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 이야기 <42> 지하철 경로 무임승차가 문제라고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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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2월2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25일 11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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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이런 당연한 것이 왜 문제가 될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지금 한창 언급되고 있는 ‘노인 경로 무임승차문제’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지는 몇 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지하철 적자문제, 정부보조금 문제 그리고 젊은이들의 사회적 부담 등의 문제다.

 

나는 지금은 은퇴하였지만 과거에는 정부쪽 일도 가끔 하는 편이었다. 이 문제는 사실 20,30년 전에도 언급됐었다. 당시에 나도 간접적으로 관여됐었기 때문에 그 때 생각을 정리하여 다시 한번 말해 보겠다. 사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배신감까지 느껴진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린다.

 

나는 당시 40대였기 때문에 내가 장래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생각하고 대응한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어떻든 지하철 경로 노인무임승차가 문제라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첫째; 이 나라를 누가 발전시켰는가?

 

지금 60대 70대, 80대 들은 분명히 과거 배고팠던 시절, 보릿고개를 기억하고 있다. 본인이 그런 가난한 생활을 하지 않았을 지라도 그런 말을 주위로부터 흔히 듣고 자랐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열심히 일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그렇게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일했었다.

 

그때는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었다. 월화수목금금금, 월화수목금금금. 낮은 직급 사람들은 그래도 일요일이 있었지만 과장 직급 이상의 사람들은 일요일도 그리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쉬면서 월요일을 맞았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하면 꼰대 소리 들어요. 그런 말을 젊은이들은 싫어해요.”라고. 마치 이런 말을 하면서 자기는 ‘현 시대의 풍조에 맞춰 잘 사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사는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럼 이런 말도 하지 마세요. “요새 젊은이들은 예의가 없다. 위아래도 모른다.” “키우는 강아지 새끼가 귀한지 자기네 부모가 더 중한 지 모르겠다.”, “세상이 이래 가지고 어찌 미래가 있을지 모르겠다.” 등등

 

우리는 유대민족 얘기를 부러운듯이 말할 때가 있다. “훌륭하다. 어찌 그런 소수 민족으로 세계의 부(富)를 그렇게 많이 차지할 수 있을까? 노벨상을 어찌 그리 많이 받을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한 데 있다. 바로 『교육』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그들은 2,000년 전 로마 군대에 의해 이스라엘이 멸망했을 때 최후의 보루로 끝까지 싸워 모든 사람이 죽은 요새가 있었다. 바로 ‘마사다’라는 산위 요새다. 거기서 그들은 끝까지 싸웠다. 그러나 2,000년 전 이 요새의 전쟁은 지금도 이스라엘인들의 마음에 생생히 전달되고 있다. 마사다 요새는 현재까지도 유대 학생들이 모두 반드시 방문하는 신성한 장소다. 그리고 거기에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외친다. “마사다를 잊지 말자.”

 

과거를 금방 잊어버리고, 젊은이들이 듣기 싫은 소리는 안 하는 것이 마치 교육인 것처럼 착각하고 행동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마디를 덧붙이겠다. 로마군에 의해 이스라엘이 점령 당했을 때 랍비(라바이)들은 통옷을 입고, 로마군 앞에 나가서 엎드려 간청한 것이 『단 하나』 있었다. “모든 것을 당신들 뜻대로 해라. 그러나 시나고그(예배당, 즉 학교)만을 유지시켜달라.” 그리고 그 시나고그에서 이스라엘의 정신이 이어져 내려왔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이스라엘이다. 입시에서 국사 과목을 제외시킨다고 발표하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확연한 차이가 있다. 단재 신채호, 김구, 안중근 의사 말씀을 생각해 보자.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들의 성공은 유태인이 우리 민족 보다 뛰어 나서가 아니다. 세계 IQ 통계를 보면 그들의 IQ는 우리보다 1이 더 낮다. 우리가 세계 1등이다. 다만 그들은 과거를 잊지 않게 역사를 가르치고, 과거 수난 시절의 아픔 그리고 가난했던 시절의 고통을 잊지 않고 현재를 살아 가도록 그들의 자손을 가르쳤을 뿐이다. 

 

둘째: 지하철이 적자이기 때문에 정부 보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수익자부담’이라는 대원칙이 있을지라도 정부보조금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료, 농촌에 대한 보조금 등 다양한 보조금을 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 대단히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문제다. 즉 경영의 건전성과 효율성의 문제다. 나는 과거에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OOO 공사’와 같이 공사라는 단어가 있는 기관들, 그리고 국책은행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경영상태를 분석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몇몇 기관은 상당히 낮은 평가를 받았었다. 어떤 기관들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몇 기관이 있었다. 정부의 보조금은 상당히 많은 경우 비효율을 불러일으킨다. 정부 보조금을 주기 전에 그 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은 반드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주장한다고 해서 “민영화”를 주장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미국과 독일, 일본의 원자력, 전력, 통신, 철도 사업에 있어서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너무나 잘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민영화를 통한 사(私)기업의 이익 추구 욕구에 의한 가격인상과 서비스 질 저하는 정부보조금에 의한 비효율성 보다 훨씬 더 『크다』.

 

조금 더 경제적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면 ‘가격이 올라도 사람이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분야, 즉 사회간접자본에 해당하는 분야는 절대로 민영화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앞에서 말한 사기업의 이익 추구 욕심도 문제지만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가격탄력성이 낮은 산업을 기업에게 주어 국민들을 볼모로 잡히는 것 보다 훨씬 더 효율성이 높다.  

