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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초점] G20 정상회담, 中 · 러 불참으로 극단적 ‘분단’ 드러낼 우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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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06일 10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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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10일 양일 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불참한다고 결정하고 나서자, 국제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주요국 정상들이 만나 직접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극단적 분단 양상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범죄자로 국제 지명 수배가 내려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참석하기 어려웠지만, 중국 시 주석마저 불참하자 전제(專制)사회주의 진영의 두 종주국이 모두 불참하게 됐고, 결국 ‘반쪽’ G20 정상회담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G20 정상회담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평화 회복 문제를 필두로, 기후 변화 대응, 아프리카 등 빈곤국들의 심각한 식량 위기, 나아가 글로벌 경제 침체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대두되어 있다. 이처럼, 국제 사회의 수많은 긴급 현안 이슈들과 함께, 중국이 결코 경시할 수 없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문제도 부각되고 있어 시 주석이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전망되어 왔으나, 돌연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그 의사결정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내부 정치 사정과 관련해서, 시 주석과 다른 세력 간 알력 혹은 갈등이 표출되는 징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래에 이에 대한 미 일 등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 내용을 정리한다.

 

* 참고; 「제18차 뉴델리 G20 정상회담」 회원국 명단

Argentina, Australia, Brazil, Canada, China, France, Germany, India, Indonesia, Italy, Japan, Mexico, Korea, Russia, Saudi Arabia, South Africa, Türkiye, UK, US, EU(EU 의장 및 EC 집행위원장) 총 19개국, 1기구

초청 대상국; Bangladesh, Egypt, Mauritius, Netherlands, Nigeria, Oman, Singapore, Spain 등, 총 8개국 


“이번 뉴델리 G20 정상회담에서는 ‘글로벌 사우스’ 동향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 


이번 G20 정상회담은 예년대로라면 사전에 각료 회담 및 전문가 그룹의 논의를 거쳐 집결된 합의 사항을 정상들의 ‘공동 선언’ 형식으로 발표하고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각 참가국들 간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어,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대 러시아 제재 등, 산적한 국제 과제들에 대해 참가국들 간의 협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2022년 인도네시아 발리(Bali) 정상회담에서는 다양한 입장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의가 있었으나, 정상들의 선언을 중시해서 공동 선언에 러시아는 물론, 대 러시아 제재에 참가하지 않는 나라들 입장도 감안해서 ‘두리뭉실한’ 형태의 결론에 그친 바가 있다. 금년 2월, 7월에 있었던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문언에 대해 당사국인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도 반대하고 나서서 결국 공동 성명이 채택되지 못한 채 폐막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존재하는 개도국 및 신흥국 총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이들 국가들은 냉전 시대의 제3세계 국가들과 상당히 겹치는 나라들이다. 그리고, 이들 ‘글로벌 사우스’로 분류되는 국가들은 UN 제재 결의에 기권하거나 반대표를 던지는 등,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는 데 기여했다. 동시에, 서방국들도 이들 글로벌 사우스에 접근을 강화하고 있으나, 이들 국가들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독자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Nikkei)

실제로, 이번 G20 정상회담의 의장국인 인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러시아와 통상 확대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따라서,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사우스’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서방 G7 국가들이 이들과 어떻게 간극을 메울지도 관심 대상이다. (글로벌 사우스; 주최국 인도를 비롯해 ASEAN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각국 및 남반구에 산재하는 군소 도서(島嶼)국들을 포함) 

 

“중국 시 주석 불참으로 세계가 더욱 극단적으로 분단되는 경향을 드러내는 것”    

 

