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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3월21일 11시35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21일 11시28분

작성자

  • 한요셉
  •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노동시장연구팀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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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우리나라 중장년층 임금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들에 대한 노동수요 부족에 있다. 중장년층 노동수요를 진작하려면 기업들이 중장년층을 더 쉽게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을 정비해야 한다. 다만, 제도적 힘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한 안정성을 확대하여 장기재직 비중을 높이고 중장년층 조기퇴직 및 여성 경력단절을 감소시켜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토대로 정년 연장도 더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Ⅰ. 생애주기별 고용 안정성의 한·미 간 국제비교

 

우리나라 근로자의 삶은 높은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중장년층 근로자가 겪는 고용 불안정성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1)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생애주기에 걸친 고용 안정성이 어떠한 상황인지 진단해 보기 위해, 먼저 한국과 미국의 상황을 생애주기별로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노동시장은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2) 따라서 일반적으로 미국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불안정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남녀 모두 임금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가 연령과 함께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 비록 청년층 노동 이동이 매우 활발하지만, 연령이 증가하면서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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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달리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중년 이후로 고용 안정성이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각 연령별로 임금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를 살펴보면, 남성 임금 근로자의 경우 40대 중반 이후 중위 근속연수의 증가가 멈추고 50대부터는 급락한다(그림 1, 좌측). 여성의 경우 30대 중반 이후로 중위 근속연수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그림 1, 우측). 이러한 차이는 남녀 모두 현재 제도적 최소정년인 60세 이후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중년 이후로 같은 직장에서 재직하기가 미국에 비해 훨씬 어려움을 보여준다.

 

각 연령별로 임금근로자 중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남성의 경우는 40대 중반, 여성의 경우는 30대 중반 이후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 2). 중년 이후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미국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림 1]과 함께 살펴보면, 중년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기존 직장을 유지하기 어려워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옮길 가능성, 즉 고용 불안정성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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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청년층에서도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높아 노동시장 진입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30대의 경우 적어도 전반적인 차원에서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이 높거나 중위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기 어렵다. 50대 남성 및 40대 여성의 고용 불안정성 증가는 세계적으로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Ⅱ. 중장년층 고용 불안 정성의 원인: 정규직 노동수요 부족과 높은 비정규직 비중  

 

우리나라에서 중년 이후 고용 불안정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표면적인 이유는 중년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 2]를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으로 재직하고 있는 경우만으로 한정하여 다시 살펴보면, 중년 이후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은 적어도 60세 이전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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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그림 3]을 함께 고려하면, 기간제, 파견 등 근속연수가 짧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3) 비중이 근로자 연령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년 이후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임시고용(temporary employment)4) 비중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55~64세 근로자의 임시고용 비중은 단연 높은 수준이다(그림 4). 2022년 기준,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남자 33.2%, 여자 35.9%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2위인 일본과도 10%p 이상 격차가 있다. 참고로 OECD 평균은 남자 8.2%, 여자 9.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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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장년 노동시장 상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년 이후 나타나는 고용 불안정성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노동수요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유로든 정규직 일자리에서 이탈하면 다시 정규직으로 재취업하기 어려우므로 비정규직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장년 노동시장에서는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며, 더구나 저임금 · 저숙련 일자리 외의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한요셉, 2020). 국제비교를 통해 보더 라도,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대비 정규고용(permanent employment) 비중은 55~64세 남성이 32.2%, 25~54세 여성이 43.1%에 불과하여, 같은 시기 OECD 평균(자료가 없는 이스라엘, 멕시코는 제외)인 47.2% 및 50.3%를 크게 하회한다.

