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전반기를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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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와 흔들리는 「국정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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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9월09일 22시30분
  • 최종수정 2015년09월09일 22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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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2월 25일 늦은 겨울 아침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삼엄한 경비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은 기대와 기쁨에 감격한 국민들로 넘쳐 났다. 소프라노 조수미와 바리톤 최현수의 애국가가 아니더라도 온 국민의 심장은 멎을 듯 벅찼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 아니더라도 가슴은 막힐 듯 메었지만 그 날 대통령의 취임사는 5천만 국민의 기대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로 시작해서 ”우리 국민 모두가 또 한 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로 끝나는 대통령 취임사는 그 감동만큼이나 5년 동안의 국정철학과 각오가 서린 헌법과도 같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취임사의 4대 국정기조
민생, 대통합, 국민행복을 약속하고 출범한 정부인수위원회 첫 회의에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안전과 경제부흥을 국정의 두 중심축으로 설정한다고 했다. 2013년 1월 7일의 일이다. 며칠 뒤 1월 25일에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성장온기가 퍼져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했다. ’추격형 성장에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하고, ’수출 중심에서 수출내수 쌍끌이 구조‘로 바꾸며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동반성장체제로 전환‘하는 ’파라다임 변화‘를 강조했다. 이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진 대통령 취임사는 서언과 마무리말 외에 「경제부흥」과 「국민행복」과 「문화융성」의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셋은 그대로 이 정부의 「4대 국정기조」로 포함되는데 별도의 장으로 처리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국정기조는 「평화통일 기반구축」이다. 「경제부흥」을 취임사 머리에 둔 것은 임기 내내 가장 우선시 하겠다는 의지 때문일 것이다. 석 달 뒤 2013년 5월 박근혜 정부는 「4대 국정기조」를 확정했다. 국정기조 하나하나 아래에는 여러 개의 「국정추진전략」이 설정되어있는데 예컨대 「경제부흥」의 경우에는 (ⅰ)「창조경제」와 (ⅱ)「경제민주화」와 (ⅲ) 「민생경제」의 세 개의 국정추진전략이 들어있고 「국민행복」아래에는 (ⅰ)「맞춤형 고용복지」, (ⅱ)「창의교육」, (ⅲ)「사회통합」 그리고 (ⅳ)「국민안전」이 들어있다. 「문화융성」과 「평화통일기반 구축」의 「국정기조」 아래에도 각각 세 개의 「국정추진전략」이 수립되어있다. 14개 「국정추진전략」은 어느 하나도 박근혜정부가 놓칠 수 없는 엄중한 국정목표나 마찬가지다.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취임초기의 정신을 포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경제정책의 1차 무게중심 변화 : 경제부흥 경제활성화
그러나 취임한지 6개월, 4대 국정기조가 확정된 지 석 달 만인 2013년 8월에 나온 박근혜 정부 제1기 경제팀의 경제정책(2014년도 예산안)은 「경제부흥」이 아닌 「경제활성화」로 방향이 바뀌었다. 그리고 중점추진과제로는 경제활력회복,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 안정과 삶의 질제고, 국민안전과 든든한 정부, 건전재정기반 및 재정운용개선의 5가지가 들어있었다. 경제부흥이나 경제활성화나 그게 그것 아닌가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경제부흥이 오십년 백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이고 근원적 과제라면 경제활성화는 단기적이고 응급적인 과제일 뿐이다. 경제부흥정책과 경제활성화 정책이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때로는 경제부흥을 위해서는 긴 안목에서 단기적인 경제활성화를 포기하거나 배제해야할 때도 있는 것이다. 건설경기 부양 같은 것이 대표적인 단기활성화 대책이다. 경제활성화와 같은 단기 대책에만 매몰되다보면 긴 안목이 필요하면서도 집권 초기에 강력히 추진되어야 할 경제부흥정책, 예컨대 제조업의 최선진 경쟁력강화조치, 가계의 자산축적촉진과 부채축소, 산학연 협동체계의 고차원화, 기초과학의 융성, 노동력의 고기술화, 노동시장의 타협을 통한 개혁, 금융시장 및 감독체계 선진 개혁, 등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들이 땅 밑으로 묻히게 되고 마는데 박근혜 정부 초기 경제팀이 실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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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의 2차 무게중심 변화 ;  경제활성화 내수활력, 일자리, 경제체질
그러나 꼭 넉 달 뒤인 2013년 12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2014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경제활력회복은 내수활력제고로 바뀌고,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안정과 삶의 질 개선은 묶어서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으로 바뀌며, 경제체질개선(공공부문개혁 및 경제민주화 등 포함)이 덧붙여졌다. 경제활력회복과 내수활력제고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특히 수출을 제외시켰다는 점에서 더 더욱 그렇다. 두 달 지나서 이것이 잘못되었음이 드러난다. 
 