한편, 중국 외교부는 지난 4일, 이번 G20 정상회담에 시 주석은 참석하지 않고,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대신 참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 주석이 G20 정상회담에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지난 발리(Bali) 정상회담에 참석했고, 최근에는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BRICS 정상회담에도 참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G20 정상회담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시 주석이 불참을 결정한 이유는 불명확하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G20 정상회담이 과거 어느 경우보다도 세계가 더욱 분단이 심화된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일본과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로 대립 중이고, 미국과는 첨단 기술 문제 및 타이완 문제를 둘러싸고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이번 G20 정상회담의 의장국인 인도와도 최근 중국이 자국 영토로 주장하는 지역을 두고 국경 문제로 불편한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이 많은 국가들과 간단없이 대립해 왔으나, 지금 시 주석의 접근법은 불과 10개월 전 열렸던 발리(Bali) 정상회담 때와는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인다. 당시 시 주석은 ‘전세계 정치가들의 임무는 상대방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단지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도 공통된 인식을 모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이번 G20 회담에서는 G20 정상회담 개시 이래 처음으로 공동 선언을 발표하지 못할 우려마저 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던 BRICS 정상회담에서 참가국을 대폭 확장하는 문제를 주도했던 시진핑 주석은 지금 어려워진 중국 경제 혹은 오래된 인권 문제 등, 대답하기가 매우 난처한 질문들이 쏟아질 수 있는 기회보다는 자신과 함께하는 나라들이 모이는 기회를 더욱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공교롭게도 시 주석과 함께 불참을 선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번 G20 정상회담이 설령, 이들 두 정상이 불참한 가운데 순조롭게 종료된다 해도, 이후의 세계 정세는 궁극적으로 더욱 험난한 경로로 들어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바이든 대통령, 시 주석의 G20 정상회담 불참 결정에 ‘대단히 실망했다’ 반응”


한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번 G20 정상회담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지자, 크게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시 주석과 단독 개별 회담을 가질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 아직 시기나 장소는 명확히 하지는 않으면서도 시 주석을 ‘만나러 갈’ 생각이라는 언질을 계속 내비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회동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이 심각한 대립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기회라는 점에서, 모처럼 양국 정상들이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크게 주목을 받아왔다. 더구나, 최근 수개월 동안 양국 대표들은 지정학적 대치 및 첨단 기술 제품을 포함한 통상 문제를 둘러싼 긴장 관계를 해소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해 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 불참 결정에 관한 질문에 “G20 정상회담은 국제 경제 협력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해 왔고, 중국은 그런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불참할 것이라는 명시적인 언급은 피했다. 

 

국제 정치 전문가인 호주 ANU Wen-Ti Sung 교수는 “시 주석이 지난 달 BRICS 정상회담을 끝낸 직후에 서방국이 주도하는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것이 그가 평소 ‘서방은 기울고 동방은 흥한다’ 고 언급해 온 것에 맞지 않고, 또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정상회담에 홀로 나가는 것은 러시아와 유대 관계에서도 불편할 것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싱가포르 NUS 대학 Alfred Wu 교수)는 시 주석이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어젠더 설정을 위해, 자신이 밖으로 나가기보다 다른 정상들이 찾아오기를 기대할 수는 있을 것이나, 만일,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담에도 결석할 경우에는 해외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중국의 국제 신용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G20 정상회담에 빠짐없이 참석, 자국의 국력 과시의 장(場)으로 활용해 와” 


해외 미디어들은 대체로 시 주석이 지극히 중시해야 할 G20 정상회담에 불참할 것을 결정한 배경을 둘러싸고, 주로 일본 미디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해석과 억측을 내놓고 있다. 우선 아사히(朝日) 신문은 종전부터 서방 세력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를 수정할 것을 촉구해 오고 있는 시 주석이, 중국 국가 주석으로는 처음으로 G20 정상회담에 불참하는 것을 두고 상당한 억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08년 G20 정상회담 시작 이후, 예를 들어 ‘리먼(Lehman) 사태’ 당시 다른 서방국들이 신용을 잃고 속수무책으로 있을 때, 무려 4조위안에 달하는 거대한 재정을 동원해서 선두에서 경기를 회복시키는 등, 서방국들에 맞서 국력을 과시하는 절호의 장(場)으로 삼아왔다. 시 주석 자신도, 2013년 정권을 장악한 뒤 줄곧 G7에 대항하는 구도로 G20 정상회담을 활용해 왔고, 코로나 팬데믹 사태 당시에도 두 차례에 걸친 화상 회담을 포함해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왔다. 중국 지도자들의 이러한 과거 행적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이번 G20 정상회담 결석을 결정한 것은 국제 사회가 크게 주목할 만한 중대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党 원로 그룹, 「北戴河」 회의에서 시 주석에 신랄한 공격, ‘異常’ 분위기 연출”


