 인지한 뒤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수단을 강구하지 않은 점, ④ 법규 개정으로 규제 완화로 연준의 감독 업무를 저해한 것, 등이다. 

 

연준은 이 보고서에서 우선, SVB 경영층의 경영 실패를 지적하는 동시에 연준의 자기 책임을 진지하게 자인하는 이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정권 시절에 단행된 각종 규제 완화 조치로 은행 규제 기준 자체를 저하시키고 감독 절차를 복잡하게 해서 감독 자세를 소극적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연준은 이번에 규명된 SVB 파탄과 관련한 3 갈래(은행, 연준, 법령)의 파탄 원인들을 교훈으로 삼아, 곧바로 은행 감독 및 규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대형 은행들의 대마불사(Too-Big-To-Fail) 논쟁도 재론될 가능성”


이번 FRC 은행 파탄 및 JP Morgan의 인수 결정으로 지난 3월 이후 이어져 온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는 ‘일단’ 진정되는 단계로 접어드는 양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 시스템 전체에 미칠 재앙적 타격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대형은행의 ‘후덕한’ 손을 빌려 긴급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해도, 이로써 ‘대마불사(too-big-to-fail)’ 신화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제기된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JP Morgan의 FRC 은행 인수는 금융 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는 해도, 최대 상업은행의 막강한 세력에 대한 정치적 논의는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3.2조달러라는 엄청난 자산 규모를 가진 최대 은행이 이날 새벽에 벌어진 FDIC와의 속성 딜을 통해 또 다시 2,000억달러 규모의 대출 자산을 추가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WP는 현행 연방법 상, 다른 은행 인수를 통해 전국 예금의 10% 이상을 보유하게 되는 것을 금하고 있으나, 이번처럼 ‘경영 파탄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적용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실상, 덩치가 큰 은행이 더욱 커지는 상황을 비판하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미 의회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소속 워렌(Liz Warren) 의원은 2008년 금융 위기를 계기로 마련된 은행 제도 개혁의 한계를 엄중히 지적한다. 그는 우선, 최근 금융 불안 상황에서 특히, 지방은행 예금주들이 보다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수퍼 은행들로 대거 몰려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그런 결과로 어려워진 은행들을 인수해서 더 큰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번 FRC 파탄 사태는 그간 진행해 온 규제 완화 정책이 대마불사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감독이 소홀했던 은행들은 대형 은행들에 흡수되고 결국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의회는 은행 시스템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개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해 JP Morgan 다이먼 회장은 “글로벌 최대 경제이자 번영된 미국에는 시 정부, 대학, 주 및 연방 정부, 병원 등 대형 기구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공적인 대형은행이 필요하다” 고 반론한다. 역사적으로도 JP Morgan은 수시로 금융 위기 발생 시 민간 부문 구제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에도 그는 FRC 은행 인수 결정 뒤에 현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사실, 바이든 정권에게는 월가 대형 은행들의 중량감이 편치 않은 이슈인 것만은 분명하다. 민주당 정부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몇 가지 입법 조치를 통해 ‘대마불사’ 대형 은행들을 견제하는 장치들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메가 은행들은 비판자들로부터 정권 담당자들의 우호적 조치들로 인해 당시와 비교해 더 많은 자본 여력을 축적하고 있는 등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렇게 각 관련 집단 간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첨예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금융 당국이 이번 FRC 파탄에 발단한 위기 확산 조짐의 초기 진화에 일단 성공한 시점이다. 이어서, 글로벌 사회의 최대의 관심은 온통 미 금융 당국이 다음 수순으로 선택할 은행 시스템 ‘개혁’ 단계로 쏠리고 있다. 우리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보다 긴 안목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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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3년05월03일 14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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