 

그렇다면 중장년층 정규직 노동에 대한 우리나라 사용자의 수요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일부 사용자의 비합리적 선호에 따른, 연령에 의한 차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시장 전체에서 정규직 노동수요가 낮은 점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중년 이상 노동수요가 유독 낮은 점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정규직 임금의 경직성, 특히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가 매우 가파르다. [그림 5]에서 볼 수 있듯이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의 평균적인 임금상승률은 비교 가능한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5) 실증연구들은 이처럼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상승의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기업들이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증가함을 확인해 준다(Frimmel et a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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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규직 임금의 높은 연공성은 단독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높은’ 임금 연공성은 ‘강한’ 고용보호 및 ‘이른’ 정년을 포함하는 장기 계약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근로자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측의 해고 유인이 강화되므로, 강한 제도적 보호장치 없이는 이와 같은 임금구조가 성립되거나 유지되기 어렵다. 또한 생산성을 초과하면서 보호받는 기간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으므로 계약의 합법적 해지 사유로서의 정년(停年)도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고용보호와 정년을 전제로 연공서열적 임금을 지급하는 장기 계약은 근로자의 이직(移職)을 억제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어 개별 기업 수준에서는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Lazear, 1979).

 

높은 임금 연공성과 결합된 강한 고용보호와 이른 정년은 비록 개별 기업 차원에서 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노동시장 차원에서는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특히 정규직 고용보호는 중장년 정규직 채용수요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비록 실직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여 사용자가 해고를 가급적 피하도록 할 필요성은 있지만, 해고가 지나치게 어려우면 채용도 감소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부 재직자(내부자)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비용을 구직자 전반(외부자)이 부담하게 된다. 각국의 실증연구는 정규직 고용보호가 정규직 채용수요를 위축시키고 임시직 비중을 높임을 분명하게 확인해 준다(Hijzen et al., 2017). [그림 6]에서도 정규직 고용보호지수(OECD v4)가 전체 인구 대비 정규고용 비중은 물론, 55~64세 남성 및 25~54세 여성의 인구 대비 정규고용 비중과도 뚜렷한 부정적 상관관계를 가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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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6)로 이어진다. 정규직으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근로자는 높은 임금과 정년까지의 안정성을 누릴 수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기존 직장을 이탈한 중장년층 근로자는 재취업 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재취업의 어려움을 인식하는 근로자들이 이직(離職)을 가능한 한 피하려 하면서, 한번 형성된 이중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절성을 띠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중은 2010년대 이후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유경준 · 권태구, 2023). 이러한 분절적 이중구조는 사회적 불평등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더라도 노동력 재배치를 막고 기업 역동성 하락을 초래하는 등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Ⅲ. 노동시장 구조개혁 필요성: 정년 연장 및 출산율 제고의 맥락에서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은 중장년층 조기퇴직과 여성 경력단절을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 및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 거시적 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서도 심각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정년 연장 및 출산율 제고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하에서는 의미 있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첫째, 중장년층 조기퇴직이 만연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추가적 정년 연장의 정당성이 부족하고 기대되는 효과성도 낮다. 통계청의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64세 남성 임금근로경험자 중 생애주직장 정년퇴직자 비중은 26%에 그치고, 64세 여성 임금근로경험자는 이보다 낮은 7%에 그친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소수의 근로자에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추가적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는 정당성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60세 최소정년입법화(2013) 및 시행(2016~)의 영향을 실증적으로 살펴보면, 비록 시행 이후로는 장기재직자의 근속연장 효과가 일부 나타났으나, 공표 이후의 조기퇴직 촉진 효과가 오히려 더 크고 분명하게 관찰되었다.7)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하에서 법적 강제에 의해 정년을 연장할 경우, 인력 활용 효율성 제고 측면의 효과성은 미미하고 여성 고령 인력 조기퇴직, 청년고용 감소 등 여러 차원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한요셉, 2019; 2020).

