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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초점] 美 옐런 장관 訪中 “대화 확대 합의, 호혜 관계 가능성” 성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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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7월11일 12시19분
  • 최종수정 2023년07월11일 12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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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옐런(Janet Yellen) 미 재무장관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 고위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한 뒤,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과 대화를 계속할 것을 확인하는 등,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양국은 서로 성장을 지원할 장기적이고 호혜적인 경제 관계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시사했다. 옐런 장관은 6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한 뒤 총 10시간에 걸쳐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등 고위 인사들과 회담을 한 뒤, ‘직접적, 실질적,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인 미중이 분단(decoupling)되는 것은 ​미중​ 양국에 대해서 파멸적일 뿐 아니라,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 이라며 양국 간 대화의 의의(意義)를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옐런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서 고위 경제 관료들과 회동한 것은 양국 간에 군사, 안보 면에서 대립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상황에서 양국 경제에 타격을 줄 위험을 회피하려는 ‘방책(防柵; guardrails)’을 마련할 희망을 키우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옐런 장관은 방중 기간에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거스르며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의향이 없음을 확인시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WSJ도 옐런 장관 방중을 통해, 향후 대화 계속에 합의함으로써 일정한 진전을 이뤘고, 고위급 대화 재건을 위한 첫번째 장애물을 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엔 구체적 성과를 서두르기보다 우발적 충돌 회피를 위한 관계 설정에 주력”    


옐런 장관은 방중 기간 중, 미국이 최근 시행한 반도체, AI, 양자 컴퓨팅 등 분야의 수출 통제 조치들은 단지 목표를 한정해서 특정되어 있고, 국가 안보를 위한 대상에 국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바이든 정권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대중 수출 통제에 대해 미국 관료로서는 가장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리(李) 국무원 총리는 ‘안보 관념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은 양국에는 물론 전세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6월 초, 미국 바이든 정권 발족 이후 각료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블링켄(Tony Blinken) 국무장관은 중국 고위 인사들과 군사, 외교 문제에 관해 협의했으나 대화 재개에는 합의하지 못한 바 있다. 따라서, 옐런 장관은 이를 염두에 두고, 이번 중국 방문은 “구체적 성과를 서두르기보다 우발적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은 “이를 위해, 보다 ‘빈번하게, 정기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면 그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이득도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고도 말했다. 그는, 양국 고위 인사들 간에 의사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생긴 점도 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안보 상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투명성이 높고, 범위를 한정한, 명확한 목적을 가진 것임을 확인한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역 투자 관련 경제 교류의 대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국영 신화사 통신은, 국무원 허(何) 부총리가 옐런 장관과 가진 회담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데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한편,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조달원을 분산하는 방안을 강구해 오고 있다. 

日 Nikkei는 옐런 장관이 중국 정부에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지적재산권 및 미국 기업들에 대한 위압적인 조치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노력에 중국 기업들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 불가결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 채무 재편(rescheduling) 문제 및 기후 변화 대책 등과 관련해서도 중국 측의 협력을 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리(李强) 총리와 회담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합의”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7일 중국 방문 첫 회담으로 시진핑 국가 주석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이 대화를 강화해 나가고 관계 개선을 위한 방도를 모색한다는 방향에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양국이 상대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 등을 둘러싸고 구체적인 의견도 교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국영 CCTV 방송은 리 총리가 “미국이 이성적, 현실적 자세로 중국과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서 ​미중​ 관계를 조속히 정상 궤도에 되돌리도록 추진하기를 원한다” 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탄이 없는 교류를 통해 중요 경제 문제에서 대화를 강화하고 의견 일치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미중​ 양국은 대화 계속 필요성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으나 경제 분야의 입장에는 아직 커다란 견해 차이가 남아 있다. 따라서, 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미 WSJ은 옐런 장관의 이틀 간에 걸친 방중은 양국이 아직 첨단 기술 교역 문제에 큰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기는 해도, 향후 대화를 이어갈 것에 합의함으로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양국이 어떻게 통상 관계 발전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 능력이 시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何 부총리와 ‘대화 강화로 우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


옐런 장관은 8일에는, 허(何) 국무원 부총리와 회담을 갖고, “견해의 차이가 오해를 불러오고 양국 간의 경제, 금융을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대화를 강화해서 우발적인 충돌을 피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상호 인식을 배경으로 해서, 양국은 글로벌 이슈들에 관련해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 재무부는 옐런 장관의 방중 성과와 관련해서 “회담은 솔직하고 건설적이었고 포괄적이었다” 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도록 할 것도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반도체 관련 제품 교역에서 대립을 심화해 오고 있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한편, 우방국들과 공급망을 완결하는 소위 ‘Friend-shoring’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측도 반도체 소재인 칼륨 등 희귀 금속 제품의 수출을 허가제로 실시하고 있다. 전임 트럼프 정권 시절에 시작된 무역 관세 장벽 문제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내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어 관세 인하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나, 대중 강경파들의 반발은 여전히 강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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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장관은 8일 오전, 허(何) 부총리와 회담에 앞서, 마침 베이징에서 열린 ‘기후 변화에 관한 금융회의’에 참석 “미 중은 협조해서 이런 현실 위협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 공통 과제에 대한 대화를 심화해 나가기 위해 양국의 협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날 오전에는 허 부총리의 전임자인 류허(劉鶴) 전 부총리, 중국인민은행(PBoC) 리캉(易綱) 총재와도 면담했다. 이어서 8일에는 중국 여성 이코노미스트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11월 워싱턴 APEC 정상회담에서 ‘美 中 정상회담’ 실현 위한 정지 작업(?)”


