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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이란, 수형자 교환 성공; “핵 협상 재개 여부가 관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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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19일 22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20일 11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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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및 이란(IRI) 정부가 양국에 억류돼 있던 자국민 수형자(受刑者) 5명씩을 교환하는 협상을 타결하고, 이들을 실제로 석방해서 자국으로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란이 조건으로 내걸었던 한국이 동결하고 있던 60억달러의 이란 자산(원유 대금) 동결을 해제했다. 이란은 이란 중앙은행이 자금 입금 사실을 확인한 뒤 실제로 미국인 수형자들이 자유 의사로 이동하도록 허용됐다.

 

WSJ은 바이든 정권은, 공화당 측이 이란 자금 동결 해제에 대해 엄중하게 비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형자 교환을 통해 더 이상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중지시키고, 사실상 중단돼 있는 이란 핵 협상을 재개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이란 라이시(Ebrahim Raisi) 대통령이 UN 총회 참석 차 같이 뉴욕에 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에 더 이상 고위급 회동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Washington Post는 이번에 미국과 이란이 이란의 자금 동결을 해제하면서 협상에 성공한 것은 양국 간에 오랜 동안 유지해 온 극단적인 적대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는 신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이번 협상은 카타르 중재로 지난 수개월 간 진행됐고, 최근 이란 핵 프로그램의 급속한 확산,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및 국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포함한 광범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이란이 석방한 미국인들은 지난 수년 간 고난과 불안과 고통을 견뎌온 사람들” 이라고 칭송하고, 이번에 도움을 준 모든 동맹국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동시에, 모든 미국인들이 이란을 여행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족들에 전화를 걸어 감동적인 위문을 했다고 전했다.

 

■ “한국에 동결되어 있던 이란 자산 60억 달러 해제가 결정적 영향” 


이번 협상 타결을 전하는 해외 미디어들은 양국이 수형자 교환 협상에서 타결을 이룬 것은, 이란과 수교 관계를 이어온 스위스의 중재로 시작됐으며, 카타르 · 오만 · 한국 등의 협력으로 타결된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에 동결돼 온 6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자금은 트럼프 정권이 2018년에 대 이란 경제 제재를 취하면서 한국에 예외적으로 이란 원유 수입을 허용했기 때문에 그 대전이 축적된 것이다. 그 후, 2019년에 트럼프 정권이 이란 제재를 더욱 강화한 뒤 지금까지 동결돼 왔다. 

 

이에 앞서, 블링켄(Tony Blinken) 미 국무장관은 이란이 한국에 보유한 60억달러 자금 동결 해제를 승인하고 미 의회에 통지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동결 해제는 ‘대단히 중요한’ 조치라며, 이 자금은 카타르가 관리하고, 미국이 미사일 개발, 무장 조직 지원 등에 사용하지 못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측은 양측의 협상 타결을 염두에 두고 지난 한 주일 동안 동 자금을 원화로부터 달러화로 유로화(€)로 환전했고, 협상 타결과 함께 ‘제재 대상 외 상품 수입에만 사용한다’ 는 조건을 붙여 카타르 은행에 개설돼 있는 이란 중앙은행의 구좌로 이체했다. 

 

그러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UN 총회 참석차 뉴욕에 도착한 직후, “이 자금은 이란 원유 수출 대전이며, 이란 국민들에 귀속되고, 따라서, 이란 국민들을 위해서 사용될 것” 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은 미 재무부 외국자산통제국이 ‘수형자들이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사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 자금이 사악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중앙은행은 실제로 수형자 교환이 이루어지기에 앞서, 한국에서 동결 해제한 자금이 카타르 은행에 있는 이란 중앙은행 구좌로 이체되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미국은 앞으로 이 자금을 카타르가 관리하게 되고, 미국은 이 자금의 용도를 식량 및 의약품 구입 결제에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형자 교환에 맞춰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발표했다. 이란의 아마디네쟈드 전 대통령 등을 미국인 불법 구속에 관여한 혐의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 “향후, 이란 핵 협상 재개 여부가 초점, 러시아 지원도 해결 과제”  


이번 수형자 석방 절차 및 협상 주선 과정에서는 카타르 및 오만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함께 스위스, UAE, 이라크 등 정부들도 협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이번 수형자 교환 협상 이전까지는 바이든 정부도 이란 정부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지고 대해 왔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이란 정부는 이에 대해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것을 거부하며 제3국 중재를 통해 대화하기를 고집해 왔다. 

