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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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육, 각성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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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5월14일 20시09분

작성자

  • 이경한
  •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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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사회 과목 교과서에는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소제목이 있다. 바로 ‘발전이 기대되는 중남부 아프리카’ 이다. 풍부한 자원을 앞세워 경제 성장 및 발전을 이룩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발전은 기대만 되며,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못지않게 발전만 기대되는 영역이 있다. 지금부터 이야기 할 대한민국 체육계의 현주소이다.

 

 이달 초 경기도 소재의 한 대학 농구팀 선수들이 수개월 동안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선배를 고소했다. 그간 관행으로만 여겨지던 아마추어 운동부 내 폭행이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해당 대학 농구부는 가혹행위를 한 선수를 자체 격리 및 징계를 생각하고 있지만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대처하는 학교의 모습에 크게 아쉬움이 남는 것 역시 사실이다. 

 

 사실 종목을 불문하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 간에는 ‘운동은 맞으면서 해야 한다.’ 는 것이 일종의 속설이다. 승패가 달린 치열한 경기에서 매순간에 집중이 요구되며 농구나 축구 같은 팀 스포츠의 경우 한 명의 실수가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구 열혈 팬 중 한사람으로서 기자는 수원의 모 여고 농구부의 연습경기를 보러 갔던 것이 새삼 떠오른다. 포인트 가드라는 중책을 맡았던 선수가 실책을 범하자 해당 감독은 타임아웃을 불렀고 여느 타임아웃과 다르지 않게 작전 회의 및 지시를 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감독은 포인트가드 선수였던 여고생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어찌나 소리가 강하던지 체육관 전체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감독은 그 여리 여리한  여고생이 도망갈 수 없도록 발을 밟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선수가 맞아서 아프겠다든지 마음에 상처를 입었겠다든지의 동정에 앞서 이런 관행이 감독과 선수간, 또 선후배 선수들 간에 너무나 즐비하며 학교, 사무국, 관계 당국들은 일제히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다 같이 쉬쉬하고 있는 큰 그림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 달고 러시아 대표로 출전했던 안현수를 기억하는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조국에게 금메달을 안겨주었던 안현수는 파벌과 뿌리 깊숙이 썩어있는 체육계의 구조적 모순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본인의 실력을 알아봐준 러시아의 국가대표를 받아들인다.

 

 혹자는 안현수가 진정으로 위대한 선수였다면 러시아로 갈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그것을 해결하고자 노력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맞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대한민국 체육계는 안현수의 발을 밟고 있었고 안현수는 구조의 모순에서 날아드는 손찌검을 피할 여력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스포츠 강국이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하계·동계 올림픽 모두에서 선수들은 우리 국민들을 감동시켜왔다. 그만큼 대한민국 스포츠의 한 단계 위로의 도약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매번 그것의 발목을 잡는 것은 뿌리 깊숙한 데서부터 그릇되어 온 관행과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함 아니겠는가.

 

 비단 위에 언급된 농구계와 빙상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체육계. 이제는 ‘발전이 기대된다.’는 수식어를 떼고 한 층 도약한, 성숙된 모습을 갖추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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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5월14일 20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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