경제정책의 3차 무게중심 변화 ;  내수활력, 일자리, 경제체질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바로 열흘 지난 2014년 1월 6일 발표한 연두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기반구축과 5대 불안 해소와 함께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에는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그리고 내수기반 확충이 3대 추진전략으로 들어가 있다. 3년 뒤(2017년)에는 잠재성장률은 4%로 끌어 올리고 일인당소득이 3만 달러를 달성하며 고용률은 70%까지 올린다는 474 비전도 함께 밝혔다. 그러나 50여일 뒤(2014년 2월25일) 확정 발표된 「경제혁신3개년계획」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초가 튼튼한 경제로, 창조경제를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그리고 내수기반 확충은 내수수출균형경제로 또 한 번 바뀐다. 대통령연두기자회견에서 강조된 ‘내수기반확충’이 두 달 뒤 「경제혁신3개년계획」에서는 ‘내수수출균형’으로 바뀐 것이다. 정부 출범 전후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였던 ‘일자리창출’은 「경제혁신3개년계획」안에서는 아예 하부 항목으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서민생활 안정과 삶의 질의 제고’는 ‘민생안정’으로 되었다가 「경제혁신3개년 계획」에서는 빠지거나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배치되었다. 2013년 9월 5대 중점추진과제 중의 하나였던 ‘건전재정기반확충과 재정운용개선’은 「경제혁신3개년 계획」에서는 아예 빠졌다. 
 
경제정책의 4차 무게중심 변화 :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경제살리기 총력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2014년 7월)하면서 정책기조는 또 뒤바뀐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경제살리기 총력전이 모든 것을 매몰시켰다. 세 가지 함정(저성장,축소균형,상과부재)를 들먹이면서 ‘세 가지 화살, 다섯 차례기준금리 인하, 추경에 버금가는 재정확장, 부동산 금융규제완화, 엔저대책, 무역투자진흥대책 등 수 없는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국정기조 경제부흥을 지향한 어떤 대책도 보기 힘들었다.  
 
 
경제정책의 5차 무게중심 변화 : 경제살리기 총력전 경제, 희망, 안전(창조경제) 
2014년 국정감사가 총총히 끝나고 세간의 주목은 2015년 예산안으로 쏠렸다. 매년 예산은 반드시 정부의 「국정기조」와 「국정목표」와의 유기적인 연계 속에서 수립되고 이해되고 평가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15년 예산은 그렇지 못했다.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을 경제살리기와 희망나누기로 바꾸었고 경제부흥에 있던 민생경제는 국민행복으로 분류를 옮겼다. 경제부흥에 있던 「국정추진전략」 중에서 「경제민주화」는 2015년 예산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국정과제 #42 건전재정기조정착」은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고 두 번째 「국정기조」인 「국민행복」안에 있던 국정과제 (ⅱ)「창의교육」과 (ⅲ)「사회통합」의 내용은 2015년 예산에서 뻐졌다. 그리고 (ⅳ)「국민안전」은 「평화통일기반구축」의 핵심 내용인 방위능력 제고와 함께 ‘안전만들기’ 안으로 편입되었다.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는 2015년 예산에는 ‘문화체험 기회확대’라는 작은 항목만 들어있다. 복잡한 것 같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 2015년 예산을 들여다보면 첫째,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는 2015년 예산에서는 ‘경제살리기’와 ‘희망나누기’와 ‘안전만들기’로 재편성 되었다는 것이고, 둘째로, 그러는 과정에서 「경제부흥」안에 있던 「경제민주화」는 제 위치를 잃고 말았고 「민생경제」는 ‘희망나누기’로 분리되어 나갔으며, 셋째로 「국민행복」안에 있던 「창의교육」과 「사회통합」은 거의 반영되지 못하였고, 끝으로 「국민행복」안에 있던 「국민안전」은 「평화통일기반구축」과 함께 ‘안전만들기’로 탈바꿈하였다는 것이다. 
 
경제정책 6차 무게중심 변화 : 경제,희망,안전(창조경제) 4대 개혁(노동공공금융교육)
2015년 들어 경제정책의 화두는 경제활성화에서 4대개혁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경제활성화를 도외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국회법 개정 파동, 메르스 사태, 유승민 원내총무 사퇴 등 소용돌이에 휩싸인 정치권과 정부 모두 4대 개혁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올려놓고 공무원연금개혁을 마치고 노동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이 진정한 개혁인지는 모르겠다. 또 정부가 서두르는 노동개혁이 성공할지, 그리고 정말 바람직한 개혁이 성사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의 정부의 정책방향의 변화를 보면서 대통령 취임사의 국정기조가 바뀌거나 소홀히 취급되거나 변질되거나 묻히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녁을 계속 바꾸어버리면 활을 쏘는 사수가 어떻게 적중시킬 수가 있겠으며 또한 적중했는지 못했는지를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2013년 2월 25일 그 때 새로운 희망의 시대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꿈꾸면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경제민주화」,「창의교육」,「사회통합」을 간절히 바랐던 대다수 국민들이 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정말 앞으로 어디로 갈지가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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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9월09일 22시30분
  • 최종수정 2018년11월02일 11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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