이와 관련해서, 일본의 한 베이징 관측통(니케이 中沢克二 편집위원)이 최근 베이징 정권의 심층부에서 벌어진 정치적 사정과 연관시키는 관측을 내놓아 흥미를 끌고 있다. 즉, 이번에 시 주석이 G20 정상회담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이유로, 아직도 상세한 내막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지난 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시 주석과 원로 지도자 그룹 간의 ‘이상’ 분위기를 들고 있다. 

그는, 지난 여름 ‘베이다이허​ 회의’ 분위기는 시 주석이 2013년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이후 작년까지 10여년 간 열렸던 회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고 전한다. 상징적으로, 일단의 원로 그룹으로부터 전례 없이 ‘준엄한 간언(諫言)’을 받은 시 주석이 자신의 측근들을 질타, 변명하면서 내정에 혼란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석자는 지난베이다이허​ 회의는 예년과 달리, 최고지도자 출신 원로들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 시 주석에게는 고언을 피할 수 있는 다행한 기회였다고 전한다. 

그러나, 정찡홍(曾慶紅) 전 부주석을 필두로 한 전직 지도자 그룹이 사전에 베이징 근교 모처에 모여 합의한 ‘총의(總意)’를 시 주석에게 간언을 한 것이 지금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지금 중국 경제가 급격한 성장 둔화, 부동산 부문 불황, 젊은 층 실업 증가, 등으로 중대 위기에 당면한 책임을 시 주석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직 당 내외에서 신망이 높고 시 주석의 경쟁자였던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도 가세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실, 최근 중국 경제는 ‘개혁 · 개방’ 노선 채택 이후 처음으로 전례 없는 경기 후퇴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외 신인도도 급락하고 있어 해외 자본의 중국 탈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밝혀진 바로는 핵 미사일 군 부대 사령관 등이 일제히 실각하는 중대사가 있었고, 대외 측면에서도 ‘전랑(戰狼)’ 외교를 주도하던 친강(秦剛) 외교장관이 영문도 모르게 해임돼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이런 사정들을 보면, 지금 시 주석 정권 내부에는, 아직 사정이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심각한 내홍(內訌)이 진행 중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들 당 원로 지도자 그룹은 현 정권 당당자들이 유효한 정책을 펴지 않고 더 이상 혼란이 계속되면, 일반 민중의 마음이 당을 떠나게 될 위기를 실감하고, 독자적인 별도의 총의를 모은 뒤에,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해서 경제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광범한 분야에 걸친 자신들의 총의를 시 주석 면전에서 종전에 없던 강력한 어조로 간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선두에 섰던 인물이 바로 시 주석이 무명 정치인에서 일약 최고지도자에 오르는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했던 정찡홍 전 부주석이다. 그는 장쩌민 주석의 최측근으로 국가 부주석을 지낸 인물이다. 

 

이에 대응하는 시 주석의 입장은 대단히 도발적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진 현 정권 막료들을 향해, 지금 중국 경제가 겪고 있는 불경기 문제는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3대가 남겨놓은 ‘부(負)의 유산’이라고 강변하고, 측근들에게 이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할 책임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 중국 경제 위기 상황은, 가까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의한 경제 활동 정체 및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들과 관계 부조(不調)로 대외 경제 활동이 위축된 탓이 가장 큰 것이다. 여기에 민간 대기업 타파 캠페인으로 경제 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것도 중첩된 결과이다. 그렇다면, G20 정상회담 불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지금은 집권당 내부의 전례 없는 강력한 질타를 받은 시 주석의 향후 중국 경제와 관련한 다음 행보에 온갖 시선이 집중되는 시기임에 틀림없다.  

<ifs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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