 

익명의 한 미국 관리는 미국과 이란 양측은 이번 협상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마련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일설에는, 미국과 이란 측은 이번 협상 과정을 통해 이란 측의 핵 프로그램에 모종의 제한을 두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알려지고 있으나, 미국 관리들은 그런 협상은 이번 수형자 교환 협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란 핵 프로그램에 제한을 가하는 협상 재개를 지지하는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은, 기대치는 낮으나, 대체로 이번 교환 협상의 성공이 보다 건설적인 핵 협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바마 정권 시절에 합의한 2015년돌연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한 이후 심각하게 확대됐다. 오바마 정권이 합의한 이 협정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대가로 이란 핵 프로그램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것이었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이번 수형자 교환 협상의 성공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건설적인 대화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외교적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원칙적인 기준에 입각해 접근할 것. 우리는 기회가 포착되면 그런 기회를 활용할 것(If we see the opportunity, we will explore it)” 이라고 대답했다. (Washington Post)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는 2015년 당시 미국 오바마 정권이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및 중국과 함께, 이란의 핵 개발을 제한하고, 대신에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국제 합의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뒤를 이어 취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에 동 합의로부터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재개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란은 핵 합의에 따른 의무 이행을 잇따라 중단하고 핵 확산을 진행해 왔다. 따라서, 이번 이란과의 수형자 교환 협상 성공을 계기로 미국 주도로 이란 핵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인지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바이든 정권은 최근 들어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량의 무인기(無人機)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 성공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이 관계 악화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해도, 곧바로 이란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야당 공화당은 바이든 정권의 이란과의 접근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정권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향후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할 방침이어서 야당 공화당과는 정면 배치되는 입장이다. 

 

■ “바이든 정권의 정치적 성과, 트럼프 등 공화당 측은 격렬히 공격”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수형자 교환이 종결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은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해외에 부당하게 구속되어 있는 미국인들의 석방을 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러시아,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위법하게 구속되어 있는 많은 미국인들을 해방시키는 데 진력할 것임을 다짐했다. 이를 감안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이란과의 수형자 교환 성공을 자신의 자국민 보호 우선 약속 실천의 생생한 업적 사례로 삼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수형자 교환 성공은 당사자들, 가족들 및 지지자들에게는 몇 해를 두고 이란 내 최악의 감옥으로 알려진 에빈(Evin) 교도소에서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려온 끝에 이루어져 대환영을 받고 있으나, 의회 공화당 인사들로부터 동결 자금을 해제하는 어떤 합의에도 반대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에 동결 해제되는 자금이 인도적 용도에 국한해서 사용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으나, 공화당은 미국에 더욱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를 했어야 한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공화당 맥콜(Michael McCaul) 하원외교위원장은 최근 바이든 정권이 이란과 협상에서 한국에 동결된 60억달러 자금을 해제하는 것과 관련해서, “이란의 테러 행위 및 핵 개발을 뒷받침해 주는 것” 이라며 “이는 과거의 잘못으로 회귀하는 것” 이라고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굴종적이라는 상대방의 거센 공격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미국 TIME誌는 한 전문가(Chatham House, Sanam Vakil 이사)의 견해를 인용해서 ‘이번 협상은 양국이 처한 상황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협력’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간접 대화를 통한 이번 협상은 ‘정치적 휴전’ 합의라고 비유하면서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란의 과거 행적에 비춰보아 또 다른 인질 억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음을 경고했다. 따라서, 서방국들은 이런 인질 억류 시도를 방지할 공동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서, WSJ는 미국의 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번 협상 결과는 이란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하등 변화시키지 않을 것” 이라며 “이란은 여전히 우리의 적(敵)이고, 테러 지원국일 뿐” 이라고 강조해, 일선을 긋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종전에 미국은 이란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하고 있는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영국 BBC 방송도 미국은 이란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 국적인들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정치적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단히 구속하고 있는 것’ 이라고 비난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런 배경에서 이번 협상이 60억달러 이란 자금에 대한 동결을 해제하며 일단락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BBC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협상 성공으로 양측(이란 및 바이든) 모두에 다소 이익이 있었다” 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인 5명을 집으로 데려왔고, 이란도 역시 5명의 자국민들을 데려왔다. 더욱 큰 승리는 이란이 60억달러 자금을 되찾은 것” 이라고 평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바이든 정권이 향후 이란과 협상에서 저자세로 나가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에는, 국내에서 야당 공화당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혹은 유럽 동맹국들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바이든 정권으로서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번 이란과의 접근에 일종의 외교적 승부수를 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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