 

앞서 살펴본 미국의 경우 고용보호가 매우 약한 편인데도 우리나라보다 생애주기적 근속연수가 길게 확보되고 있다. 그 이유는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개별 근로자에게 생산성 평가에 기초한 임금을 지급하여 해고의 유인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일단 생산적인 고용관계로 검증되면 이를 유지하려는 사용자의 유인이 작동한다. 설령 경영상 위기로 인해 해고를 진행하더라도, 일시해고(temporary layoff)나 재고용(recall) 등을 통해 경영 상황이 개선된 이후 고용관계를 다시 이어가는 비중이 높다. 이는 그렇게 하는 편이 사용자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찍 정년을 폐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와 같은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즉, 제도적 힘에 의한 안정성보다 시장의 힘에 의한 안정성이 중심이 되고 있어 정년 연장의 부담이 크지 않았다. 

 

둘째, 여성 경력단절 현상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이며, 출산 · 육아의 전 생애적 기대비용을 높여 저출산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도 작용한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훨씬 이른 30대 후반부터 조기퇴직이 나타나는데, 이는 출산·육아와 관련이 깊다. 비록 이미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이나 출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처럼 일·가정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으나, 많은 기업에서 이러한 제도를 실제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박윤수, 2023). 결국 출산·육아로 인해 한번 정규직 직장에서 떠나면, 다시 복직하거나 정규직으로 재취업하기 어려워 경력단절이 장기화되기 쉽다. 2023년 상반기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15~54세 기혼 미취업 여성 302.7만명 중 139.7만명(46.2%)이 출산·육아 등의 사유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장기 경력단절로 인한 높은 기회비용은 출산·육아의 전 생애적 기대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므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만든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는 장기적 추세 가운데, 일·가정양립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경력단절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경력단절 이후의 복직이나 정규직 일자리로의 재취업만 수월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과도한 저출산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비록 주마다 다르기는 하나 연방 차원에서는 12주의 무급 육아휴직만을 규정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일·가정양립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편이다.8)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하여 복직이나 재취업이 용이한 점이 출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9)

 

Ⅳ. 인구 고령화 시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OECD 국가 중 두드러지게 높은 중장년층 조기퇴직과 여성 경력단절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다가오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의 파고에 대비하여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저출산을 완화하기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제도적 힘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한 안정성을 확대하여, 정년까지의 장기 재직은 물론 정년의 추가적 연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향후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본고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핵심적인 구조개혁 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해 나가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 이와 관련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공공부문에서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정 기간(예: 경력 10년) 이후로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상승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행 중인 공공부문 직무급 확대 정책을 개별 기업 단위의 형식적 변화에 그치게 하지 말고, 유사한 산업에 속한 공기업들 및 산업 단위의 노사정 협의를 통한 직무 분석 · 평가 · (재)설계 · 보상의 인프라 구축과 민간 기업으로의 확산 등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10)

 

둘째, 정규직 고용보호와 관련하여서는 현재보다 해고 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OECD 정규직 고용보호지수(v4)를 각 구성요인별로 분해해 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부당해고 판정 시 원직복직(reinstatement) 관련 부분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난다(OECD, 2020).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시 원직복직이 원칙이며, 근로자가 이를 포기하거나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노동위원회가 금전보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 및 제4항). 이러한 획일적 분쟁 해결 방식은 근로자 보호 취지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원직복직 시도와 분쟁의 장기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채용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 대다수 OECD 국가의 사례처럼 사용자의 금전보상 신청을 허용하고, 노동위원회 직권에 의한 판단 여지를 확대하여 금전보상에 의한 해결 비중을 높이며, 해고 과정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11)(당연무효가 아닌) 부당해고 시 금전보상액의 경우, 해외 사례와 유사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비례적으로 증가하지만 일정한 상하한을 두는 방식(예: 근속 1년당 2개월분 평균임금, 최소 4개월분 및 최대 24개월분)이 적절해 보인다.

 

다만, 새로운 기준은 제도개혁 시점 이후 새롭게 체결된 고용계약부터 적용하는 점진적 개혁 방식이 바람직하다. 비록 변화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 있으나, 실제 해고 가능성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서도 채용 시 기대비용을 낮추어 정규직 고용 확대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준의 고용계약이 확산되면 노사간 합의에 의한 정년 연장의 여지도 높아질 것이다.

