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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정착이 불가능한 나라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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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2월15일 16시06분
  • 최종수정 2024년02월16일 09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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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사색당파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우리 역사에서는 뜻을 모으지 못해 국가가 위기에 빠진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구한말 망국(亡國)의 과정, 해방정국에서 분단국가로 들어선 과정이 다 극단적인 분열의 결과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은 타협(compromise)이다. 생각이나 신념이 다를 때 지도자는 그 걸 조율해야 한다. 소신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거나 접을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타협된 안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순간에 타협이 안 되는 것이 능력의 문제인지 국민성에 민주주의를 못할 인자가 있는 건지 헷갈린다. 우리한테 비타협적인 옛말이 많은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죽으면 죽었지 못해’, ‘너 죽고 나 죽자’ ‘마이동풍’, ‘콩으로 메주를 쒀도 안 믿는다’ 등등….

 

특히 최근 몇 년 간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나라의 정치인들인지 믿기지가 않는다. 이들에게 나라를 맡긴 국민들이 불쌍하고 나라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지도자는 관두고 국민의 평균도 안 되는 자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정권 말미에 합의도 안된 법률안이나 정책을 집권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대혼란을 일으키더니, 정권을 내준 후에는 정부조직법, 장관임명 동의안 등을 거부하거나 집권세력의 집권이념이나 정책과 거리가 먼 법들을 의석 수로 밀어 붙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서는 청문 동의가 안 된 장관들의 임명을 강행하거나, 국회에서 밀어붙여진 법들을 대통령이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고서는 서로 비난하고 있다.

이렇게 타협을 못하거나 안 할 바에는 일당이 다 책임지고 국가를 운영하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극단적인 독재시대였음에도 박정희시대에 대해 향수를 보이는 것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가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장기 독재를 하고 있음에도 최고의 영화를 누리고 있는 싱가포르를 보더라도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허상인가, 또는 능력이 있는 국민들이나 누릴 수 있는 제도인가 의구심마저 든다. 민주주의를 위해 젊은 시절 헌신했다는 운동권들의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면 더 울화통이 터진다. 

 

우선 의회든 정부든 국정의 책임을 지는 자들을 걸러낼 기준을 확실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능력과 도덕성의 기준을 자신들이 스스로 인기투표 하듯이 정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 사전에 정해야 한다. 특히 선출직의 공천제도도 당이나 그 당의 대표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제도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변석개(朝變夕改) 하는 사이에 부적격자들이 끼어드는 걸 막아야 한다. 이제 훌륭한 지도자가 아니라 기본만이라도 되는 사람을 골라야 할 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헌법이나 법률적인 틀로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는 하나 실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독선과 독재에 가깝다. 우선 선출직이나 정무직으로서 국정을 이끌어 갈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동의할 수있는 기준으로 걸러낼 장치가 필요하다. 선출직은 선관위에서, 정무직은 인사처 같은 조직에서 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각 당과 청문회에 맡겨 놓으니 각 정치 세력의 입장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간단한 것도 자율적으로 해 낼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개인들은 적어도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 만이라도 갖춰야 한다. 남들에게는 도덕적 기준을 강조하며 소리를 지르면서도 본인들은 2심까지 실형이 선고되어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옥중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기세이니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갈라진 의견을 모을 능력이 없다면, 법이나 제도를 바꿔서라도 나라가 상처 나지 않고 미래로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헌법을 의원 내각제로 바꾸든, 선거제도를 의원들 스스로가 아니라 외부에서 바꿔 국민의 뜻이 반영되고 집권 세력이 일을 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 현재와 같이 국회는 극단으로 갈려 싸우고, 지방 권력도 지역마다 집행부와 의회가 사안마다 맞서고 있어 어지러울 정도이다. 더구나 행정과 교육이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이 이끌고 있어 더 심각하다. 유신헌법에서 유정회를 만들어 집권세력 몫의 국회의원을 일정 부분 확보한 것은 비민주적이지만 이런 상황의 비능률 때문에 출현한 제도의 배경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민주주의를 앞세운 불완전한 제도로 국가의 중요한 문제들을 제때에 제대로 해결도 못 하고, 미래를 준비하지도 못하니 답답한 마음에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뿌리 내릴 수 없는 나라인지 불안하기 까지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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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2월15일 16시06분
  • 최종수정 2024년02월16일 09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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