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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가 메모한 여의도의 모든 것 <4> △△일보가 나를 죽이려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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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18일 16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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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사람들의 이상한 습성 중 하나가 매사를 음모론으로 본다는 점이다.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별 생각 없이 나올 수도 있는 말인데 그들은 늘 뒤에 어떤 의도와 목적이 있어서 그렇다고 여긴다. 이런 시각은 대선, 총선 같이 큰 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신문 1단 기사까지 예외가 없다. 

 

  2006년 6월 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 의원이 김정일 방위사업청장을 상대로 무기 구매·개발 과정에 대해 질의하면서 “나중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부 다 뒤집힙니다. 다 감옥 가고. 그런 사건이 많이 있었어요. 특히 이 문제는 수조 원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이 말을 기사로 쓰면서 ○○○ 의원의 이 발언은 같은 당 송영선 의원이 방위사업청이 부실한 자료를 제출한 이스라엘 엘타사에 시험평가를 허용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송 의원이 (의혹이 있다고) 말한 것이 100% 맞다. 브로슈어만 제출한 회사를 시험평가에 포함하다니 …(중략)… 전문가들이 미국(기종)이 낫다고 하는데 여전히 이스라엘 엘타사를 배려하는 것이 다른 흑막이 있는 것은 아니냐. 방위사업청이 독립했지만, 의사결정 구조가 획일적이고 단선화 될 경우 자칫하면 감옥에 갈 수 있는 개연성이 많다.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라는 ○○○ 의원의 말을 덧붙였다. 이 발언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비난한 것 한 줄과 함께. 700여 자 정도의 별로 많지 않은 분량이었는데 이게 전부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 의원이 ‘△△일보가 나를 죽이려고 기사를 썼다’라고 하고 다닌다”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해 △△일보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안 좋은 기사를 썼다는 뜻인데 그냥 웃고 말았지만 그들의 자유로운 발상에 놀란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 말을 진짜 ○○○ 의원이 했는지, ○○○ 의원이 아니라 그의 의원실 사람들이 했는지, 아니면 ○○○ 의원을 음해하기 위한 다른 사람이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인할 방법도 없다. 단지 내가 ‘이 사람들 상태가 좀 심각한데…’라고 생각했던 건 작은 일 하나도 이해관계를 따져 이용하려는 여의도 사람들의 행태다. 기사를 쓴 사람으로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그냥 그의 발언이 눈에 띄었고, 기사가 되겠다 싶어서 썼을 뿐이라는 점이다. 당시 그는 초선 의원이었는데 당 대표나 대선 후보, 중진 의원도 아닌 그를 죽일 이유가 뭐가 있나. 국민 태반이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를 텐데.

 

  아무튼 그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수다’가 어떻게 시작해서 부풀려지고 어떤 경우에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는 것을 본 것이. 그냥 할 수도 있는 말인데도 그 말이 나온 배경과 의도를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그걸 자기들끼리 모여 온종일 떠들고, 그러면서 자기 해석을 더해 조금씩 부풀리고, 자신이 부풀려놓고도 부풀려진 부분이 사실인 것처럼 다른 곳에 가서 말하고, 들은 사람들은 또 부풀리는 행태를 본 것이 말이다. 이런 행태를 쉽게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이 부분은 기자들도 자성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다. 아직 확인되지도 않고, 질문을 받은 정치인은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 ‘만약 사실이라면…’이라면서 친절하게 내용 설명까지 해주고 묻는다. 질문을 받은 정치인도 천연덕스럽게 “만약 사실이라면…”이라며 답을 한다. 그리고 이 정치인의 이 발언이 ‘만약 사실이라면’ 부분은 빠지고 뒤만 부각되면서 정치 쟁점이 된다. 가정법으로 시작했는데 말이다. 모래 위에 성을 쌓으면 무너지는 게 상식인데 여의도에서는 가정법으로 시작해도 실체가 만들어진다. 희한한 세상이다. 

<ifsPOST>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2023년 8월 펴낸 책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도서출판 북트리 刊>의 내용을 옮겨 실은 것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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