 

그리고 가끔 매스컴에 보도되는 지하철 파업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다. 지하철은 정해진 궤도를 어떤 장애물도 없이 달리는 기계다. 시설 자체는 매우 거대하고 복잡하지만 운용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명백하다. 정상 근로자 이외 근로자의 투입이 용이하고, 더 나아가 로봇(AI) 운전 또는 무인 운영이 가장 쉬운 분야라는 것이다. 관계자(사용자, 피용자)들이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시행되는 시스템도 수없이 많다는 것도 기억하기 바란다. 

 

셋째: 젊은이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안 된다?

 

정말 황당하고 기분 나쁜 주장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도 않다. 간단히 묻겠다. 누구 덕으로 먹고 살고, 어떻게 비싼 교육을 받았으며, 집은 누가 도와주고, 타고 다니는 비싼 자동차들은 어떻게 구입하였는가? 여기서 이런 혜택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지 못한 분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최근 강남에서의 겪은 경험을 말해 보겠다. 17평 2베드 연립주택에서의 일이다. 주자장에는 독일제 BMW, 그것도 큰 SUV 자동차였다. 상당히 비싼 자동차일 것이다. 그런데 그 젊은이는 항상 불만이다. 월급이 너무 적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근무환경 등 여러 가지 불만이다. 나도 외국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런 비싼 외제차를 30대의 젊은이들이 그것도 17평의 작은 연립주택에 살면서 타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누가 샀을까? 누가 사줬을까? 일부 어른들은 이런 교육을 지식들에게 해주며 ‘자식들에게 잘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식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안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더욱 본질은 젊은이들의 부담 증가가 문제라는 것은 그래도 오랜 우리나라 전통에서 자란 우리 젊은이들의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정말 일부 지각없는 사람(어른)들의 조장이라고 본다. 

 

특히 문제의 가능성이 혹시 있을 수도 있는 것을 미리 조장하여 터뜨리고, 일부러 큰 사회문제로 만드는 것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이라고 본다. 정말로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관 또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러할 때 더더욱 큰 문​제를 만들어 내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처럼 자기 노후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식들의 교육, 결혼, 집 걱정 등을 해주는 부모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서양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도 아니다. 중국과 우리나라 정도이고, 우리나라의 자식 사랑은 더욱 유별나다. 

 

제발 세대 간의 갈등을 『일부러 조장』하고,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화'하는 지혜롭지 못한 자세는 자제하였으면 좋겠다. 미풍 양속을 세우는 데는 몇 백년 이상이 걸리지만 그것을 없애는 것은 불과 십여년이면 끝난다. 그리고 지금의 젊은이도 결국 나이가 든다. 그런 조장을 하는 사람들도 결국 나이든다, 이 사실을 잘 인식하기 바란다.

 

넷째: 국가 예산을 너무 적은 투자로 절감하는 것이 무임승차 제도다.

 

어떤 첨예한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는 여러 가지 관련 사항 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무임 승차문제가 가장 적절한 예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보다 훨씬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예산 초과 문제다. 건보문제는 누구나 동의하듯이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본다.

 

지하철만 보면 지하철 손실 문제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지하철과 노인 건강문제 그리고 집안의 평화 문제까지를 고려하면 상당히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지금 65세가 넘는 사람 중에서 수입이 많지 않은 사람은 매우 많다. 수입이 있는 사람들도 한 달 교통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입이 많지 않은 노인들은 무임승차제도가 사라지거나 또는 운임이 오르면 지금처럼 그분들이 나들이를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이 외출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있을 때 건강문제, 가정문제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는데 드는 국가예산은 얼마나 추가로 필요할까? 

 

일반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치유하는데 드는 비용은 그것을 예방하는데 드는 비용 보다 약 열 배에서 열여섯 배(10~16배)가 필요하다고 한다. 지하철 무임 승차야말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해결이 어려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감소시키는 정부의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일 중에서도 크게 칭찬 받을 일이다. 그리고 정말로 정부 예산을 줄이고 싶다면 병원을 하루에도 몇 번 씩, 병원 쇼핑하는 것에 대한 제한을 두는 것이 국민건강의 증진과 예산 절감에도 더 효과적일 것이다.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전체 예산 절감의 면, 미풍양속을 지키는 면, 경로석 운영 등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칭찬 받는 몇몇 정책 중 하나로서 꼭 지켜야 할 자랑스러운 정부 정책 중 하나이다.

 

다섯째: 국회의원들이 깊게 생각할 문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지금 큰 문제다.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노인의 숫자가 많다는 것이다.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숫자도 많을 뿐 아니라 투표 참여율도 높다. 선거일에 휴가 떠나는 젊은이들 보다 훨씬 더 높다. 조금이라도 생각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 분들에게는 북한의 핵 위협보다 이것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여섯째; 이용 시간 제한과 이용 구간 제한은 시행 가능성이 없는 문제이므로 논의하지 않겠다.

 

일곱째; 『약자와의 동행』문제다.


현 정부 그리고 과거 어느 정부도 표현은 다르지만 약자와의 동행 또는 서민위주 경제는 모든 정부의 화두였다. 앞에서 반복 설명하였듯이 경로 무임승차제도는 가장 현실적이고, 매번 이용할 때 마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약자와의 동행 정책이다. 

 

의사결정권자들은 쓸데없이 사회적 문제를 조장하는 사람들의 논란 제기에 휘둘리지 말기 바란다. 특별한 정책을 발표할 필요도 없다.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일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넘어가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모든 기관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전에 경영의 효율성 체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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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2월2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3년02월25일 11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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