 

셋째,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현재보다 보호를 강화하여 고용 불안정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는 정규직-비정규직의 이중구조 완화를 위해 필요하며, 정규직의 변화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도 필요하다. 다만, 중장년층 노동수요 자체가 높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기간제 · 파견 등의 사용규제 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임시고용 사용규제 강화는 중장년층 고용률 자체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12)

 

현재 정규직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비정규직의 계약종료 비용을 상향하여 고용의 지속 내지 정규직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간제나 파견 등의 사용기간에 따라 점증하는 계약종료수당 내지 전별금을 부과(예: 사용기간 1년당 1개월분, 최대 12개월분) 하되, 정규직 전환 시 이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고용 지속 내지 정규직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근속 1년 기준의 불연속적인 퇴직금 지급 의무로 인해 불필요한 분쟁이 잦고 고용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1년 미만 근속자의 (근속기간 비례) 퇴직금 지급 내지 퇴직연금 적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고용보호 제도의 점진적 개혁과 함께 고용 안전망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여전히 광범위한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구직활동 지원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험 간 정합성 제고, 조세-사회보험 행정 간 연계성 강화, 소득파악 체계의 정교화 등을 통해 사각지대를 축소해야 한다. 구직급여의 경우 수급액과 수급기간을 재설계하여, 보장성을 강화하고 복직을 포함한 구직 유인을 제고해야 한다.13) 그 밖에 공공 고용서비스의 연계성 강화 및 수요자 중심 평생직업능력개발 체계로의 전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1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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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의 55~59세 남성 근로자 중 1년 미만 근속자 비중은 2021년 기준 26.8%에 달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튀르키예(구 터키)를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이다.

2) 미국에서는 민간부문의 경우 임의고용(at-will employment)이 원칙으로, 고용상 차별만 아니라면 ‘정당한 이유’ 없이도 해고가 가능하다.

3)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통계적 정의는 한시적 근로(기간제 등), 시간제 근로, 비전형 근로(파견, 용역, 특고, 가정내, 일일) 중 하나를 만족하는 경우이다.

4) ‘임시고용(temporary employment)’은 국제비교를 위한 개념으로, 종사상 지위상 ‘임시직(1년 미만 고용계약)’ 개념과 유사하나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기간제, 단기기대, 파견 및 일일 근로자(매년 8월 기준)를 합산하여 OECD에 제출하고 있다.

5)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경우 10년 이상 근속자는 대부분 정규직이므로,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의 임금상승은 주로 정규직 임금상승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같은 직장 내의 임금변화만이 아니라 직장 간 이동 시 임금변화까지 포함한 임금상승을 나타내는 측도이므로, 근속연수가 증가할수록 대기업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는 영향을 반영할 수 있어 해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제비교에서 우리나라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측도로서는 유효하다.

6) 일반적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청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중장년층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

7) 아래 <표>에서는 기존 연구를 확장하여 남성 임금근로자 중 장기근속자(근속 10년 이상) 비중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요약한다. 60세 정년 연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출생코호트(1958년생, 1961년생)에서는 직전 출생코호트(1957년생, 1960년생)와 대비하여 각각 정년연장 공표 이후 장기근속자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등으로 조기퇴직한 근로자들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비록 시행 이후로는 남은 재직자의 장기근속자 비중이 증가했지만, 공표 이후의 전반적 감소폭에는 미치지 못하고 통계적 유의성도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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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보장하는 별도의 출산휴가 없이 12주의 무급 육아휴직만 규정하고 있어 OECD 국가 중에서 예외적으로 휴직기간이 짧고 지원도 적다. 다만, 주마다 서로 다르게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3개월의 유급 출산 휴가 및 1년의 유급 육아휴직을 규정하고 있다.

