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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초점] 트럼프, 상원 공화당 지도부와 ‘암투’ 계속, 딜레마를 안겨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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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1월30일 16시11분
  • 최종수정 2024년01월30일 16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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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5일 실시되는 미국 2024 대선에 나설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선두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작 자신이 속한 공화당 상원 지도부와는 껄끄러운 암투를 이어가고 있어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Mike Johnson 하원의장과는 수시로 광범한 협의를 하는 긴밀한 관계이나, 진작부터 불편한 관계에 있는 Mitch McConnell 상원 원내총무 등 상원 지도부와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고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비록,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고 최근 치러진 두 차례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있으나, 정작 공화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그가 최종적으로 당선될 가능성에 우려가 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Johnson 하원의장은 수시로 소통하고 있고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 대열에 합류"

 

현재 하원에서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공화당 출신인 Mike Johnson 하원의장을 포함한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고, 최근 치러진 New Hampshire주 예비선거에서도 열심히 트럼프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특히, Johnson 하원의장은 당초부터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실히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후보와 ‘원 팀’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하원 내의 단결된 분위기가 상원에서는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같은 공화당 소속 McConnell 상원 원내총무는 지난 3년 여 동안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뿐 아니라, McConnell 원내총무는 공식적으로 트럼프 이름을 거의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의 측근이자 다음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John Thune 상원의원(공화당 소속, South Dakoda주 출신)은 아직도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트럼프는) 항상 걱정의 대상” 이라고 말한다. 설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로 지명된다 해도 ‘하향 충격(down-ticket impact)’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 다른 장래의 유력한 지도자로 알려지는 Texas주 출신 John Cornyn 상원의원도 경선 과정에서 일정 거리를 두는 입장이고, 지난 New Hampshire 경선에서 승리한 뒤에나 트럼프를 지지했다. Cornyn 상원의원도, 설령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어도 11월 본선에서 당선될 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것이다. 

 

"E Jean Caroll 성추행 소송 패배를 계기로 공화당 내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

 

이런 상황에서,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션 잡지 Elle 작가 E. Jean Carroll이 그가 성폭행한 사실을 부인해서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패소했다. 뉴욕 연방법원 배심단은 지난 26일, 트럼프 피고인은 총 8,33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평결(評決)했다. 동 법원의 9명 배심단은 Carroll 작가의 명예 회복을 위해 1,100만달러,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는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준 데 대한 피해 배상으로 730만 달러, Carroll 작가에게 악의를 가지고 발언한 데 대한 징벌적 배상으로 6,500만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평결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심 평결이 나온 직후, 자신이 만든 SNS인 ‘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전혀 어처구니없는 것” 이라며 ‘평결 내용의 어느 한 부분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평결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령을 받아 자신과 공화당을 표적으로 삼은 마녀 사냥이라고 비난하고, 즉시 항소할 의향을 밝혔다. 이에 앞서 뉴욕 연방 법원 배심단은 2023년 5월에도 Carroll 작가가 성폭행 및 명예훼손으로 제기한 소송을 받아들여 500만달러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평결한 바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평결이 2024년 대선을 향해 한창 선거전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의 캠페인 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상투적인 언사로, 이번 평결을 바이든 정권과 연계시키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사실 상 이번 재판은 정부가 기소한 것이 아니고, 정권의 지명을 받은 판사가 배상액을 결정한 것도 아니다.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선정된 배심단의 평결로, 다른 재판에서 인정된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 것뿐이다. 그런 결과를 날조(捏造)라는 주장을 근거없는 위법으로 인정한 것이다. 

 

물론, 법원의 심판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항소하면 상급심에서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재판에서의 진실 판단은 법의 지배를 확립하는 근간이다. 지금 미국 국민들 다수가 그런 합법적인 결과를 어설픈 주장으로 해소해 보려고 시도하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세계 많은 국가들의 골격을 이루는 근본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도 들게 한다. 

 

영국 일간지 The Guardia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9개월 전 Manhattan 연방 법원에서 성추행 혐의 관련 별개 소송에서 500만달러 배상금 지불 평결을 받은 데 이어, 이번 명예 훼손 혐의에 대해 거액의 배상 평결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해서 보도했다. 소송을 제기한 Carroll 작가는 “그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 내 명예를 훼손했다”고 호소했다. 트럼프 변호인들은 Carroll 작가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고, 트럼프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배심원들은 이런 주장을 배척하고 Carroll 작가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고 거액의 배상 평결을 내렸다. Guardian지는 이번 재판은 트럼프가 금년 중 선거 캠페인과 함께 감당해야 할 많은 재판 중 하나일 뿐이라며, 결과에 따라서는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하며 “이번 패배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울화(鬱火)를 안겨준 것” 이라고 전했다. 

