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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베스킨라빈스 광고논란, 여성들의 질투 때문이라고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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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7월05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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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9일, 베스킨라빈스는 어린이모델 엘라그로스가 출연한 광고노출을 중단했다. 이는 “해당 광고의 어린이 모델이 성상품화되었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명 ‘베스킨라빈스 논란’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만큼 이슈로 떠올랐다. 일부 대중은 “사랑스럽기만 한데, 여성들이 확대해석한 거 아니냐” 비판했고, 심지어 “여성들이 엘라를 질투해서 광고를 내리게 했다”, “남자아이들이 등장하는 광고에는 왜 지적하지 않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성적 대상화란 무엇일까

 

광고를 향한 비판으로 제기되었던 성 상품화. 이는 다른 말로 ‘성적 대상화’ 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얼마 전부터 한국 사회에 심심찮게 등장해 이제 꽤나 익숙해진 말이지만, 대상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이해는 아직 부족한듯하다. 성적 대상화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한 개인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자신보다 사회적.정치적.신체적으로 약한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인격이나 감정이 부재한 물건처럼 취급하는 현상.’

 

이는 대상화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자기 자신이 주체로서 기능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평가 혹은 성적인 요구에 따라 행동하며,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보게 되는 것. 이를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역대 베스킨라빈스 CF 의 예시를 들어 비교해보고자 한다.

 

역대 베스킨라빈스 CF를 분석하다

 

먼저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광고를 살펴보았다. 실수가 잦은 후배에게 필요한 것은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혹은 커피라는 내용으로, 알바생으로 일하는 BTS 멤버들이 등장할 뿐이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조차 연출되지 않았다.

 

2015년 3월 2일 베스킨라빈스 공식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 된 광고에는 샤이니가 출연했다. 모닥불 앞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딸기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엘라의 경우처럼 클로즈업하여 입술을 강조하기는커녕 멀리서 먹는 모습만 비추는 방식이었다. 심지어 같은 딸기 맛 아이스크림이었음에도.

 

2014년 12월 13일에 업로드 된 엑소 카이가 출연한 광고를 살펴보자. 이들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역시 전혀 입술을 클로즈업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살짝 웃는다. 그게 전부이다.

 

2012년 12월 3일 업로드 된 광고에는 3명의 여자아이들이 등장한다. 하얀색 옷을 입고, 네모난 상자 같은 것을 들고 가던 아이들이 서로 부딪혀 넘어진다. 그들이 떨어뜨린 상자는 알고 보니 네모난 아이스크림 케이크이다. 이내 그들은 스푼을 들고 아이스크림을 떠낸다.

 

 그 밖에도 가족이 등장하거나, 여성과 남성이 함께 출연하는 등 다양한 경우의 베스킨라빈스 CF가 존재했다. 그러나 2008년생 어린이모델을 메이크업 시킨 후, 분홍색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클로즈업하고, 또 그 모델이 아이스크림을 ‘음미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담아낸 CF는 전무했다. 특히 남성이 모델일 경우, 그들은 어떠한 ‘서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은 그 서사보다 덜 중요하게 비춰졌다.

 

남자어린이가 출연한 광고를 지적하지 않는 이유

 

“로리는 되고, 쇼타는 안된다는 거냐.”, “이중적이다.” 엘라가 출연한 광고노출중단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일부 대중의 주장이다. 이들은 ‘성적 대상화’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확신한다.

 

남자어린이 모델이 출연한 광고의 경우, 메이크업을 시키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혈색을 주는 정도로만 가볍게 연출한다. 이들도 앞서 살펴본 베스킨라빈스의 역대 남성아이돌 모델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그들에겐 서사가 부여된다. 아이로서의 자유분방함이 강조되고, 따라서 옷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활동성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사회적 남성상’과 비슷하게 연출되지 않는다. 아이로서의 특성들이 충분히 존중된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성적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물론 CF을 촬영하기로 했던 엘라의 의지는 존중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컨셉의 연출에 있어 사회적 여성상이 지나치게 투영되었다는 것이다. 베스킨라빈스는 사과문을 통해 “해당 어린이모델의 부모님과 소속사를 통해 충분한 사전 논의 후 제작했다”고 하지만, 과연 그 선택에 있어 엘라의 근본적인 선호가 반영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엘라는 2008년생이다. 모델이기 전에, 말 그대로 ‘어린이’라는 것에서 대중의 걱정이 출발한다.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컨셉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 정확히 말해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다해야 할 책임을 논해야 한다


설령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엘라가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가정하자. 혹은 일부 대중의 의견처럼, 오직 아동 성애자들만이 그 영상에서 성적인 코드를 읽어낸다고 치자. 그렇다면 엘라와, 엘라의 부모님은 아동성범죄자들이 그 영상을 성적으로 해석하고, 사회의 여자어린이들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

 

최근 10대 미성년자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폭행한 엄태용은 “여자가 내게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무엇이, 그에게 이런 엄청난 발언을 하도록 했을까? 무엇이, 그에게 이러한 말도 안되는 착각의 여지를 허용하였는가?

 

경향신문은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이 2018년 1월2일부터 18세 미만 아동의 성상품화 광고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 이유를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ASA는 광고의 유해성을 판단할 때 ‘광고주 의도’보다 ‘이 광고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배우 다코타 패닝의 향수 광고를 금지하면서 ASA가 밝힌 이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ASA는 “패닝은 외모보다 훨씬 어려 보여 그녀가 누구인지 모르는 대중의 눈에는 13~16살 정도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광고주의 사회적 책임을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이미 엘라가 출연한 광고에 대해 “성적으로 흥분된다“ 는 남초커뮤니티의 의견이 노출된 바 있다. 이런 광고 컨텐츠들이 늘어날수록, 아동을 성적대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는 강화된다. 그러나 광고주, 그리고 촬영에 동의한 엘라의 부모님은, 낮아지는 여성의 ‘섹스어필’ 연령으로 인해 피해보는 아이들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

 

우리의 책임은 조두순을 욕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야 한다. 피해자가 될지도 모를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이를 위해 아동에게 메이크업을 시키는 것과 노출 있는 옷을 입게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린이모델이 왜 메이크업을 하고,그 입술이 강조되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엇이, 그런 컨셉을 만들었을까. 그에 대한 고민이 부재했던 것이 바로 베스킨라빈스의 사과문이다. 7월 3일, 이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찾아볼 수조차 없는 ‘사과문’ 말이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과,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은 동의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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