9) 2021년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1.66명으로 같은 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81명의 2배가 넘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출산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실증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e.g., Guner et al., 2024).

10) 한편, 임금체계가 없다고 보고하는 비중이 높은 소규모 · 무노조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대표성과 협상력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근로자 대표가 없거나 노사 협의가 어려울 경우 직무별 보상에 관한 산업별 노사정 협의안을 기본으로 하도록 권장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1) 근로자에게만 금전보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OECD 국가는 대한민국, 오스트리아, 체코, 라트비아, 튀르키예의 5개국에 불과하다(OECD, 2020). 오히려 상당수의 OECD 국가는 (당연무효가 아닌) 부당해고에 대해서 사용자에게 원직복직 명령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2) OECD 국가의 경우 임시고용 고용보호지수(v4, 2019)와 중장년 고용률 간에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편, OECD 임시고용 고용보호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19로 OECD 평균인 1.79보다 높아 임시고용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편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항목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파견 관련 규제(temporary work agency contracts)가 두드러지게 엄격한 편이고 기간제 계약종료 관련 규제 (terminations at the end)는 약한 편이다(OECD, 2020).

13) 예컨대 일자리 개념을 재정립하면서 피보험자격 이중취득 제한을 완화하고 부분실업급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1일 구직급여 하한액(2024년 기준 63,104원, 최저임금의 80%)은 지나치게 높아 고의적 실업을 유발하고 상한액(66,000원)은 오랫동안 고정되어 각각의 조정이 필요하다. 수급기간은 국제비교를 통해 보더라도 짧은 편으로 지금보다 연장할 필요가 있으나, 현행 기준기간(18개월) · 기여기간(180일) 및 가입기간(1년, 3년, 5년, 10년) · 연령(50세)에 따른 차등의 적절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기재취업수당은 동일 직장으로의 복직 유인을 낮추는 문제가 있어 재설계나 축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14)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개선방향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한요셉 외(2022)를 참고할 수 있다.

15) 추가적으로, 노동시장 관련 제도에서 연령 기준을 통합적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고용법상 최소정년(60세), 국민연금법상 노령연금 수급연령(2033년부터 65세) 외에 구직급여 소정급여일수의 차등 기준(50세 이상), 고령자고용법상 고령자의 정의 및 기간제 · 파견법상 사용기간 제한 적용예외 기준(55세 이상),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연령(60세 미만), 구직급여 적용제외 기준(65세 이상 신규가입) 등의 연령 기준도 변화하는 인구구조에서의 적절성과 제도적 정합성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연령기준에서 벗어나 산업별 · 직업별 상황이나 개인별 근로 능력 및 의지 등을 반영하는 보다 유연한 방식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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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준 · 권태구, 「비정규직의 일자리 이동성 분석」, 『Journal of The Korean Data Analysis

Society(JKDAS)』, 25(2), 2023, pp.599~614.

한요셉,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정책연구시리즈

2019-03, 한국개발연구원, 2019.「고령층 노동시장의 현황 및 개선방향」, 이태석 편,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구조개혁 방안』, 한국개발연구원, 2020.

한요셉 외,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종합 평가 및 향후 개선방향』, 고용노동부-한국개발연구원, 2022.

Frimmel, W., T. Horvath, M. Schnalzenberger, and R. Winter-Ebmer, “Seniority Wages and the Role of Firms in Retirement,” Journal of Public Economics, 164,2018, pp.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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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Working Better with Age, Ageing and Employment Policies, OECD Publishing, Paris, 2019(https://doi.org/10.1787/c4d4f66a-en). OECD Employment Outlook 2020: Worker Security and the COVID-19 Crisis,OECD Publishing, Paris, 2020(https://doi.org/10.1787/1686c758-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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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KDI FOCUS](2024.3.20.)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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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3월21일 11시35분
  • 최종수정 2024년03월21일 11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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