미 중 양국은 지금 국가 안보 상 이유로 반도체 등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규제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나아가, 동맹국들과 공급망 구축을 도모하면서 동맹국들에게 대중 규제에 동조할 것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의 대형 반도체 기업 Micron Technology 제품에 대해 주요 정보 인프라에 관한 조달 중단을 발표했고, 오는 8월부터는 반도체 소재인 갈륨, 게르마늄 수출을 허가제로 바꾸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어서, 더욱 강화된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 양국의 각료급 인사가 대면 협의를 갖는 것은 지난 5월 레이몬도 상무장관과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각각 미국에서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양국은 아직 상호 불신감이 지극히 깊어, 엄정하게 대립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이 타협점을 찾기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의회가 대중 강경 자세를 원하는 상황이어서 바이든 정권이 융화 자세를 취하면 굴종한다고 비판을 받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중국도 나름대로 미국에 대한 불신감이 깊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대화를 제안하는 뒤에서 반도체의 대중 압력을 강화하기를 그치지 않고 있다” 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양국이 당면한 문제들에 부분적이나마 진전을 이룬 것은 전세계에 적극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긍정 평가하고, ‘3척이나 되는 얼음이 단 하루만에 녹을 수는 없는 것’ 이라며 장기적 안목에서 대화를 이어갈 것에 기대를 표했다. 한편, 이렇게 미국의 각료급 인사들이 빈번하게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오는 11월 미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을 기회로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정지(整地) 작업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복잡한 분위기에서, 신화통신은 양국 관계를 보는 관점과 대응 방안에 관한 5개 항목을 지적했다. “첫째; 당면한 난국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착오적 인식에 기인하는 것, 둘째; 양국 정상의 ‘발리(Bali) 회담’ 합의를 실효성 있게 추진할 방도를 찾아야 할 것, 셋째; 상대국의 핵심 이익 및 중대 관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 넷째; 전세계는 중 미 관계의 ‘우호 및 협조’ 를 희망하고 있고, 다섯째; 중국은 지금 인류 발전의 시(時)와 세(勢)를 얻고 있고, 세계 무대에서 나아갈 중국의 진로에 도(道)와 의(義)를 시현하는 것” 등이다. 지금, 미 중이 고위 대화를 시작하고 일단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분위기 속에, 중국의 국영 미디어가 이러한 양국 간의 원칙적인 내용을 담은 대미(對美) 선언을 보도하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옐런, 두 가지 시험에 직면; ‘고율 관세 처리’ 및 ‘첨단 반도체 해외 투자 규제’”


옐런 장관은 재무장관으로서는 첫 번째인 중국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을 떠나면서 ‘내가 희망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나라의 쌍무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 요소인 고위 대화를 진전시키는 것’ 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대화의 필요성을 확인한 가운데에서도 양국의 경제적 대립은 일방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옐런 장관도 중국 고위 인사들과 회담하는 동안 대화 강화를 역설하면서도, 일관되게 ‘안보 제일주의’ 자세를 암시해 왔다. 

이는, 미국이 종전부터 안보, 외교, 경제 분야에서 ‘중국 봉쇄’ 정책을 펴오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긴장을 더 이상 고조시키는 것은 피하고 싶은 속셈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문이 ‘첨단 반도체’ 분야이다. 바이든 정권은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및 관련 기술의 대중 규제를 대폭 강화한 바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중국이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뒤쳐져 있는 동안에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중국의 부상(浮上)을 원천 봉쇄하려는 전략으로 있다. 

 

이에 대응해서,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 2050’ 이라는 국가 발전 플랜에 따라,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생산 국산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전(前) 공정 제조 장비 국산화율은 아직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양국은 대화 강화를 일치된 어조로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반도체 분야에서 격심한 대립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협상 테이블 위에서는 웃으며 악수를 나누며 테이블 밑에서는 서로 발길질을 계속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베이징 방문을 통해 중국 측과 대화의 필요성 확인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돌아온 옐런 장관은 지정학적 대결 관계가 심화되는 와중에 양국 통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이슈를 처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트럼프 시절에 대폭 강화된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문제의 처리, 그리고,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의 대립 완화를 포함한 민감 부문의 해외 투자 규제와 관련한 이슈에 대한 절묘한 해법의 모색이라는 두 가지의 중대한 시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Bloomberg, Chris Anstey 선임 에디터)     

옐런 장관의 방중에 몇 주일 앞서 블링켄 국무장관도 중국을 방문, 중국 외교 최고 책임자 왕이(王毅) 국무위원과 회담한 데 이어 시진핑 주석과도 면담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별다른 긴장 완화 해법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따라서, 최근 몇 년 간 극렬한 대립을 이어오고 있는 양국이 일련의 어려운 대화 노력 끝에 결국 역사적인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향한 중대한 이정표를 만들 수 있을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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