 

영국 Financial Times는 이번 뉴욕 연방법원의 평결은 백악관 귀환을 위해 많은 사법 리스크와 분투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가장 최신의 ‘좌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의 열광은 앞서 열린 두 차례 경선에서 트럼프 후보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법정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Lewis Kaplan 판사는 최근 트럼프의 피고인석에서의 언행을 지적하면서 또 다시 시끄러운 발언 태도를 하면 법정에서 발언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좋습니다’ 하고 응답했다. Kaplan 판사는 이미 트럼프에 대해 법정에서의 발언에 상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평결이 내려진 뒤 법정을 나서면서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 라고 흥분조로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 트럼프 지명돼도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불안해하고 있어"

 

CNN은, 첫 경선인 Iowa주 당원대회에 이어 최근 New Hampshire주 예비선거에서도 트럼프가 승리를 거두고 후보 지명을 향해 탄탄대로를 질주하는 모양세를 보이자, 공화당 지도부에는 우려가 쌓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즉, 지금은 그의 첫 임기 동안 중추적 역할을 했던 상원 지지 의원 그룹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고, 과연 이를 다시 복원할 수 있을 지, 언제쯤 가능할 지 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와 상원 공화당 지도부 의원들 간의 관계가 소원하다는 것은, 최근 며칠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적 혹은 사적 채널을 통해 McConnell 상원 원내총무가 지난 수 개월 동안에 걸쳐서 공을 들여 마련했던 ‘이민(移民)’ 및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법안을 파기하려고 고위 지도급 공화당 상원의원들 및 하원 공화당 지도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온 것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New York Times지는 트럼프가 최근 두 차례 경선에서 승리하자 공화당 의원들이 그에게 줄을 서면서 의회에 대한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해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 법안들은 공화당 지도부가 지난 몇 달 동안 민주당 측과 꾸준히 협상해서 획기적인 초당파적 합의를 이룬 산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제 그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 강경 노선이 실제로 의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공화당 의원들은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본선에서 승리하는 경우에는, 어렵사리 조정해가며 마련한 법안들이 변덕스러운 대통령의 강압으로 한순간에 파기되는 등, 그가 첫 임기 동안 보여줬던 ‘혼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상원 공화당 지도부와 대담한 대통령 간에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한, 관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McConnell 상원 원내총무 이후 상원 공화당 지도부 구조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에 큰 관심이 쏠린다. 그는 다음 달 82세가 되고, 임기는 2027년 1월까지이다. 그는 아직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공화당 내에는 이번 의회 종료와 함께 17년 동안 지켜온 원내총무 자리를 내놓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와 McConnell 원내총무 간의 불편한 관계에서 오는 긴장에 대해, McConnell 상원의원이 이슈들을 처리하기 위해 개인적 감정을 잘 억제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트럼프가 McConnell 상원의원과 마찬가지로 자제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에는 두 사람 사이에 입법 사안이나 각료 구성 등을 두고 정상적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McConnell 의원이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습격 사건을 두고 트럼프를 지목해 공격하자 트럼프는 McConnell 의원의 대만 출신 부인을 인종 차별적 언사로 공격하는 등, ‘反 McConnell’ 행동에 열중했다. 

 

"美 유권자들, ‘트럼프 復權’을 앞두고 민주주의의 大義를 다시 한번 자성해 봐야"

 

트럼프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60% 전후의 지지를 얻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지금 모두 4건에 91개 항목으로 기소되어 있고, 그 중 일부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의 출마 자격을 다투는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놀라운 일은, 아직도 미국인들의 1/4이 지난 2021년 1월 6일 일어난 사상 초유의 의사당 습격 사건을 FBI가 만들어낸 음모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을 ‘아름다운 날’ 이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지경이다. 이에 더해, MAGA 그룹 등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은 그에 대한 사법 소추를 ‘마녀 사냥’ 이라고 강변하며 오히려 결속을 다지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가 독특한 것은 이미 잘 알고 있고, 지금 새삼스럽게 놀랄 일도 아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에서 현직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고, 직접 대결을 상정해 ‘오늘 투표하면 누굴 찍을 것인가?’라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시종 뒤지고 있다. 81세 고령에 대한 불안,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불신,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 등, 그야말로 3중고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 공화 외에 제3당 후보가 부동표를 조금이라도 빼앗아 가면 누구도 승리를 점치는 것은 김칫국 마시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함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의 약함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가변적인 현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復權(11월 본선 승리)’ 가능성은 이미 가시권 내의 리스크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전과 함께 많은 재판 절차도 감당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많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번에 비록 명예 훼손에 대한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이었으나, 자신의 성 범죄 행위에 연유된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벌어질 선거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대세다. 미국의 중도 성향 유권자들 60%는 트럼프를 싫어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따라서, 11월 대선은 실제로 대접전이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전에는 일부 국가에서 선거를 통하는 것 외에 폭력을 사용해서 권력을 잡았던 지도자들도 있었으나, 현대의 세계인들은 대부분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통해 자신들의 보다 밝은 내일을 생각하며 대리자를 뽑는 것이다. 그런 목적에서 민주주의는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와는 한참 동떨어진 참으로 희한한 현상이고, 이번 선거는 전세계 민주주의의 대의를 지켜온 미국의 존재 의의 그 자체도 함께 묻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Nikk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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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4년01월30일 16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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